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무노조 경영의 흑역사(4) - 또 하나의 산재왕국

‘무노조 경영’ 하면 흔히 삼성재벌을 떠올린다. 하지만 무노조 경영은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우리 사회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다. 포스코는 연 매출액이 60조원에 이르는 국내 6대 기업이다. 지난달 27일 포스코 이사회는 신임 회장으로 최정우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한편으론 “사외이사들의 반란”이라 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선 “포스코 비리의 공범이자 정준양-권오준 전 회장 시절 적폐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세계 철강 수요 축소와 미국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의 추격 속에서 한국 철강산업 역시 기로에 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위기를 노동자와 함께하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헤쳐 나가야 하는 숙제를 최정우 회장 체제가 어찌 풀어갈지 관심사다. 

금속노조는 최 회장 취임을 전후해 포스코 무노조 경영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5차례에 걸쳐 포스코 무노조 경영의 흑역사를 조명한다. 

1.포스코 노동자들이 바라본 포스코
2.포스코의 노동탄압의 역사
3.포스코, 감시받지 않은 경영-뿌리깊은 권력유착
4.포스코, 또 하나의 산재왕국
5.포스코 최정우 신임회장에게 바란다

 

▲ 사진 : 포항MBC뉴스 캡처

안전 실종, 산재 왕국 포스코

비리와 부정이 끊이지 않는 부실경영에 이어, 포스코 무노조 경영이 빚은 또 다른 참사는 바로 노동자의 생명을 빼앗는 중대재해의 연속이다. 뜨거운 쇳물과 거대한 철재가 가득한 제철소는 그 자체로 고위험 시설물이다. 안 그래도 산업안전의 필요성이 높은 공장이지만 노동력을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착취하는 포스코의 기업문화로 인해 각종 사고는 은폐되기 일수다. 사고가 드러나도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포스코의 태도는 인명을 우습게 여기는 포스코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래서 현장의 노동자들은 자조적으로 포스코 용광로의 재료 중 하나가 사람 목숨이라고 한탄한다. 

포스코 홍보물을 보면 스마트팩토리 최초 구현, 완전자동화, 연매출 수조 원에 이르는 포스코ICT 등 온갖 첨단기술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것만 보면 포스코는 꿈의 공장을 실현했다. 그러나 현실은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속 죽어 나가는 절망의 공장이다. 작업장의 특성상 한번 사고가 나면 말로 옮기기 힘들 지경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런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포스코는 생산 차질, 주가 하락, 이미지 손상만을 걱정한다. 생명이 아닌 소모품이기에 사고를 예방하는 비용을 아껴 사고를 덮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한다. 포항이건, 광양이건 재해가 발생하면 포스코는 안전조치를 강화했다는 홍보성 기사로 매체를 도배해 사고 기사를 밀어낸다. 

무노조 경영은 안전에 둔감한 괴물 포스코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전시행사에 낭비하지 말고 산안법을 준수하고 근본적인 현장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포스코가 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노동조합과 함께 정기 현장 안전점검 및 현장 안전체계를 만들자는 외침을 이제는 외면하지 말고 깨끗하고 안전한 포스코로 다시 태어나야 할 때다.

▲ 상경투쟁 중에 포항 산재문제 규탄 인증샷에 동참하고 있는 양산 이원정공 조합원들[사진 :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 제공]

산재사고·죽음의 역사

포항제철소 사고로 죽거나 다친 사람은 대부분 외주 하청업체 노동자다. 때문에 ‘위험의 외주화’라는 사회적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2013년 3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1공장 내 용융로(용해로)에서 폭발사고와 함께 불이 나 1명이 다쳤다. 12월에는 파이넥스 3공장 주변 플랜트 산소설비 현장에서 외주 하청업체 노동자 2명이 사망했으나, 포스코는 3월 사고와 마찬가지로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사고 책임을 회피하였다. 사실은 플랜트 산소설비(66m) 내 60m가량 높이에 설치된 콜드박스(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질소, 아르곤 등을 분리해 인근 파이넥스 공장 등으로 공급하는 장치)를 점검하다 현장에서 노동자 스스로 의식할 새도 없이 질식사한 것이다. 2014년 5월에는 2고로(용광로) 안에서 가스 밸브를 교체하는 작업 중 남아있던 가스가 압력으로 인해 폭발하고 밸브가 튕겨 나가면서 일어난 사고로 하청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5명이 중상을 입었다. 

2014년 7월 광양제철소 3연주공장(액체 상태인 쇳물에 압력을 가해 강판으로 응고시키는 공장)에서 폭발사고로 작업하던 포스코 직원 2명과 하청노동자 1명이 잇달아 사망하였다.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포스코(대표이사 권오준)와 포스코 간부 2명이 기소됐으나 법원은 2016년 무죄로 판결하였다. 위험의 외주화는 늘어나도 중대재해·산재사망사고의 책임을 져야 할 대기업은 법망을 피해가는 현실이다. 

2016년 포항제철소에서 1열연공장에서 압연롤 볼트 융단작업 중 유압유가 가열되면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김모씨가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서울 성심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하청업체 노동자 권모씨도 1도 화상을 입고 포항기독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포항제철소에서 전신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여 피해자를 서울로 후송했으나 포스코가 협조하지 않아 정확한 사고 개요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전 10시 중대재해 발생했음에도 오후 3시가 되도록 "사고발생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며, 아직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포스코는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2016년 5월 광양제철소 외주파트너사 노동자가 코일카(코일을 이동하는 장치로 5~10톤 코일의 하중을 견디는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을 교체하던 중 뒤집힌 코일카에 깔리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하였다. 

2016년 12월 광양제철소에서 터널 구조의 내화벽돌(생석회 제조설비)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상단부가 붕괴하여 작업하던 노동자 2명이 현장에서 즉사하였다. 

2017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2016년 한 해 동안 산재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으로 포스코(7명 사망), 포스코건설(5명 사망)이 현대중공업과 함께 1위에 선정되었다. 매해 최악의 살인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자의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며 "반복적인 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한 기업살인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시급하나 포스코도 정부도 방관하고 있었다. 

▲ 포항 산재규탄 인증샷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금속노조[사진제공 :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

2018년 1월 포항제철소 냉각탑 충전재 교체작업을 하던 중 포스코의 안전조치 소홀로 인한 질소누출사고 발생하였다. 비정규직노동자 4명이 보호장구를 착용했음에도 한꺼번에 사망했다. 사망자들은 한 달에 150∼200시간 근무한 적도 있을 만큼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렸다. 3월 중순 광양제철소 원료부두 내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노동자가 흙더미에 맞아 어깨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4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 공장동 사일로 작업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작업 도중 발생한 사고로 손가락 4개를 잃었다. 6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2제강공장 철강반제품 정정라인 현장에서 작업중이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동 철강반제품 정정라인 3톤짜리 크레인 설비에 끼어 사망하였다. 

2018년 1월 질소누출 산재사망 사고 후 특별근로감독 실시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법처리 대상 414건(하청 13개소 38건), 과태료 146건 5억2935만 원(하청 36개소, 87건, 1억4790만 원), 작업 중지 10곳, 사용중지 25대, 시정지시 725건’이 확인되었다. 이는 포스코가 말로만 안전제일을 외치고, 보여주기식 안전행사만 개최하며 정작 노동자들의 현장 안전요구와 시스템 개선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배제한 결과라는 것을 말해준다. 

2018년 1월 인천 송도 주상복합 더샵 센트럴시티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 사망하였다. 2018년 3월 포스코건설 해운대 LCT A동(최고 85층) 공사현장 55층에서 노동자 3명이 작업 중이던 공사장 구조물(안전작업발판)이 200m 아래 지상으로 추락해 4명이 즉사하고, 다른 4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포스코건설 현장소장은 담당공무원에게 지속적으로 접대와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달에는 인천 송도 포스코 센토피아 현장 펌프카 타설 중 아웃트리거 지반 침하로 전도사고가 발생해 타설 작업 중이던 건설노동자가 사망했다. 또다시 포스코건설이 시공 중인 부산 화명동 산성터널 현장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인 슬라브가 일부 파손되면서 신호수 역할을 하던 노동자를 가격해 사망하였다. 5월에는 서산 포스코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5개월 동안 중대재해로 하청노동자 12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친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선정하는 최악의 산재기업에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노동부 산재보험 통계 및 중대재해 보고 자료 등에 따르면, 포스코건설 현장에선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모두 59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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