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지' 작가 남정현 선생 타계

▲ 1967년 5월2일. ‘분지’사건 1심 법정 [사진 : 한겨레]
▲ 1967년 5월2일. ‘분지’사건 1심 법정 [사진 : 한겨레]

님정현 선생이 돌아가셨다.
한 평생 소설과 민족자주통일운동 그리고 말년에 통합진보당을 위해 헌신해 오신 남정현 선생께서 지난 21일 오전 10시 노환으로 별세하셨다.

“남정현 선생”하면 <소설가>로 ‘분지’와 <민족자주원로>로 ‘통합진보당 엄호 지지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선생은 <소설가>로 ‘똥땅’이란 뜻인 분지(糞地)를 통해 선생이 살던 자주가 없는 외세 식민지적 삶을 살고 있는 남녘땅을 통렬하게 풍자하였다.
『현대문학』 1965년 3월호에 실린 <분지>로 선생은 중앙정보부에 의해 7월 9일 긴급 구속되어, 1년 후인 1966년 7월 23일 반공법(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다.

1965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 『통일전선』 5월 8일자에 <분지>가 전재되는데 중앙정보부는 “이 소설은 북괴의 누군가가 써서 건네준 것일 터이니 그 접선 내용을 밝히라”라며 고문으로 반공법을 덮어씌운 것이 기소 이유다.

▲ 남정현 작가 모교인 서산 중앙고 교정에 있는 남정현 문학비[사진 : 최진섭 도서출판 말 대표]
▲ 남정현 작가 모교인 서산 중앙고 교정에 있는 남정현 문학비[사진 : 최진섭 도서출판 말 대표]

그리고 기소 요지는 “반미 사상을 부추겨 북괴의 대남적화 전략의 상투적 활동에 동조한”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소설 중간에 있는 현실에 대한 혐오를 담은 직설적인 비판도 기소에 포함된다.

“이 견딜 수 없이 썩어빠진 국회여, 정부여. 

나 같은 것을 다 빽으로 알고 붙잡고 늘어지려는 주변의 이 허기진 눈깔들을 보아라. 

너희들은 도대체 뭣을 믿고 밤낮 없이 주지육림(酒池肉林) 속에서 헤게모니 쟁탈전에만 부심하고 있는가. 

나오라. 요정에서 호텔에서 관사에서. 그리고 민중들의 선두에 어서 몸소 아스팔트에 배때기를 깔고 전 세계를 향하여 일대 찬란한 데몬스트레이션을 전개할 용의는 없는가. 

진정으로 한민족(韓民族)을 살리기 위해서 원조를 해줄 놈들은 끽소리 없이 원조를 해주고 그렇지 않는 놈들은 당장 지옥에다 대가리를 처박으라고 전 세계를 향하여 피를 토하며 고꾸라질 용의는 없는가. 말하라, 말하라.”

▲ 2013년 11월8일. 국회 앞 3일차 통합진보당 의원단 단식 농성장을 격려 지지 방문하는 남정현 선생, 사월혁명회,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 [사진 : 사월혁명회]
▲ 2013년 11월8일. 국회 앞 3일차 통합진보당 의원단 단식 농성장을 격려 지지 방문하는 남정현 선생, 사월혁명회,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 [사진 : 사월혁명회]

선생은 <민족자주원로>로 민족자주를 열망하면서 말년에 희망인 ‘통합진보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노구를 이끌고 통합진보당을 엄호 지지하였다.

물론 선생은 이미 박정희군부 팟쇼정권인 1971년에는 민주수호국민협의회 결성에 참여하다 1974년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세칭 '민청학련사건')으로 구속되어 긴급조치 해제로 석방되는 민주화운동가이시기도 하다.

특히 전두환군부 팟쇼정권 때인 1980년에는 예비 검속으로 구속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선생은 무엇보다 민족자주를 열망하였다.

그래서 민족 분단의 원흉인 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폐지를 위해 작품을 쓰기도 하였다.

2011년에 발표한 ‘편지 한 통-미 제국주의 전상서’는 국가보안법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가 자신의 조물주이자 상전인 ‘미 제국주의’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선생의 마지막 소설이었다. 

선생은 조선의 핵 억지력이라는 현실 위에서 미국과 조선 사이에 오가는 평화협정 논의를 불안하고 불만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면서 반미를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통합진보당이 너무도 좋았다.

그래서 2012년 소위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과 2013년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사건’ 구명 운동과 당을 엄호 지지하는데 참가하였다.

▲ 남정현 선생의 장례식은 2020년 12월22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소설가 남정현 문인장'으로 치러졌다.
▲ 남정현 선생의 장례식은 2020년 12월22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소설가 남정현 문인장'으로 치러졌다.

존경하는 남정현 선생님!
선생님은 가셨지만 우리는 선생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선생님의 조국과 민족자주 그리고 통일에 대한 신념은 여기 모인 우리들의 가슴속에 살아있고 영원히 불타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선생님이 못 다한 꿈을 우리는 반드시 쟁취 할 것입니다.

조국은 기억하리라!
선생님의 이름과 걸어온 길을!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