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의 구축 과정과 특징 그리고 한반도

신냉전의 특징: 전지구적 차원

신냉전은 단지 새로운 냉전이 아니다. 미국의 주도성을 수용했던 냉전 시대의 소련, 중국과 달리 신냉전 시대의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를 정면으로 거부한다. 따라서 신냉전은 미국과 중러의 첨예한 정치경제군사적 대결이다. 미국도, 중러도 이 대결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다. 그래서 신냉전의 첫 번째 특징은 장기성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신냉전은 지속된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체제 차원의 도전 국가”로 규정한데서 확인되듯이, 신냉전의 궁극적 대결은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바이든 정부가 11월 중간선거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를 토사구팽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같은 분석과 전망은 신냉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오는 착각일 뿐이다.

신냉전은 자신의 패권적 지위를 위협할 정도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미국의 장기 기획이다. 미국의 신냉전 정책은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경제군사력이 무력화될 때까지 계속된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의 대결을 피할 생각이 없다. 어느 한쪽도 물러설 수 없는 장기적 대결이 신냉전의 본질이다.

장기성이라는 특징에서 신냉전의 두 번째 특징이 도출되는데 바로 첨예성이다. 미국과 중러의 대결은 시간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과격해질 것이다. 대결이 첨예해질수록 정치경제적 수단은 총동원된다. 나토와 아시아태평양 동맹을 사실상 하나의 동맹체로 묶고, 칩4동맹 등 경제안보동맹을 구축하려고 하는 미국의 시도, 다극질서 구축을 위해 브릭스를 확대하려는 중러의 시도는 모두 첨예성의 반영이다.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수단을 총동원하여 대결을 펼치고 있다.

신냉전의 특징이 첨예성이라고 할 때 반드시 검토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핵을 보유한 국가들끼리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공포의 핵균형’이 그것이다. 냉전시대 때 만들어진 이 이론은 비록 미소 양국이 핵군비경쟁을 벌이기는 했지만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을 핵무기가 억제해왔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것은 소련이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피했던 정책의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냉전 시대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피하지 않으려는 태세다. 따라서 ‘공포의 핵균형’ 이론은 신냉전시대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 2022년 7월 나토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나토의 '신 전략 개념(new Strategic Concept)'은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나토는 핵동맹으로 남아있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사진:NATO 홈페이지]
▲ 2022년 7월 나토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나토의 '신 전략 개념(new Strategic Concept)'은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나토는 핵동맹으로 남아있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사진:NATO 홈페이지]

현실이 바뀌면 이론도 바뀐다. 이론이 현실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반영으로 이론은 재구성된다. 물론 신냉전의 첨예성이 반드시 핵전쟁으로 귀결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중러 3국 모두 핵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첨예한 대결이 지속될 경우 신냉전적 대결을 펼치고 있는 미중러 3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냉전의 현실과 신냉전의 현실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정세는 현실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요구한다. 기존의 이론으로 정세가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신냉전의 정세를 정확히 파악해야 정확한 대응 방향이 설정된다. 장기성을 속성으로 하는 신냉전은 우크라이나에 머물러 있지 않다. 신냉전의 무대는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다. 첨예성을 속성으로 하는 신냉전은 핵보유국들이 ‘공포의 핵균형’ 상태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사실상 총력전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런 신냉전이 바로 지금 여기 우리가 서 있는 한반도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서세동점의 시대에서 식민과 전쟁을 겪고, 냉전의 시대에서 분단과 전쟁을 겪어야 했던 한반도에 냉전 시기 보다 더 치열하고 첨예한 군사적 대결 정세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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