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고마웠던 미국, 한국전쟁이 선물이었던 일본
전쟁이 공포였던 북한
또다시 전쟁, 그러나 새로운 전쟁
핵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민플러스는 지난 7월 정전협정 특판을 제작한 바 있다. 특판에 실렸던 원고를 다섯 차례에 나누어 연재한다.

정전70년, 대한민국

한국전쟁 제대로 보기

한국전쟁의 기원과 전개

정전협정과 전쟁체제

☞또다시 엄습해 오는 전쟁의 시간

한국전쟁이 고마웠던 미국, 한국전쟁이 선물이었던 일본

미국에 한국전쟁은 고마운 것이었다. 미국은 전 지구적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군사력 확보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국방비 증액은 필수였다. 미 국무부는 1950년 4월 국방비 증액을 담은 NSC-68 보고서를 작성했다. NSC-68은 1949년 당시 130억 달러였던 국방비를 500억 달러까지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루먼은 보고서를 승인할 수 없었다. 미 의회의 반대, 미 국민의 비판을 감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NSC-68 보고서는 1950년 9월 통과되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참여했던 미국 관리는 “감사하게도, 한국전쟁이 터져주었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패전의 고통에 휩싸여 있었다. 거의 모든 도시는 초토화되었고, 식량문제가 일본을 강타했으며, 일본 정부는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전쟁으로 미국에 군수물자를 판매하여 3년간 1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일본의 주요 산업생산력은 1953년을 거치면서 태평양전쟁 이전의 생산력을 회복했다.

일본이 1960년대 들어와 아시아 최대의 경제 대국이 되는 데 한국전쟁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요시다 총리는 “한국전쟁은 신이 일본에 내린 선물이다”라고 즐거워했다.

전쟁이 공포였던 북한

함경남도의 원산은 북한의 군사요충지였다. 미 공군은 원산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했다. 머리를 땅에 박는 자세로 받는 얼차려인 원산폭격은 여기에 유래했다. 자세가 마치 비행기가 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급강하하는 모습과 비슷해서 생긴 명칭이다.

원산폭격이 고유어가 될 만큼 북한은 미국의 폭격을 받아야 했다. 1950년 7월 30일 미국의 폭격기 47대가 흥남의 질소화학공장에 500톤의 폭탄을 투하했다. 미국은 전략폭격의 유용성을 확인하고 북한의 산업시설을 폭격하도록 지시했다.

▲ 미군의 폭격으로 사라진 평양 시가지(노컷뉴스/창비)
▲ 미군의 폭격으로 사라진 평양의 건물들(노컷뉴스/창비)

1950년 가을 미군 폭격기는 신의주를 사흘 동안 폭격했다. 20만 신의주 인구 중 3분의 2가 죽고, 도시의 80%가 잿더미가 되었다. 전쟁 초기 미 극동군 공군사령관을 지낸 에멋 오도넬은 51년 1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한국에는 더 이상의 폭격 목표가 없다.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전 한반도는 단지 끔찍한 잿더미일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투기 조종사였던 커티스 르메이는 독일과 일본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던 인물이다. 한국전쟁의 전면전 시기 전략폭격사령관이었던 르메이는 “우리는 한국의 북쪽에서도, 남쪽에서도 모든 도시를 불태웠다. 우리는 100만 이상의 민간인을 죽이고 수백만 이상을 집에서 내쫓았다”라고 자랑하듯 말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실시될 때마다 공습의 공포에 떨었다. 군사 훈련이 시작될 때마다 북한 정부는 준전시 상태를 선언하고 북한 주민들은 지하 시설로 대피하기를 반복했다. 그만큼 전쟁은 북한에 포 그 자체였다.

또다시 전쟁, 그러나 새로운 전쟁

신냉전의 분위기 속에서 한반도에도 전쟁의 기운이 엄습하고 있다. 지난 3월 한미 양국은 이틀을 빼고 매일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지난해 7월부터 매달 여러 차례씩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다. 7월 중순 미 해군 핵잠수함이 부산항에 입항했다.

북한은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전개될 때마다 이를 격추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정찰기가 북한의 영역을 침범하여 비행했다면서 격추 의사를 노골화하고 있다.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의 전쟁은 과거의 전쟁과 다르다. 북한은 핵무기와 그것을 미 본토로 날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했다. 따라서 전면전이 다시 발생한다면 그 전쟁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미 본토로 확장될 것이다.

만약 전쟁이 재발한다면 그 전쟁은 핵전쟁이 될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핵정책을 법으로 채택했고 그것을 공개했다. 북한의 핵 공격은 선제공격까지 포함한다. 북한이 설정한 5개의 핵무기 사용 조건은 다음과 같다.

▶ 핵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감행됐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 국가지도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비핵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 유사시 전쟁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한 경우

▶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지금 한미 양국이 벌이는 군사훈련과 군사행동은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만약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가 자신을 향한 임박한 공격 징후로 판단한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전쟁 시기에도 핵무기 투하를 검토했고, 1957년엔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했고, 탈냉전 시기에도 한반도에 대한 핵공격을 군사정책으로 갖고 있었다. 따라서 전쟁의 재발은 북미 쌍방의 핵전쟁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 전쟁에서 어떤 선택권도 갖지 못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은 주한미군 사령관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은, 과거에도 지금도 북한과 미국과의 전쟁이다.

핵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핵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자체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남북 사이에 공포의 핵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미국은 한국의 핵 개발를 저지하려 할 것이며, 그것을 어기고 우리가 핵무기 개발에 착수하면 제재를 가할 것이다. 자체 핵무기 개발은 미국과의 관계 단절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보수 정권은 절대로 그것을 추진할 수 없다.

설령 그렇게 해서 핵무기를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북미 사이에 공포의 핵균형이 형성되어 있는 지금도 한반도는 전쟁 위기에 휩싸여 있지 않은가. 따라서 이것은 우리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

둘째,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하려 하지 않는다. 미국은 본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핵무기가 배치되면 북한의 미 본토 공격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또한 남북 군사력 충돌 시 핵무기 사용 압박을 받게 된다. 이는 미 본토가 핵공격 받을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미국은 이런 위험한 선택을 하려 하지 않는다.

설령 미국의 핵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되더라도 한반도 평화는 보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평화는 더욱 위협받게 된다. 북한은 핵무기 배치를 자신에 대한 임박한 핵 공격 징후로 간주할 것이다. 미국이 핵무기를 배치하려 하는 순간 미국은 북한의 핵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즉 핵무기 배치는 핵전쟁을 의미한다.

▲ 미국의 전술핵 MRG-3 리틀존
▲ 미국의 전술핵 MRG-3 리틀존

셋째, 미국과 핵무기를 공유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걸핏하면 외치는 것이 바로 ‘핵공유’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핵협의그룹(NSG)을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핵공유’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핵공유는 그런 것이 아니다. 나토식 ‘핵공유’는 유럽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를 나토 국가의 전투기에 장착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토 국가가 미국의 핵무기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나토 국가의 전투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방법은 미국의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강화하는 결과가 될 뿐 미국의 핵무기를 공유하는 방법이 아니다. 미국은 누구와도 핵무기를 공유하지 않는다.

넷째,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영호의 주장처럼, 북한 정권을 없애는 것이다. 북한 정권을 없애기 위해서는 군사력이 동원되어야 하고, 결국 핵전쟁이 발생한다. 핵전쟁의 공포를 없애려는 방법이 핵전쟁을 초래한다. 이것 역시 우리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네 개의 선택지는 결코 핵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핵전쟁을 촉발하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검토할 방법은 미군을 몰아내는 것이다. 미군은 한국전쟁의 기원이자 발단이 되었다. 미군은 해방 직후부터 한반도를 점령하여 한반도 평화를 위협해 왔다. 그런데 미군을 몰아내는 것은 현재의 양당 정치 체제로 가능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 역시 미국 앞에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따라서 자주 정치를 추구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집권해야 가능하다. 즉 진보 집권을 해야만 미군을 몰아낼 수 있다.

미군을 몰아내는 과정은 무수한 정치적 갈등을 수반할 것이다. 미국을 등에 업고 기득권을 유지해 왔던 친미 사대 세력들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저항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력한 정치권력을 확보해 친미 사대 세력들까지 무력화시켜야만 미군 철수는 가능하다.

친미 사대 세력이 지금까지 남북 관계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는 점에서, 그들을 무력화시키는 과정은 곧 새로운 남북 관계의 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된다. 결국 미군 철수는 남북 관계 발전과 연방제 통일로 가는 경로가 된다. 미군이 철수해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이 가능하다.

이런 정치적 힘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군은 쉽게 물러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한반도 전쟁의 일차적 촉발자는 윤석열 정부이다. 윤석열 정부는 신냉전의 돌격대를 자임하고 있고, 미국의 한반도 전쟁 돌격대를 자처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을 이대로 두고서는 한국의 민생, 민주주의, 평화가 모두 파괴될 것이다.

그래서 우선해야 할 것은 윤석열 정권 퇴진이다. 윤석열 정권 퇴진에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일단은 윤석열 정권을 퇴진하고 볼 일이며, 그 투쟁을 전개하고 승리하는 과정에서 진보 집권을 위한 정치 역량은 강화될 수 있다. 또한 윤석열 정권을 퇴진하는 투쟁 속에서 미군 철수 역량도 축적된다.

▲ 2023년 7월 15일 윤석열 정권 퇴진 범국민대회가 진행되었다.
▲ 2023년 7월 15일 윤석열 정권 퇴진 범국민대회가 진행되었다.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막고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는 출발은 윤석열 정권 퇴진이며, 한반도 평화의 종착점은 미군 철수이다. 정전 70년을 맞는 우리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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