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체제청산 민중입법안(4) - ‘진짜 사장 찾아주는’ 고용구조 청산·10대 재벌 맞춤형 개혁방안

민중공동행동이 6개월 동안 연구한 ‘재벌체제청산’을 위한 민중입법요구안 내용 중 마지막 네 번째. “‘진짜 사장 찾아주는’ 고용구조 청산”을 위한 법안을 살펴본다.

또, 지난달 ‘재벌체제청산 입법요구안 토론회’에서 민중당이 발표한 ‘10대 재벌 맞춤형 재벌개혁방안’을 소개한다.

민중공동행동은 이 법안 내용으로 대중적인 입법청원운동을 벌여 ‘재벌체제청산’ 의제를 사회·정치적으로 여론화하고, 내년 21대 총선에서 재벌의제를 쟁점화해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재벌체제청산을 위한 개혁입법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편집자]

1) ‘불법-탈법 범죄경영’ 삼성 이재용 심판
2) ‘세습-전횡 틀어막는’ 소유지배구조 청산
3) ‘넘치는 곳간 여는’ 이윤착취구조 청산
4) ‘진짜 사장 찾아주는’ 고용구조 청산/ 10대 재벌 맞춤형 개혁방안

민중공동행동 재벌체제청산 대중입법운동 워킹팀(민주노총, 민주노총 법률원, 민중당, 변혁당, 한국진보연대)은 “‘사용자 정의’를 확대해 노동자들에게 ‘진짜 사장’을 찾아줘야 한다”면서 재벌체제 청산을 위한 민중들의 입법요구안 마지막 법안으로 ‘공동사용자책임’ 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개정을 제시했다. 송명숙 민중당 정책위원이 발제를 맡았다.

▲ 지난달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벌체제청산 입법요구안 토론회’

“사측의 훼방에 맞서 어렵게 노동조합을 만들고, 내 월급을 실제로 결정하는 원청 사장과 마주 앉아 월급 올려달라 말할 수 있는 하청 노동자는 대한민국에 없다.” 단체교섭 자리에서 내 월급 정하는 원청, 진짜 사장은 얼굴조차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근로계약서에 사내하청업체, 용역업체가 사용자로 되어 있으면 아무리 노조를 만들어도 원청은 근로계약서에 자신들의 이름 한 자도 없다고 책임을 회피한다. 그런데 하청업체 사장 역시 교섭장에 나와선 ‘원청이 도급대금을 안 올려주면 자신도 임금 올려줄 방법이 없다’는 이유를 댈 뿐이다.

실질적인 결정권자와 교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는 노동을 제공하고도 제대로 된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원청 사이에 있는 하청업체, 택배기사와 택배회사 사이의 대리점, 가맹점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가맹본부 사이의 가맹점주 등이 있기 때문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구조적으로 사업의 이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상위 사용자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차단되게 된다.

송 위원은 “노동자들의 임금 등 노동조건을 실제로 결정할 권한을 가진 상위 사용자와 직접 단체교섭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문제를 근본에서 푸는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공동사용자책임 인정”을 민중입법요구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사내하청, 외주용역, OEM까지 다양한 간접고용형태가 활용되고 있는 지금, 한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자가 여럿 있을 수 있다. 이들 모두에게 사용자로서 노동조건을 보장할 책임, 노동조건 결정하는 단체교섭에 참가할 의무를 공동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것. 사용자가 여럿인 경우, 이들이 함께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공동사용자책임’이다.

▲ 사진 : 뉴시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원청은 현대차다. 계약은 사내하청업체와 하지만 그들의 노동조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현대차다. 하청업체와 현대차가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의 사용자가 되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의 택배노동자는 형식상 대리점과 계약하는 독립사업자(특수고용노동자)지만 실제론 CJ가 정해준 요금대로 CJ가 지시하는 방식대로 CJ이름으로 물품을 배달한다. 이들 택배노동자의 사용자는 대리점과 CJ대한통운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아르바이트(알바)는 가맹점주가 채용하고 해고하지만 물건의 가격은 가맹점주가 아닌 가맹본부가 정한다. 일하는 방식도 가맹본부가 정하는 대로 해야 한다. 시급은 가맹점주가 정하지만 가맹본부가 가져가는 수수료 등이 바뀌어야 이들의 급여도 오를 수 있다. 가맹점 알바의 사용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모두다. 이들에게 ‘공동사용자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송 위원은 이 ‘공동사용자책임’의 전제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는데서 출발한다고 했다. 계약의 형식이 어떻든, 직접계약 관계에 있든 아니든, 타인의 사업을 위해 자신의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모두 ‘근로자’로 보고, 누구나 노조를 만들 수 있고,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고, 단체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 정의 규정도 바꿔야 한다. 계약의 유무와 형식을 묻지 않고 사업의 필수 부분을 운영하기 위해 타인으로부터 노동을 제공받거나 그로부터 이익을 취하며, 타인의 노동의 내용과 방식, 노동조건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는 자는 모두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동사용자책임의 핵심은 ‘단체교섭 의무’다. 현대차 사장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단체교섭장에서 마주앉는 것이다. 교섭의무의 범위는 원칙상 임금, 노동시간, 산업안전보건 조치 등 노동조건과 노조활동 전반이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결정에 실질적·지배적 영향력이 있는 자들이 함께 노동조건 전반을 놓고 교섭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실효성 있는 교섭 방식”으로 최저임금과 초과근로 등 가산임금에 대한 연대책임도 여러 사용자들 모두에게 부과한다.

▲ 민중입법요구안 발제하는 송명숙 민중당 정책위원

이것이 가능할까? 미국의 사례가 있다.

미국은 공정근로기준법, 연방노동관계법 등에서 ‘공동사용자’ 개념을 인정한다. 오바마 행정부 이후 ‘경제적 실체 기준’을 채택해, 노동자가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사용자인지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노동자의 일이 통합된 경제적 단위의 일부분이라면 그 사용자가 계약을 지배하는 것으로 보아 ‘공동사용자’로 보는 것인데, △수행된 노무가 사용자의 사업의 필수 내용이라면 △원청이 하청업체와 공조해 하나의 단위로 운영하는 사업이라면 △하청업체가 계약내용의 중요한 변화없이 다른 하청업자에게 도급계약을 이전할 수 있다면 원청과 하청을 모두 공동사용자로 보고 있다.

또, 사업주가 노동자와 명시적인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사용자책임을 부담시킨다. 공정근로기준법 상 공동사용자책임은 최저임금, 근로시간(연장근로제한,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금 지급), 아동노동에 대해 적용되고 있다. 연방노동관계법엔 공동사용자에게 하청노동자들과의 교섭할 의무를 인정해 원청도 단체교섭의 의무를 져야 한다.

송명숙 위원은 “우리 근로기준법은 도급사업, 건설업에서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규정하고, “최저임금법은 도급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에 대해 최저임금연대책임을 지는 경우”를 정하며,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 원청에게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원하청 노사가 모두 안전보건위원회를 만들어 노사협의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아직 예외적·부분적으로만 인정되고, 그 책임의 범위도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를 개정해 “예외적·부분적 시도에 법리적 근거를 갖추고, 노동법 전반에서 사용자들이 공동으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원칙이 되게 하며, 공동으로 부담하는 사용자책임의 범위를 단체교섭 의무, 최저임금 및 가산임금 지급 책임으로 분명히 정해 강제하려는 것”이다. 민중입법요구안은 이 ‘공동사용자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10대 재벌그룹별 맞춤형 개혁방안

이어 송명숙 위원은 민중당 정책실에서 정리한 ‘10대 재벌 맞춤형 개혁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 ‘재벌체제청산 민중입법요구안’의 내용 1) ‘불법-탈법 범죄경영’ 삼성 이재용 심판, 2) ‘세습-전횡 틀어막는’ 소유지배구조 청산, 3) ‘넘치는 곳간 여는’ 이윤착취구조 청산의 내용이 각 재벌의 특성에 맞게 적용돼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사진 : 뉴시스

○ SK그룹 : 자사주 규제와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

재계 3위 SK그룹을 개혁하는 방안은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자사주의 마법’을 규제하는 것이다. SK그룹은 비교적 최근에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집단이다.

그룹의 핵심 지배구조는 ㈜SK- SK텔레콤(자회사) – SK하이닉스(손자회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룹 내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SK하이닉스가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로 존재하고 있다. ㈜SK가 SK텔레콤을 소유한 비율이 26.8%에 지나지 않고,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에 출자한 비율은 20.1%다.

또, SK그룹은 가장 높은 자사주 비율을 가지고 있는 그룹이기도 하다. ㈜SK는 최근(10월1일)에도 7181억 원을 들여 자사주 5%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비율이 25.7%까지 늘어나게 되는데, ㈜SK의 현재 순차입금은 6.7조 원에 달한다. SK는 SK C&C 합병 시에도 6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자사주의 마법’을 활용한 바 있다.

지주회사 전환 시 추가 납입 없이 총수일가의 지분을 오히려 늘릴 수 있게 만드는 ‘자사주의 마법’을 규제하고 지주회사가 자본총액의 일정비율을 초과하는 부채보유를 금지하는 등 ‘행위제한 규제’를 강화하는 게 SK그룹을 개혁하는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LG그룹·롯데그룹 :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

재계 4위 LG그룹과 5위 롯데그룹 개혁방안은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LG그룹은 안정적인 지주회사 체계로 이미 전환된 지 오래다. 자사주 보유도 거의 없다. LG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의 마법’을 처음 개발하고 이미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성공적으로 높여온 기업이기 때문에, 이제 LG그룹은 ‘자사주의 마법’이 더 이상 불필요한 상황이 됐다.
㈜LG의 보통 30%대 정도의 지분율로 주력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 30.5%, LG U+ 36%, LG화학 30% 지분율로 자회사를 두고 있는 것. 의무 보유 지분율을 40%로 크게 올리면 ㈜LG의 지분율이 높지 않은 자회사들은 분할될 수 있다.

현재 지주회사 전환 추진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지분 보유비율이 20%를 겨우 넘는 지주회사 체계다. LG그룹과 같은 규제로 롯데그룹도 상당수 계열사로 분할할 수 있다.

▲ 사진 : 뉴시스

○ 한화그룹 : 사익편취 규제 강화·금산분리 원칙 강화

재계 6위 한화그룹은 10대 재벌 중 가장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승연 회장이 19% 지분을 보유한 ㈜한화가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한화케미컬, 한화건설, 한화생명보험을 지배하고 이들 회사를 통해 한화그룹 대부분의 회사를 지배한다.

3세 승계가 진행 중인 한화는 그룹 3세들이 100% 지분을 소유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고, 한화종합화학이 한화솔라파워를 지배하고 그룹전체의 지배력 장악을 위해 ㈜한화 지분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솔라파워는 여러 태양광 관련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또, 한화케미칼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한화도시개발은 그룹 내 또 다른 내부 지주회사로서 각종 부동산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이런 그룹 내 복잡한 지배구조는 사익편취가 일어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한다”는 비판과 함께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한화그룹은 특히 금융사 및 보험회사가 10개 존재하고 금융부분 자산총액은 총 139조 원으로 삼성그룹 다음으로 금융부분 자산총액이 두 번째로 가장 많은 기업집단이다. 10개 금융회사 중 두 개가 그룹계열사에 출자했다. ‘금산분리 원칙’을 강화하는 것도 한화그룹을 개혁하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 현대중공업·신세계그룹·한진그룹 : 지주회사 규제

재계 7위 GS그룹은 안정적인 지주회사 체계로 ㈜GS가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GS에너지 등 상당수의 자회사의 지분을 100% 혹은 높은 비율로 보유하고 있는 반면, 재계 8위 현대중공업과 9위 신세계그룹, 10위 한진그룹은 지주회사 규제 강화가 필요한 재벌그룹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총수 정몽준이 현대중공업 지주회사의 지분 25.8%를 지배하고, 이 지주회사가 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등을 지배하고 있는 형태다. 또 자회사 현대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을 손자회사로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지주회사가 그룹의 주력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3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이 강화돼 30~40% 이상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의무화 되면 지배구조가 크게 변화되고 지주회사 체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그룹은 지주회사가 아니지만 마치 신세계와 이마트가 두 개의 지주회사처럼 수직적 출자구조를 완성해 지배하는 구조다. 딸과 아들이 각각 두 개의 핵심계열사를 지배하고 있고, 향후 두 개의 독립된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신세계그룹에도 지주회사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재계 10위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주력기업인 대한항공 및 ㈜한진의 지분 보유가 30% 이내다.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를 강화하면 ㈜한진 및 대한항공 지주회사 체계는 흔들릴 수 있다.

이렇듯 현행 지주회사 체계는 재벌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과거 30~40% 지분만을 가진 상장 자회사의 배당수입은 세법상 이익으로 보지 않고 과세를 하지 않는 ‘익금불산입’으로 세제 혜택까지 받아왔다. 이들에 대한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신세계그룹은 또 총수 정몽준, 이명희가 보유한 지분을 성실공익법인을 통해 10%의 지분을 세금 없이 재벌 3세의 지배력을 유지하는데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개혁방안으로 제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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