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면서 정전 당사국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미 국무부는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복잡한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비핵화 달성을 위해 대북 대화에 전념하고 있다”라며 북한(조선)의 반응을 예의주시한다.

북한(조선)은 빠르게 발표한 리태성 외무성 부상의 담화에서 “(종전선언이)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시기상조”라며, 군사훈련과 전략무기 배치 같은 대북 적대 정책부터 우선 철회하라는 원칙적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리태성 부상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한 우리의 정당한 국방력 강화조치는 ‘도발’로 매도되고, 우리를 위협하는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군비증강 행위는 ‘억제력 확보’로 미화되는 미국식 이중기준”을 비판하면서 이 또한 대북 적대 정책의 산물이라고 일갈했다.

중국은 한국의 종전 노력을 지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종전선언 제안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문재인 대통령은 귀국길에 “종전선언은 비핵화 협상이나 평화협상에 들어가는 이른바 입구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북미 당국을 재차 설득하고, “주한미군의 철수라든지 한미동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국내 보수세력의 반발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종전선언에 심혈을 기울인 이유는 대선 정국에 북미대화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이 정권 재창출에 도움 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미‧중 정상회담을 갖고 종전을 선언하는 그림을 연출하려고 구상했다. 그러나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으로 발전할 것을 우려한 미국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부추겨 북한(조선)의 올림픽 공식 참가를 불허해 버렸다. 대신 바이든 행정부는 ‘포괄적 실용적 접근’이라는 대북정책에 따라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분석이다.

24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내놓았다.

김여정 부부장은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쌍방 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 철회라는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말하자면 이미 핵을 보유한 북한(조선)을 한사코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미국에 문재인 대통령만이라도 동조하지 말라는 간곡한 표현을 담은 것이다.

종전선언을 하면 좋지만 아직 시기상조라고 한 것도 문재인 대통령이 북의 미사일 시험을 ‘도발’이라고 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서 한가지 주목할 대목은 미국에는 대화 자체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반면, 전제를 깔긴 했지만 남북 대화는 재개할 용의가 있다는 여지를 남긴 점이다.

결국 공은 다시 문재인 정부에 넘어왔다. 차기 정부에 진전된 평화 체제를 물려줄지, 아니면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에 편승해 고장난 녹음기처럼 비핵화만 떠들다 허송세월을 보낼 지는 전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결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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