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현장의소리 노동
모기는 살려고 피를 빨지만 재벌은…5월2일(월) 327일차 농성일기 - 모기와 재벌

초여름이 왔나 싶게 땀이 줄줄 흐릅니다. 저희들이 얘기하는 '철판뒤집기'의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잠시 후엔 비바람이 예정된 듯 흐려지고 강풍 대비를 했습니다. 플랑을 잘 걷어 묶어두고 그늘막도 날아가지 않게 기둥의 끈 몇 개를 풀어 잘 접어 묶어놓았습니다.

밤새 모기에 시달리며 잠을 설쳤습니다. 어제 밤에 방심했다가 습격을 받고 부랴부랴 대응을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정신 차리고 모기를 여러 마리 잡고 보니 온몸은 여기저기 부어오르고 손바닥에 핏자국이 쭉쭉 번집니다.

모기는 생존 때문에 피를 빤다고 치더라도 재벌들은 군림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피를 팔아댑니다. 노동자들이 죽을 때까지 말입니다. 모기만도 못한 돈만 가진 못된 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수십년을 일 해온 공장을 팔아버리고 자신의 가족이라며 부리던 노동자들을 버리는 나쁜 사장 때문에 수백일을 철탑에서 항의하는 나라.

수십년을 살아오던 동네에서 돈 몇 푼 쥐어주며 자신들의 개발이익에 눈이 멀어 폭력으로 쫓아내고 용역이 들어오면 경찰이 물러서는 나라. 법을 지키라고 호소하려면 수백일을 목숨 걸고 농성해야 하는 나라. 대한민국의 자화상 같아 씁쓸합니다.

오늘 만덕의 철탑농성장에 용역이 투입된다는 소식에 농성하시는 분들의 무탈하시기를 빌었습니다.

집중결의대회와 노동절이 지나고 나니 한가롭게 느껴집니다. 떨어지는 빗소리가 점점 거세지는군요. 농성하시는 모든 분들 오늘밤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관심 가져주신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시민모임 이우창님, 점심 준비해서 올려주신 집밥 지연호 선생님 고맙습니다.

편집국  news@minplusnews.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국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