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한반도, 흡사 6.25 전야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분단이 지속되는 한 평화는 없다

민플러스는 지난 7월 정전협정 특판을 제작한 바 있다. 특판에 실렸던 원고를 다섯 차례에 나누어 연재한다.

☞정전70년, 대한민국

한국전쟁 제대로 보기

한국전쟁의 기원과 전개

정전협정과 전쟁체제

또다시 엄습해 오는 전쟁의 시간

 2023년의 한반도, 흡사 6.25 전야

북한 정권을 타도하자는 사람이 통일부 장관이 되었다. 보수 정권의 통일부 장관 중 제대로 된 대북정책을 추진한 경우는 물론 없었지만, 그렇다고 하여 ‘노골적으로’ 북 정권 타도를 외치는 사람이 통일부 장관이 된 적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앉힌 김영호는 ‘북 정권 타도’를 주창하는 최초의 통일부 장관이다.

비슷한 시기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총연맹 행사에서 문재인 정권을 ‘반국가세력’이라고 지칭했다. 정확한 발언은 “반국가세력들은 (북한의)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습니다”이다. 반국가세력이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을 주장해서 문제라는 것인지,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을 외쳐서 반국가세력이라는 것인지 그 의미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을 외치면 반국가세력이라고 규정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은 분명하다.

지난해 5월 21일 정부 출범 11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전략자산 전개를 합의했다. 그 이후 한미 양국은 지금까지 전략폭격기, 전투기,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이 참여하는 훈련을 수십 차례가 넘게 진행했다. 전략자산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무기를 일컫는다. 즉 핵무기 공격을 위한 한미 훈련이 윤석열 정부 들어와 수십 차례 진행된 것이다.

▲ 2023년 3월 단 이틀을 제외하고 한미군사훈련이 진행되었다. (황남순 페이스북)
▲ 2023년 3월 단 이틀을 제외하고 한미군사훈련이 진행되었다. (황남순 페이스북)

한미 양국이 수십 차례 핵무기 전개 훈련을 진행하고, 북한 정권 ‘타도’를 외치는 통일부 장관이 들어서고 종전선언 추진을 ‘반국가세력의 합창’으로 간주하는 상황. 이는 분명히 정상적 상황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전 70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은 지금 또다시 전쟁을 향해 치닫고 있는 셈이다. 아니 윤석열 정권이 전쟁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흡사 1949년 한반도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1949년 이승만 정권은 ‘북진 통일’을 주창했다. 북한 정권 타도를 공공연하게 추구했다. 38선 인근에서는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리고 1950년 6월 25일,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상황은 1949년의 상황을 방불케 한다. 그때 ‘북진 통일’은 전면전으로 비화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북한 정권과의 전면적 대결 정책, 또다시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비화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한반도는 가장 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저 쉬고 있을 뿐이다. 70년 전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다. 정전협정은 군사적 교전을 중지하는 군사적 성질의 합의이다. 평화협정이라는 정치적 성질의 합의를 맺어야 전쟁은 끝난다.

한국전쟁은 인류 역사의 가장 오래된 전쟁이다. 모든 전쟁은 한 나라가 항복하거나 사라지거나 혹은 전쟁 당사국들이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끝난다. 정전상태가 70년 동안 진행되는 경우는 한국전쟁을 제외하고는 없다.

물론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54년 4월 26일부터 6월 1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기 위한 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제네바 정치회담은 어떤 합의점도 끌어내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 그 후 냉전이 격화되면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노력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냉전 해체 이후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2000년 조미 공동 코뮤니케가 그것이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조명록 총정치국장은 클린턴 대통령,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코언 국방부 장관 등을 만나 북미 공동 코뮤니케를 합의하고, 4자회담 등을 통해 한국전쟁을 종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쌍방은 한반도에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1953년의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 바꾸어 한국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 데서 4자회담 등 여러 가지 방도들이 있다는 데 대하여 견해를 같이하였다.

이는 2007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10.4 선언(남북 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에도 명시되었다.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가장 최근의 합의인 2018년 4.27 판문점선언(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에서도 한국전쟁을 종결시키는 문제를 합의했다.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 합의는 이행되지 못했다. 2000년 북미 공동 코뮤니케는 미국에서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실상 폐기되었다. 2007년 10.4 선언 역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행되지 못했다. 2017년 판문점 선언 역시 미국의 반대와 문재인 정부의 소극성으로 인해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게 정전협정은 70년에 이르고 있다. 가장 오래된 전쟁은 오늘도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분단이 지속되는 한 평화는 없다

분단 문제는 남북 사이에 극복해야 할 문제이고, 전쟁 문제는 북미 사이에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는 언제나 함께 움직였다. 북미 대화가 막히면 남북 대화가 막혔고, 북미 대화가 열리면 남북 대화도 열렸다. 평화가 실현되어야 분단 극복도 가능하고, 분단 극복이 가능해야 평화가 공고화된다. 이는 하나의 법칙이다.

예를 들어 2000년 6.15 공동선언에서 남북 사이에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로 합의했다. 도로와 철도를연결하기 위해서는 DMZ(비무장지대) 일대의 지뢰를 제거해야 한다. 남과 북은 지뢰를 제거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DMZ는 유엔사 관할이기 때문에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사는 한국전쟁과 정전체제의 산물이다. 한국전쟁이 종결되지 않고,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결과 유엔사가 남아 남북 합의 이행에 딴지를 걸었다.

남북 합의 이행을 달가워하지 않는 국내 정치세력은 미국의 반대를 이유로 내세워 지뢰 제거 작업을 반대했다. 그들은 남북 합의 이행보다 한미관계 안정을 우선했다. 미국이 싫어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고였다. 그렇게 미국과 국내 일부 정치세력은 한통속이 되어 남북 하의 이행을 가로막았다.

남북 관계 발전을 원하지 않는 미국과 국내 정치세력이 내세우는 명분은 정전체제에서 나왔다. 유엔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한미동맹을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하고,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된다는 논리로까지 비약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이 종전선언 합창을 했다는 발언 역시 종전선언을 하면 유엔사의 존립 근거가 약화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발언이다. 유엔사는 한미동맹의 상징이고, 유엔사는 영구적이어야 하며, 유엔사의 존립 근거를 없애는 종전선언은 반국가적이라는 사고이다.

2017년 4월 27일 판문점 합의의 연장선상에서 그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군사분야이행합의서가 채택됐다. 그 합의서가 채택된 후 남과 북의 대포에는 덮개가 씌어졌다. 상대방을향해 포를 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조치였다. 남북 관계가 발전하면 평화적 환경이 만들어진다. 평화적 환경이 만들어지면 남북 관계는 더욱 발전한다.

▲ 2018년 11월 1일판문점선언군사분야이행합의가 발효되면서 남측 고속정 포신에 덮개가 설치돼 있다.
▲ 2018년 11월 1일판문점선언군사분야이행합의가 발효되면서 남측 고속정 포신에 덮개가 설치돼 있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분단과 전쟁은 쌍둥이다. 분단을 만들고 유지하려는 세력이 전쟁을 일으켰다. 남북 화해를 한사코 거부하고 가로막고 합의 이행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북한과의 대결을 주장한다. 분단을 조장하고 강화하려는 세력이 한반도에서 권력을 잡는 한 한반도 평화는 요원하다. 냉전은 그런 세력들에게 장기 집권의 환경을 만들어 주었고, 그렇게 분단이 계속되었고, 전쟁도 계속되었다. 분단이 지속되는 한 한반도에서 평화는 불가능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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