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일(화) 328일차 농성일기

밤부터 오전내내 비가 오더니 온도가 뚝 떨어져 아침에는 긴 옷들을 꺼내 입었습니다.

이 곳은 눈을 감고 있으면 마치 비행기를 타고 있는것처럼 엔진같은 바람소리와 기류를 만난 흔들림으로 멀리 여행을 가고 있나 느낄 정도입니다. 동영상을 잠깐 찍는 순간에도 몸이 휘청합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도 해주시네요. 저희는 아무탈없이 잘 버티고 있으니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우리는 목표를 가지고 긴 여행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종착지가 어느 곳의 지명처럼 정해져 있다면 좋을 텐데 우리가 움직여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세상이 변해야 다다를 수 있는 그 곳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저 멀리 구불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산도 넘고 물도 건너면서 넘어지고 다쳐도 누군가가 도와주셔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집으로 돌아갈까 싶다가도 여기에서 포기하고 돌아가면 평생을 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가던 길 계속 가기로, 그래서 끝을 보기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하이텍 알씨디 동지들이 철탑농성을 해제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비바람 부는 험한 날씨에도 도시락 챙겨주신 김소명 집사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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