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경찰, “윗선에서 지시가 있었다”고 알려
장옥기 위원장, “장례 마치고 자진 출두할 것”

경찰이 건설노조 투쟁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조 간부에 대한 무리한 구속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2일로 예정된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의 출석일을 경찰이 임의로 앞당겼기 때문이다.

지난달 16·17일의 건설노조 집회를 명목으로 경찰은 장옥기 위원장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이에 장 위원장과 변호인은 담당수사관과 협의하여 오는 12일로 출석일을 확정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사전 협의를 무시하고 돌연 8일로 출석을 변경했다.

장 위원장 측이 이유를 묻자, 담당 수사관은 “자기도 모른다”며, “윗선에서 지시가 있었다”고 얼버무렸다. 또 경찰은 8일 새벽 6시경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구경북지부까지 압수수색했다.

이에 경찰이 구속영장을 염두에 두고 사전 작업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8일 오전 11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경찰 출석요구에 대한 건설노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8일 오전 11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경찰 출석요구에 대한 건설노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건설노조는 8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경찰 출석요구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장옥기 위원장은 “노사간 교섭이 제대로 안 될땐 단체행동이 가능하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윤석열 정권은 이것을 불법으로 낙인찍어 건설노동자 1천명을 넘게 소환조사 하고 22명을 구속했다”고 분노를 표했다.

지난달 12일 건설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건설노조 탄압 TF해체,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 노사간 대화 등을 정부 측에 요구하고 1박 2일간 상경투쟁을 벌였다. 경찰은 이를 불법이라며 장 위원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장 위원장은 “1박 2일간 정당하게 행사된 표현의 자유를 불법으로 매도하여 현재 출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회동 열사의 장례를 노동조합장으로 치르는 만큼, 상주로서 유가족과 모든 장례절차를 잘 마무리하고 변호사를 통해 일정을 맞춰 경찰에 자진 출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회동 열사의 형 양회선 씨도 유족의 입장을 전했다. 이날 양 씨는 “장옥기 위원장은 상주”라면서, “동생은 가족도 사랑했지만, 함께 일하며 땀 흘린 건설노조도 사랑했다”고 강조했다.

‘양회동 열사 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문화단체 공동행동’ 대표로 참석한 권영국 변호사는 “현재 경찰이 서울 도심 광장을 모두 봉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노동자가 노동탄압에 항의하다 사망했고, 그 노조가 규탄과 대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한다면 정부나 지자체는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고 꼬집으며 “광장을 원천 봉쇄해 놓고 건설노조가 마치 도심교통을 어지럽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부조리”라고 역설했다.

이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는 본래 사용자에게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한다”며 “그걸 강요라 한다면 한국사회에서 노조 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목소리 높이는 게 공갈이고 협박이면 노동자는 무릎 꿇고 구걸해야 하냐”며 “윤석열은 통제된 노동조합, 굴욕적인 노동조합을 원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더불어 양 위원장은 “곧 있을 ILO 총회에서 윤 정권의 노동파괴행위를 낱낱이 폭로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민주노총은 범국민 윤석열 퇴진 운동본부를 준비중”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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