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이승만기념관 건립 일체 지원 중단해야”
한상곤 교수, “이승만 4.19 진압 무자비...조준 사격으로 학생들에 발포”
천주교·불교계, “이승만? 학살자·독재자·실질적 친일파”
오세훈 시장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 반대 시민 서명 전달하기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로 송현녹지광장에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하여 시민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조계종과 태고종 등 불교계도 이승만기념관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당초 지난해 5월 오 시장은 “(송현 광장은) 시민을 위한 열린 녹지 광장으로 어떤 시설도 들어올 수 없는 원칙을 정하고 끝까지 비워놓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지난달 입장을 바꿔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나섰기 때문.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헌법에는 이승만을 퇴진시킨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대목이 적시되어 있다.

서울 한복판에 이승만기념관을 짓는 일은 반공 테러와 부패, 부정선거로 악명을 떨친 이승만을 미화하여, 결국 헌법정신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5일 오전 11시 30분 송현 녹지광장에서 열린 '이승만 기념관 반대 각계 기자회견'에서 강현우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15일 오전 11시 30분 송현 녹지광장에서 열린 '이승만 기념관 반대 각계 기자회견'에서 강현우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시민사회, “이승만기념관 건립 일체 지원 중단해야”

15일 오전, 송현녹지광장에서 이승만기념관에 반대하는 각계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을 주최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3인조 5인조 공개투표 등을 자행한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에 맞선 3.15의거는 사월혁명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국민 위에 군림하던 독재자 이승만은 4월 26일 결국 하야하고 하와이로 쫓겨나는 비참한 말로를 맞이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자 대일 구걸외교, 과거사 청산 회피, 독립운동 폄하, 독재정권 미화 등 역사정의가 무너지더니 급기야 이승만 우상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역사의 죄인을 기리는 기념관을 서울 한복판에 짓겠다는 망발은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짓에 다름 아니다”라고 짚으며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대한 일체의 지원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상곤 교수, “이승만 4.19 진압 무자비...조준 사격으로 학생들에 발포”

한상곤 덕성여대 명예교수는 종로 일대의 장소성을 설명하며 기념관 부지의 부적합성을 지적했다.

4.19혁명 당시 정부 진압에 의한 공식사망자 186명 중 약 절반이 학생이었는데, 그들이 이승만 정부의 총탄에 맞아 숨진 장소가 바로 종로일대였다는 것.

이에 한 교수는 “학생들을 향한 발포 명령이 일어난 장소에 이승만기념관을 세우겠다는 것은 광주 금남로에 전두환기념관을 세우겠다는 것과 똑같다”며 “당시 진압은 안전규칙을 전혀 안 지키고 마치 적을 토벌하듯 조준사격, 수평사격으로 이뤄졌는데 그 같은 사격이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이 송현광장 일대 거리”라 밝혔다.

오세훈 시장이 느닷없이 말을 뒤집어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 배경 역시 도마에 올랐다.

한 교수는 “오세훈은 이승만을 미화하는 영화 <건국전쟁>에 100만 관객이 모인 걸 보고 머리를 굴렸을 것”이라며 “그들을 필두로 보수세력을 결집해 차기 대권주자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오세훈 시장도 세트로 퇴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주교·불교계, “이승만? 학살자·독재자·실질적 친일파”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강현우 서울대교구 신부는 “이승만 박사는 일제 시대에 미국에서 외교 독립을 위해서 애쓴다는 핑계로 편하게 지내며 통합 임시정부의 자칭 대통령으로서 있다가 독립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해 탄핵당했던 인물”이라 짚었다.

그러면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해체하여 친일파 척결이 어려워지게 만들었고, 본인의 영달만을 위해서 수많은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독재로 정권을 유지하려 했다”며 “무엇보다 제주 4.3 항쟁을 분쇄하여 공식적으로만 약 3만여 명을 죽게 만든 진범으로서 우리 역사에서 가장 많은 자국민을 학살한 위정자이기도 했다”고도 덧붙였다.

강 신부는 “이승만 박사는 3.15 부정선거로 인해 천주교와 관계가 껄끄럽게 되자 ‘가톨릭 교인인 민주당 부통령 후보 장면 박사가 당선되는 날에는 우리나라를 바티칸 교황청에 팔아먹을 것’이라고 선동하기도 했다”고 밝히며 “도대체 왜 그를 미화하는 만행을 저지르려고 하는 것인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15일 오전 10시 시청 앞에서 열린 '이승만 기념관 건립 반대 서명전달 기자회견'에서 진보당 유룻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15일 오전 10시 시청 앞에서 열린 '이승만 기념관 건립 반대 서명전달 기자회견'에서 진보당 유룻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태고종 법현스님도 “이승만은 여순사건 학살, 국가보안법 제정, 독재를 위한 개헌과 부정선거로 얼룩진 인물”이라며 “그런 사람의 기념관을 송현광장에 세우는 것은 아주 곤란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불교는 민주화와 민족 전통의 입장에서 이승만의 기념관 건립을 강력히 규탄하고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송현광장이 인사동, 삼청동 등의 문화벨트 안에 있는 만큼 기념관을 세워 지역을 갈라지게 하기보다는 비움으로 꽉 차게 가꾸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오세훈 시장에 이승만기념관 건립 반대 시민 서명 전달하기도

이날 회견에 앞서 서울시청앞에서도 ‘윤석열정권심판 서울시국회의’가 주최한 이승만기념관 반대 기자회견이 열린 바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반공만능주의가 가관으로 치닫는다”며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민주, 인권, 진보운동가로 위장했다’는 지난해 광복절 발언을 시작으로 노인의날과 개천절에도 반공을 내세우더니 이제는 ‘반공’을 명분으로 국민을 학살하고 전쟁으로 몰아넣은 이승만을 ‘건국영웅’으로 만들고 있다”고 규탄했다.

서울시국회의 이장희 상임대표는 “이승만은 1946년 6월 북진통일을 주장한 정읍 발언에서 보이듯 분단 상황을 고착화하여 70년 이상의 분단의 길을 걷게 한 장본인”이라며 “심지어 일제강점기에는 윤봉길 의사 등의 의거를 폭력이라고 가장 격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전쟁 전후로 그가 자행한 반공테러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민족의 얼이 숨쉬어야 되는 저 서울 한복판에 역사 청산의 제1호이자 50만에서 100만의 양민을 학살한 이승만의 기념관을 세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민족의 분단 극복과 민주주의 발전, 역사 정의의 확립을 위해 기념관 계획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유룻 서울시 의원 후보는 “윤석열 정권의 이승만 띄우기는 위험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은 서울 시민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오 시장은 시민 공감대를 모아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시민들의 공감대는 이승만 미화가 아닌 4.19혁명에 이어 제주 4.3항쟁, 그리고 평화와 통일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에 대해 분명히 철회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서울을 넘어 전국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주시할 것”이라 경고했다.

한편 이들은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반대하는 시민 서명을 오세훈 시장에게 전달하며 “종로구 송현광장을 시민들의 녹지공간으로 남겨두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부지검토를 무효화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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