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무노조 경영의 흑역사(3) - 무노조 경영의 결과

‘무노조 경영’ 하면 흔히 삼성재벌을 떠올린다. 하지만 무노조 경영은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우리 사회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다. 포스코는 연 매출액이 60조원에 이르는 국내 6대 기업이다. 지난달 27일 포스코 이사회는 신임 회장으로 최정우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한편으론 “사외이사들의 반란”이라 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선 “포스코 비리의 공범이자 정준양-권오준 전 회장 시절 적폐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세계 철강 수요 축소와 미국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의 추격 속에서 한국 철강산업 역시 기로에 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위기를 노동자와 함께하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헤쳐 나가야 하는 숙제를 최정우 회장 체제가 어찌 풀어갈지 관심사다. 

금속노조는 최 회장 취임을 전후해 포스코 무노조 경영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5차례에 걸쳐 포스코 무노조 경영의 흑역사를 조명한다. 

1. 포스코 노동자들이 바라본 포스코
2. 포스코의 노동탄압의 역사
3. 포스코, 감시받지 않은 경영-뿌리깊은 권력유착
4. 포스코, 또 하나의 산재왕국
5. 포스코 최정우 신임 회장에게 바란다

 

▲ 포스코 정경유착 사례 [사진 : 포항MBC뉴스 캡처]

주인 없는 국민기업

포스코의 무노조 경영이 불러온 첫 번째 결과는 감시받지 않는 경영과 내부고발의 부재로 인한 각종 부패와 부정이다. 언론이 포스코를 가리킬 때 잔혹사라는 표현을 자주 쓸 만큼 역대 최고경영자들은 거의 모두 사법처리를 경험했고, 모든 정권에서 포스코는 수사당국의 표적이 됐다. 

입만 열면 ‘국민기업’이라고 외치지만 정작 포스코는 국민과 아무런 상관없이 노동자를 쥐어짜 만든 이윤으로 권력의 사금고 노릇을 하거나 어이없는 사업 실패로 부실을 만들었다. 역대 정권은 포스코를 집권의 전리품 정도로 생각했다.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고위관료의 낙하산 집결지가 지금까지 포스코의 모습이었다. 포스코와 권력의 관계는 정경유착이 아니라 혼연일체였다. 

이는 포스코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잘 알려져 있듯 전신인 포항제철은 박정희 정권이 굴욕적인 한일회담을 통해 받은 대일배상금을 전용해 만든 기업이다. 일제의 수탈에 희생된 민족구성원에 대한 대가 성격이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용됐고, 실제로 ‘위안부’ 할머니의 소송이 제기됐을 때 포스코는 배상은커녕 국내 대형로펌을 동원해 소송에서 승리했다.

▲ 정경유찰 비리로 얼룩진 포스코 경영진 [사진 : 포항MBC뉴스 캡처]

비리, 부정, 부실의 역사 

포항제철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박태준 초대 회장은 1993년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소유재산이 36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 회장을 회사기밀비 7300만 원을 횡령하고 포항제철 계열사와 협력사 20개 업체로부터 39억7300만 원을 받은 특가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박태준은 재판 도중인 1995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일본으로 출국한 다음 한동안 해외에 머무렀다. 박태준의 뒤를 이은 2대 회장 황경로는 거래업체로부터 92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징역형을 받았다. 이로 인해 취임 5개월 만에 퇴임하는 불명예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2012년 황경로는 언론을 통해 외압의 실체가 김무성이었다고 밝혔다. 3대 회장 정명식은 포스코 역대 회장 중 유일하게 사법처리를 받지 않았으나 정권의 눈 밖에 나 1년 만에 퇴임하였다. 

김영삼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포스코에 들어선 김만제 회장 또한 재임 4년간 회사기밀비 4억2415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1999년 2월 불구속기소되었다. 5대 유상부 회장은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퇴임했다. 그는 재임 중인 2002년 6월 정권 실세를 돕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 타이거풀스 주식을 비싼 값에 샀다는 의혹이 제기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6대 이구택 회장도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검찰이 정기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 조사에 나서자 돌연 사퇴하였다. 

2009년 4월 국회 예결위에서 우제창 당시 민주당 의원은 포스코 정준양 회장이 자사주 매입, 처남 회사 납품, 친동생 납품 의혹 등 결격사유가 있음에도 회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따져 물었다. 우 의원은 대통령의 측근인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대통령의 친구 천신일 세중나모 여행사 회장이 윤석만 회장 후보(당시 포스코 사장, 이후 포스코건설 회장)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뜻’ 운운하며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회장은 2008년 12월 포스코건설 사장에 오른 뒤 불과 석 달 만에 포스코 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하였다. 임기를 1년 남겨둔 전임 이구택 회장이 중도 사퇴한 것도 이상득 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되었다. 결국 2009년 윤석만 회장 후보자가 CEO후보추천위에서 후보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하였다.

2015년 11월 정준양 회장은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끝에 불구속 기소되었다. 정 회장은 성진지오텍 등 부실기업 인수로 회사에 16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가 제기되었다. 박근혜 정권은 출범 후 이명박의 사람인 정 회장을 밀어내기 위해 포스코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로 압박하였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의 담합행위와 관련해 2009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4대강 공사 입찰금액 차이가 거의 없어 담합 의혹이 짙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같은 달에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하기 시작해 3년 후인 2012년 6월에 시정명령과 111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4대강 사업 건설사 비리가 사실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공정위가 행정처분만 내리고 형사고발을 하지 않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비자금 의혹 및 입찰 담합행위를 고발하였고 검찰은 11개 건설사를 담합행위로 기소했다. 재판 결과 포스코건설(벌금 5000만 원) 외 10개 건설사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었다. 

2015년 포스코의 수년간 부실경영의 원인이 정치권과의 부당 유착, 방만 경영에 있다는 관련 첩보와 국세청의 고발, 언론보도를 토대로 검찰이 포스코건설 베트남법인의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출발하여 전·현직 임원과 하도급업체 간의 비리, 이명박 정권과의 유착관계 등을 수사하였다. 검찰은 이상득 전 의원과 이병석 의원을 제3자 뇌물수수죄로 불구속 기소하였고,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 포스코 전·현직 임원 17명을 포함해 모두 32명(구속 17명)을 기소하였다. 

2016년 2월, 포스코 전 대외협력실 정민우 팀장의 내부고발에 대해 회사는 경찰을 동원하여 압력을 행사하고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였다. 

2016년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엠텍 직원 371명이 2014년 12월29일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 후원금 계좌에 3740만 원을 몰아주기 입금한 사실을 시사IN이 보도하였다. 당시 국세청은 포스코엠텍에 대해 10개월간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435억 원을 추징하였다. 포스코엠텍은 이에 불복해 2014년 8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상태였으나 몰아주기 이후인 2015년 12월 435억 원의 추징금을 전액 돌려받았다. 

▲ 2016년 11월 11일 '최순실 게이트'에서 광고사 강탈 의혹 등과 관련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사진 : 뉴시스]

2018년 4월, 8대 권오준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의를 발표했다. 권 회장은 최순실에 대한 특검 수사 과정에서 한차례 수사를 받았고, 최순실이 권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를 빌미로 차은택이 포스코의 광고계열사인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려 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권 회장은 전 정권 자원개발사업 연루 의혹도 제기되었다. 권 회장 재임시 포스코는 전임 정준양 회장 재판의 변호사 수임료를 대주기도 하였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이명박 정권과 포스코의 자원외교 연루 의혹이 집중 제기되었다. 2011년 포스코 실무진들이 인수금액을 100억 원 정도로 책정했던 에콰도르의 산토스CMI는 이후 무려 800억 원에 인수하였다. 또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되는 런던의 EPC에쿼티스를 500억 원에 인수한 포스코는 5년 뒤 산토스CMI를 68억 원에 팔고, EPC에쿼티스를 0원에 되팔았다. 이 때문에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포스코는 5조 원 가량이던 부채가 무려 29조 원으로 늘고, 특히 13조 원에 달하던 현금보유액이 2013년 기준 1조5천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 인터넷 ‘다스뵈이다’ 프로그램에서 포스코 정경유착을 폭로하고 있는 내부제보자 대외협력실 정민우 팀장(가운데)[사진 : 다스뵈이다 캡처]

신임 최정우 회장은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베트남 비자금 44억 원 조성 및 횡령 방조, 전정도 성진지오텍 사장 662억 원 횡령 방조 및 배임, 2011년 포스코 호주 철광산 로이힐 투자 방조 배임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돼 송파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에 고발된 바 있는 '산토스'와 페이퍼컴퍼니인 'EPC'의 인수·매각에도 관여했다는 비판과 국정농단 최순실 연계 의혹도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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