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호의 씨네마‘北’ (2)

본 연재는 북녘 땅 전역에서 방송되는 조선중앙텔레비죤에서 최근에 방영한 영화를 소개함으로써 조금이나마 북측 인민들이 느끼는 현재의 정서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 동안 70년 넘는 분단은 왕래는 물론 체제조차 서로 달리하며 살아온 탓에 남과 북은 실로 많은 것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다시 합쳐져야만 할 운명적 공동체이기에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통일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며 이 글이 그 것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

이에 본 연재는 영화에 대한 필자의 특별한 평가나 분석을 되도록 자제하고 영화 속에 나오는 대화를 그대로 옮기면서 가장 현실감 있게 북의 민낯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참고로 개성공단지원재단 이사장 김진향의 “우리가 아는 북한(조선)은 없다”는 말과 “우리가 북한(조선)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미국 조지아대학교 교수 박한식의 말을 되새기며 북한(조선) 영화를 선입관 없이 그냥 우리와 다른, ‘또 다른 사회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필자 소개 : 연세대학교에서 북한(조선) 영화를 연구하며 박사과정을 수료하였고, <북한영화, 그리고 거짓말>, <하나를 위하여>, <한양도성 걸어서 한바퀴>, <서촌을 걷다>, <21세기 민족주의>(정수일 외 공저)등을 저술하였다. 한편 양심수후원회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통일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 북은 원료부문에서는 주체철, 기계부문에서는 CNC, 우주과학부문에서는 인공위성을 성공시킴으로써 이러한 근본기술로 과학혁명을 주도하고 있으며, 노동부문에서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함으로써 기존 군사부문에 집중되었던 노동력을 경제건설로 전환하면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극심한 대북제재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여러 요소들이 결합하면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있어서, 주체철은 《성강의 파도》(2011), CNC는 《첨단선》(7부작, 2002), 인공위성은 《내가 본 나라》(5부작 중 4부와 5부, 2010) 등을 통하여 이 모든 개발과정을 극영화로 창작하여 전 인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3차 핵실험 성공보다 더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한 원료부문의 ‘주체철’ 개발과정을 담은 영화 《성강의 파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영화는 주체철을 성공시킨 성진제강연합기업소에서 그것을 연구 완성한 1998년부터 2009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개봉된 것은 2011년이다.

참고로 북에서 영화는 상품용이 아니라 교육용이기 때문에 조선중앙텔레비죤을 통해 자주 재방송되는데 《성강의 파도》 역시 올해에도 각각 3월과 10월, 두 번에 걸쳐 방송되었다.

 영화 속 대화는 글로 보는 편의를 위해 불필요한 대사 등은 삭제하거나 동일인의 나누어진 말을 합치는 등 약간의 편집을 한 것이다. 또 자료의 한계상 대사를 녹취한 것이기 때문에 명확히 들리지 않은 부분은 물음표(?)를 하거나 OO로 표시하였음을 알린다.

▲ 김일성상 계관인 위웅용과 송재환이 영화문학을 썼으며, 연출은 공훈배우 리관암과 박주국이 맡았다. 그리고 주체철을 개발해낸 주인공 역은 리성광이 밑았다.[사진 : 유튜브] 

먼저 이 영화는 시작 내레이션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면서 영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영화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유훈을 높이 받들고 우리식 주체철 생산체계를 완성한 성강의 영웅적 노동계급들에게 드린다.” 

그리고 로동신문에 의하면 이 영화는 “실재한 사실과 인물들에 기초하여 창작”되었으며, 이 영화를 통해 “주체철 생산체계를 완성할 데 대한 어버이 수령님의 유훈이 어떻게 빛나게 관철되였으며 주체철 탄생이 가지는 력사적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 제강소에 자원하여 온 제대군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주체철에 대해 설명을 한다.

● 제대군인, “여기 성강에서 뽑는 쇳물 앞에 왜 ‘주체’라는 말을 붙입니까?”

○ 책임비서, “동무들도 알겠지만 야금계에서는 콕스(코크스)가 없이는 강철을 생산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있었소. 그런데 우리한테는 그게 없거든. 그러니 부득불 남의 나라에서 사와야겠지? 동무들~ 생각해 보시요. 부강조국 건설에 절실히 필요한 강철을 남들한테 손을 내밀어 만들 수야 없지 않소. 안 그렇소? 그래서 일찍이 어버이 수령님께서는 콕스를 쓰지 않는 우리식의 제철법을 완성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그 이름을 ‘주체철’이라 하시었고, 오늘날 우리 장군님께서도 주체철을 ‘조국수호의 철’, ‘사회주의 옹호(?)의 철’이라고 말씀하신 거요.”

제철산업이 가능하려면 철광석뿐만 아니라 코크스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북에는 철광석 매장량은 세계 9위로 엄청난 양이지만 국가 재정과 미국의 대북제재가 제철산업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하여 오랜 연구 끝에 코크스를 전혀 쓰지 않고도 철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공법을 지난 2009년에 성공시켰고, 그 이름을 ‘주체철’이라 명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의 선전매체들은 이제 “주체철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미 코크스 30% 감소단계에 머물렀던 1998년부터 코크스 100% 감소단계를 이룬 2009년까지의 주체철 연구와 그 과정에서의 험난했던 모습을 영화로 담은 것이다. 영화 속 몇 장면을 통해 주체철 개발의 험난했던 모습과 그것을 이룰 수 있었던 힘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동무는 자기의 지식이 무엇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오?”

▲ 직접 합숙소 방 페인트칠을 하며 기대하는 신임 기사를 맞이하는 기업소 책임비서.[사진 : 유튜브] 

주체철 연구를 통해 김책공대 최우등생으로 졸업하고 이곳 성진제강연합기업소로 자원하여 온 주인공 신철광의 합숙소 꾸미기 위해 페인트칠을 직접하며 그를 맞이한 기업소 책임비서는 숨죽은 제강소에 실망하여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는 그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며, 이 영화가 관람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 책임비서, “우린 기사동무에 대한 기대가 크오. 최우등 졸업생이라면서? 하하하”

○ 신철광, “(책임비서인 줄 모르고 그저 작업부로 생각하고)아바이~, 내가 졸업논문을 뭘 가지고 쓴 줄 압니까? 주체철을 가지고 썼습니다. 지금까지 이룬 주체철 30%를 조금이라도 발전시키고 싶어서 말입니다. 정말이지 난 큰 꿈을 안고 이 성강으로 왔는데…. 그런데 숨죽은 공장들을 돌아보니 생각을 달리하지 않을 수 없군요. 아바이~, 그래서 난 청진에 있는 5.28연구소에 갈 생각입니다. 여기는 괜히 아까운 시간만 들 것 같아서요. 난 주체철에 나의 지식을 깡그리 바치고 싶습니다. 아바이도 내 결심 지지하겠죠?”

● 책임비서, “철광 동무~, 내 한 가지 물을까?”

○ 신철광, “네.”

● 책임비서, “동무는 자기의 지식이 무엇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오?”

○ 신철광, (황당해 하며)“아니~ 이런.”

● 책임비서, “왜? 너무 단순한 질문이 돼서?”

○ 신철광, “그런 건 아니지만….”

● 책임비서, “대답해보오.”

○ 신철광,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증명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책임비서, “그건 무슨 소리요?”

○ 신철광, “무슨 소리라니요. 내가 누구 덕에 공부했습니까? 그러니 당과 조국 앞에 내가 어떻게 살았는가를 증명해야 할 게 아닙니까?”

● 책임비서, “그러니 자기를 증명하기 위해 필요하다(이거겠지)?”

○ 신철광, “아니, 내 말이 틀렸습니까?”

● 책임비서, “허허허”

○ 신철광, “어? 아바이?”

● 책임비서, (얼굴을 붉히며)“아바이, 아바이 하지 마오. 아직도 젊은 사람 보고. 가오! 연구소든 어디든. 하지만 똑똑히 알고 가오. 자기의 지식, 자기의 생이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를 모르는 사람은 어디가든 슬러지 찌꺼기 같이 버림을 받게 된다는 것을. 으음~!”

이렇게 처음 책임비서가 자기에 대해 실망하고 돌아간 뒤 주인공 신철광은 책임비서가 자기에게 던진 질문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 신철광, “그렇다. 나는 그 물음에 대답을 해야 했다. 그것은 한 당일군의 물음이기 전에 성강노동계급이, 아니 조국이 나에게 한 물음이었기 때문이다.”

② “학생의 시험지는 교원이 채점하지만, 교원의 량심은 조국이 채점한다”

▲ 대학 스승이 연구에서 빠지려는 신철광을 설득하는 모습.[사진 : 유튜브]

한편 주인공은 자신의 연구가 기존의 기술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데, 기존 발명이 바로 자기 스승의 남편이 이룬 성과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를 자신이 부정해야 하는 부담으로 연구팀에서 빠지려 하자 이를 말리는 스승과 나누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차혜선, “왜 연구소에서 손을 떼려고 했어? 어? 침묵을 지킬 셈이에요. 철광 동무!”

○ 신철광, “선생님~ 나도 연구에 뛰어들어 성공도 하고 싶고, 박사도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내 꿈이 아무리 소중해도 선생님의 긍지를 짓밟으면서까지야 어떻게… 난 그렇게 못합니다.”

● 차혜선, “내가 동무를 헛 가르쳤군요.”

○ 신철광, “선생님!”

● 차혜선, “어~ 말해봐요. 그래 대학에서 동무에게 공학적 지식만 가르쳤어요? 예?”

○ 신철광, “나 말고도 다른 기사들이 많지 않습니까? 사실 이 연구의 발기자도 내가 아닙니다.”

● 차혜선, “그만해!”

(이때 고문지배인이 끼어든다)

◐ 고문지배인, “차선생~ 어서 떠나슈.”

● 차혜선, “어떻게 떠납니까? 전 못 갑니다.”

◐ 고문지배인, “아 걱정 말고 새벽차로 떠나라니까요.”

● 차혜선, “고문지배인 동지~, 학생의 시험지는 교원이 채점하지만, 교원의 량심은 조국이 채점합니다. 교육자가 어떻게 살았는가는 제자의 모습에서 증명된단 말입니다.(눈물을 흘린다)”

③ “바다의 성격은 파도로 알고, 사람의 성격은 그가 지닌 사상으로 안다” 

▲ 김정일 위원장이 성강제강연합기업소에 보내준 《성강의 파도》라는 제목의 그림.[사진 : 유튜브]

주체철 연구와 실험의 실패 속에 좌절에 빠진 주인공에게 책임비서는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며 일깨우고 주인공 역시 그 뜻을 받아들이며 결국 코크스 60% 감소의 주체철을 성공시킨다.

● 책임비서, “바다의 성격은 파도로 알고, 사람의 성격은 그가 지닌 사상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 신철광, (책임비서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말한다)“파도! 파도는 지칠 줄 모른다. 파도는 잠들지도 얼지도 않는다. 그런데 난 난관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실패라는 찬바람에 오그라들어 있었다. 저 거세차고 억센 기상으로 우리를 흔들어 깨우는 ‘성강의 파도’. 그 파도는 이렇게 묻고 있다. ‘너의 생이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고”

● 책임비서, “동무들! 우리 굴할 줄 모르는 저 ‘성강의 파도’처럼 위대한 장군님의 크나큰 믿음과 기대에 쇳물의 파도로 OO히 보답합시다!”

④ “우리 성강의 노동계급은 주체철 100%만 인정합니다”

▲ 작업반장이 코크스 60% 절감에 만족하는 주인공 신철광 기사에게 100% 저감의 주체철만을 인정할 수 있다며 항의하는 모습.[사진: 유튜브]

다음 대화는 주인공 신철광 기사가 코크스 60%를 절감하여 생산된 철강에 만족을 표하자 한 노동자가 100%만이 진정한 ‘주체철’이라며 항의하는 내용이다.

● 신철광, “호중 동무~ 정말 섭섭하구만. 어쩌면 동무가??”

○ 작업반장, “뭐요?”

● 신철광, “동무도 그 60%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잘 알지 않는가?”

○ 작업반장, “알지! 하지만 그게 어디 승리한 전투요. 싸움으로 말하면 100명 중 40명은 놓친 셈인데….”

● 신철광, “하지만 우린 세계 야금계를 놀래우지 않았소.”

○ 작업반장, “물론 놀래웠지. 그러나 지금도 파철로 쓰고 있지 않소.”

● 신철광, “우린 콕스와의 전쟁이 끊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단 말이요.”

결국 한 작업반장의 문제제기는 순식간에 공장 전체에 퍼졌고, 그의 문제제기에 대해 공장 일꾼들은 답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의가 열린다.

● 책임비서, “물론 상상을 초월하는 힘겨운 일이요. 어디 가서 물어 볼 데도 없고, 알아 볼 데도 없소. 하지만 우리는 주체철 100%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방도는 있소. 우리한테는 장군님께서 보내주신 산소분리기가 있지 않소. 우린 제철제강법에 산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하신 그 말씀을 명심하지 못했단 말이요.”

○ 직장장 허숭수, “합시다! 우린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온 성강이 100%짜리 주체철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책임비서, “옳습니다. 그 어떤 기적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보다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서 먼저 창조되는 법입니다. 철광 실장동무!”

◐ 신철광, “예! 하겠습니다. 아니 꼭 해내겠습니다. 우리 기술자들에게는 노동계급의 그 물음에 누구보다 먼저 대답을 줘야 할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 책임비서, “ 좋소~! 주OO 지배인동무 전투계획을 발표하시오.”

⑤ 영화 속 명언

● “그 어떤 기적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보다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서 먼저 창조되는 법이다.”

● “바로 그거야. 우리 장군님의 말씀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박사고, 앞장에서 관철하는 사람이 영웅이지.”

● “이 땅의 가장 큰 재부는 인재들의 애국심이다.”

● “실패도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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