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회관 745호실 이야기(11) - 국정감사 이야기③

과학기술 방송통신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 안전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상임위에서 다루어지는 각종 과학방송통신 관련 정책적 내용 외에도 우정사업본부와 출연연·진흥원 등 60여개의 산하기관, 공영방송사 등에 대한 감사도 함께 진행된다. 

예상되듯 우리 의원실에는 노동조합의 민원이 많다.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는 박사님부터 청소하는 노동자까지, 방송을 준비하는 PD부터 작가와 스텝까지, 어디에도 노동자는 있다. 피감기관마다 비정규직 문제를 안고 있었고, 방송·통신·IT업계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그대로 노사문제로 드러나고 있었다. 

국정감사를 마치고 질의서를 취합해 보니 우리 의원실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룬 60여 개의 질의 내용 중에서 20건이 노동 사안이었다. 환노위 회의장도 아니고 과방위에서 늘 노동 사안에 대한 질의를 하게 되니 의원님 스스로도 민망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니면 또 누가 노동자의 목소리를 낼까?

국정감사는 희망노조와의 기자회견으로 시작했다. 이제 막 노동조합을 만든 CJ헬로 서부산해운대 센터의 노동자들은 기자회견 직전까지 기자회견 개최를 망설였다고 한다. 혹여나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고민이 되었을 터다.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센터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업체 사장은 직원들이 모여있는 단체 카톡방에다 욕설을 쏟아내고 급기야 나체사진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 문제는 국감장에서도 그대로 다뤄졌다. 김종훈 의원은 이런 업체에게 공공 서비스를 맡겨서는 안 된다며, 과기부가 통신사의 유료방송 인허가 과정에서 이런 업체를 걸러 낼 것을 주문했다. 
통신사 외주업체들의 열악한 노동 실태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최근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투쟁이 시작되면서 외주업체가 자회사 형식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과기부가 이런 문제에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 
국정감사가 끝날 때쯤 해당 업체는 계약해지 되었고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새로운 업체가 사업을 승계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글로벌 IT기업 오라클은 지난해부터 노동자들의 파업과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사업장이다. 이 투쟁을 통해서 IT 노동자들의 초장시간 노동시간 등 열악한 노동조건이 사회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우리는 한국 오라클 문건 대표이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렀다. 글로벌 기업이 조세회피처를 활용해 이윤을 해외로 빼돌리는 문제, 국내법을 피해 가는 행태 등을 지적했지만, 내심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성실히 임하라는 국회의원의 압박이기도 했다. 국정감사 때문인지, 오라클은 노동조합에게 사무실 공간을 내주고 대화를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많이 다뤘다. 정권이 바뀐 지 한참인데, 과기부 산하 수많은 연구기관들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사측이 자회사를 고집하니 노동자가 쉽게 동의해줄 리 없다. 노동조합이 없는 곳은 자회사로 해야 정년을 보장할 수 있다며 일방적인 정보를 흘리고, 노동자들이 원해서 자회사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는 답변을 한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정부 정책의 변화로 생긴 적자가 마치 청소노동자들 때문인 냥 적자 때문에 직고용은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다. 
여야로부터 편파방송이라며 비난받는 KBS가 어떤 때는 불쌍하기도 하지만 ‘KBS비즈니스’ 자회사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 사진과 임금표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정규직화 대상 사업장이지만 업체 사장들의 반발을 이유로 정규직화가 미뤄지고 있는 원전 비정규직들은 한 달씩 연장되는 계약이 더 불안하다. 

그들에겐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노동자에겐 생존이 달린 문제다. 국정감사기간 의원들 개개인에 대해 별점을 매기는 매체는 김종훈 의원을 ‘환노위 같은 과방위’로 평하기도 한다. 그래도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의원이 아닐까? 
미약한 힘이어서 서러울 때가 더 많지만 간간이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니 그래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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