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신냉전 구축과 특징, 그리고 한반도

냉전 시대의 러시아와 중국은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1월 중순 공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매일같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지난 해 12월, 몇몇 국제정치전문가들과 토론을 할 기회가 있었다. 토론은 자연스럽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인가 여부에 집중되었고,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미국이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쉽게 군사력을 동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필자는 달리 보았다. 설령 우크라이나 뒤에 미국이 있다 하더라도, 그래서 결국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미러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이 존재하더라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필자의 전망(?)대로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필자와 다른 전문가들의 예측이 달랐던 이유는 국제정치를 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다른 전문가들은 ‘미국의 힘과 질서’를 중심으로 그리고 냉전시대의 연장선에서 국제정치를 보고 있었고, 필자는 러시아(후술하겠지만 중국도 포함된다)의 변화된 대외전략을 중심으로 국제정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미 2014년에 크림반도를 병합함으로써 공세적 대외전략을 공식화했다. 미국 중심의 국제사회가 대러제재를 공식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크림반도를 병합했고, 대러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공세적 대외전략으로 일관했다. 즉 냉전시대 ‘미국의 힘과 질서’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던 소련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역시 시진핑 체제가 등장하면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대외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소위 ‘도광양회’에서 벗어나 ‘굴기’를 시작한 것이다.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 도광양회는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힘을 기르는 중국 대외전략을 상징하는 용어였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 하의 중국은 항공모함 보유를 비롯하여 군현대화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시작했다. 2014년 3월 시진핑 주석이 밝힌 것처럼 “중국이라는 사자가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세적인 대외전략은 우리에게 경계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중국은 오랜 기간 동안 우리를 침략하고 지배해왔고, 러시아 역시 서세동점의 시대에 조선을 점령하고 지배하려다가 일본에 의해 강제로 퇴각당했던 역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의 대외전략을 경계하는 것과 현재의 정세를 규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현 정세를 규정하는 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도, 러시아도 냉전 시대의 그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러 양국은 미국의 패권적 질서에 수세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던 냉전 시대의 정책에서 벗어나 자기 발전전략과 미국의 전략과 충돌할 때 미국과 정면 대결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중국, 새로운 러시아이다. 중러 두 나라는 2010년 이후 이같은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왔다.

미국은 정확하게 중국과 러시아의 변화를 감지했다. 2010년 이후 러시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로까지 나토를 확장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아시아회귀전략-아시아태평양전략-인도태평양전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대중국 견제정책을 본격화한 것이 2010년 이후의 일이다.

▲ 2022년 2월 4일 동계올림픽 참석차 베이징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 2022년 2월 4일 동계올림픽 참석차 베이징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신냉전의 시작: 중러의 부상을 막으려는 미국 vs 그것을 뚫으려는 중러

시진핑 주석이 취임 직후부터 수년 동안 미국 관리를 만날 때마다 강조해왔던 말이 있다. “태평양은 두 대국이 수용하기에 충분히 넓다”는 말이 그것이다. 즉 태평양은 넓으니 미국, 중국이 싸울 필요 없이 공동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위 ‘신형대국관계’를 구축하자는 취지이다.

중국이 강조하는 신형대국관계는 두 가지 메시지를 함축한다. 전쟁을 통해 국제질서가 재편되어 왔던 과거의 강대국 경쟁 패턴에서 벗어나 평화적인 양국 관계를 구축하자는 것이 첫 번째이며, 두 번째는 상대방 국가의 핵심이익을 간섭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패권을 공유하거나 나눌 생각이 없었다. 미국의 선택은 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하고, 유럽에서 러시아를 포위하는 것이었다. 러시아 포위는 나토의 동진으로 나타났다. 2010년 우크라이나에서 친러 정부가 등장하고 반정부시위가 본격화되자 이에 개입하여 나토를 받아들여 러시아 포위라는 미국의 구상에 동참할 수 있는 새로운 우크라이나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외교(사실은 정치공작!)를 본격화했다.

중국 포위는 아시아태평양 동맹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되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대중 봉쇄에 동참시키기 위해 한일 위안부 합의를 연출하고, 한일지소미아 체결을 독려했다. 그리고 박근혜 탄핵이라는 정치공백을 활용하여 싸드 배치를 공식화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병합하는 것으로 미국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중국은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고, 남중국해의 인공섬을 군사화하는 것으로 미국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신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신냉전은 미국의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여 부상을 막으려는 정치경제군사적 시도와 그것을 뚫으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경제군사적 시도가 충돌함으로써 생겨난 새로운 대결전선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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