공연에 그림 그리고 스템프 찍고 광화문 일대가 축제장으로 변신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외치고, 분노에 차서 소리만 지르던 예전 집회와 다르게 너무 재미있다. 꼭 축제에 온 거 같다.” - 참석한 시민

“본래 축제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건데 오늘이 그런 거 같다. 대통령 때문에 화가 난 사람들이 와서 그 분노를 즐겁게 푸는 거다. 이게 바로 축제다” - 김봉준 화백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12일 민중총궐기가 열리는 광화문광장 일대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됐다.

지난 금요일부터 광화문캠핑촌을 운영하고 있는 블랙리스트 예술인들은 이날 만화가, 화가, 서예가 등 미술분야 예술인들이 전을 펴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림을 걸어주거나 글귀를 써주는 등 축제장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박근혜 퇴진’ 스템프를 몸에 찍어주는 거리퍼포먼스도 진행하고, 이순신동상 옆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가면을 쓰고 비서실세인 최순실로 분한 예술활동가가 함께 사진을 찍는 포토존도 마련돼 많은 웃음을 줬다.

문화제가 열리는 메인무대에서는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집회 참가자들의 발언과 정태춘, 이승환, 크라잉넛, 손병휘, 연영석 등 가수들의 노래공연이 1, 2부로 나눠 이어졌는데, 참가자들은 "집회에 나와 유명 방송인과 가수들을 만나고 노래를 들으니 좋다"라며 즐거워했다. 

특히 문화제가 밤 늦게까지 진행되면서 집회보다는 '열린음악회'같은 분위기마저 연출됐는데, 이는 당초 문화제가 끝나고 촛불행진을 하려했으나 100만 명이 운집하면서 행진을 할 수 없게 되자 문화제 분위기로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광화문캠핑촌에서 만난 예술인들은 하나같이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블랙리스트로 예술인들의 목을 옥죄는 이 정권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광화문캠핑촌이 마련됐던 지난 금요일부터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춤꾼 이삼헌씨는 “예술인으로서 저항은 몸짓 하나로 보여주는 것이다”라며 대통령이 하야한다고 할 때까지 광화문캠핑촌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작가회의 최동호 시인은 “4.19나 5.18, 6월 항쟁을 다 겪어봤지만 오늘 민중총궐기는 어느 때보다도 감동이다. 그저 대통령만의 하야가 아니라 검찰과 경찰, 언론 등 그동안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한 사람들이 민중의 함성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이것이 끝이 아닌 시작이며 국민이 곧 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분노를 봤는데, 이것은 혁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권력도 이 목소리를 들었으면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에서 40여 명의 예술인들과 버스를 대절해서 왔다는 울산민예총 전수일 이사장은 “어려운 시국에 예술인들이 앞장서 나서는 건 당연한 거다. 세월호참사 등의 치유를 돕는 게 예술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울산에서도 그런 일들을 해왔다”며 이번에도 맘을 보태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번역가인 김한영씨는 “과거의 집회가 민주주의에 대해 경험을 못해본 민중들의 꿈이었다면 이번 총궐기는 잠시나마 민주주의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국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행동인 거 같다”라고 이날 집회 성격을 분석하고는 특히 “집회 참석한 사람들은 이곳에 나온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동하고 자발성이 넘치고 분위기가 자유로워 개인 각각의 힘들이 느껴진다”며 집회 참가자 각자가 독립된 민주주의 주체인거 같다고 감동을 전했다.

한편 이날 메인 무대에서 펼쳐진 문화제가 끝난 후에 광화문캠핑촌 입주 예술인들의 ‘광화문캠핑촌 1박2일 문화난장’이 열렸다. 문화제가 끝나고 아쉬워하는 시민들을 위해 예술인들의 다양한 공연과 시민자유발언대 등이 새벽까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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