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무노조 경영의 흑역사(2) - 무노조경영의 신화

우리 사회에서 무노조 경영하면 흔히 삼성재벌을 말한다. 그러나 무노조 경영의 사각지대는 많고도 많다. 대표적인 기업 중의 하나가 포스코다. 포스코는 연 매출 60조원에 달하는 국내 6대 기업이다. 지난 7월 27일 포스코 이사회는 신임회장으로 최정우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한편으로는 “사외이사들의 반란”이라고 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포스코 비리의 공범이자 정준양-권오준 전 회장 시절 적폐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세계 철강 수요 축소와 미국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의 추격 속에서 한국철강산업이 기로에 놓인 시점이기도 하다. 특히 제조업의 위기를 노동자와 함께하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헤쳐 나가야 하는 숙제를 최회장 체제는 어떻게 풀 것인지 관심거리이다.

금속노조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취임을 전후하여 포스코 무노조 경영에 대해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5차례에 걸쳐 포스코 무노조경영의 흑역사에 대해 연재한다.

1.포스코 노동자들이 바라본 포스코
2.포스코의 노동탄압의 역사
3.포스코, 감시받지 않은 경영-뿌리깊은 권력유착
4.포스코, 또 하나의 산재왕국
5.포스코 최정우 신임회장에게 바란다

포항제철에도 노조가 있었다

포항제철 시절부터 포스코는 노동조합의 지옥이었다.
한국에서 무노조경영의 대명사는 ‘삼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재벌 수준 대기업 포스코의 무노조경영도 이에 못지않다. 무노조경영이란 단지 회사에 노동조합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노동조합을 없애거나 막기 위해서는 그 어떤 대가나 비용도 개의치 않는 것을 말한다. 
포스코에도 민주노조의 역사가 있었다. 있었던 정도가 아니라 1988년 설립된 포항제철노조는 조합원 2만4천 명으로 당시 국내 최대 제조업노동조합이었다. 또한, 전노협과 함께 전투적 노동운동의 한축이었던 대기업노조연대회의의 중심사업장이었다. 
그러나 포항제철은 불과 3년 만에 2만 명이 넘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했다. 91년 집행부 사퇴 이후 포항제철노조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노조가 됐다. 이는 복수노조가 금지된 시절 삼성 등 재벌이 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해 쓰던 수법이다. 포항제철이 민주노조를 무너뜨린 비결은 개별조합원에 대해서는 감시와 회유를 가하고, 협력업체의 경우는 아예 폐업시키면서 조직을 각개격파했다. 그리고 이 수법은 이후 30년 동안 계속됐다.(앗, 이런 일이? 기상천외한 포스코노조, 레디앙 2006-07-24 참조) 

▲ 2017년 12월 20일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노조 할 권리 파괴하는 포스코의 시대착오 부당노동행위, 무노조정책 즉각 폐기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조직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폭로하고 있다.[사진 : 노동과 세계. 금속노조 성민규]

포스코(포항제철) 노조 탄압의 역사

1987년 노동자대투쟁 직후 민주노조건설추진위(민추위) 결성하나 사측 개입으로 곧 해체되었다.

1988년 6월 노조설립 신고 위해 농성 중이던 야당 지구당사에 회사 측 구사대가 난입하였다.

1990년 7월 친기업 성향에서 민주노조로 전환에 성공하였다.

1990년 12월 포철노조가 대기업연대회의 결합하자 공안기관의 감시와 탄압이 가해졌다.

1991년 1월부터 포항제철 사측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포철공고 출신 노동자들의 병역특례를 취소하고, 주택융자금 혜택에서 제외하는가 하면, 포항제철소 조합원들을 광양제철소로 전출시키는 등 탄압을 가했다. 그리고 주임·반장급 중간 관리자를 사주하여 조합가입자를 집단 따돌림 하였다. 이를 통해 2월까지 단 두 달 만에 조합원 약 16,000명을 탈퇴시켰다.

1988년 6월 포항제철의 27개 하청업체 중 4개 업체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 이들 가운데 1개 업체에서 사측에 의해 조합원을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나머지 3개 업체를 중심으로 협력업체 노동조합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포항제철의 자회사였던 또 다른 업체에서는 사측이 복수노조 금지 상황에서 유령노조를 설립하자 이에 대응하여 하청노동자들이 6월 28일 평민당 지구당사 점거농성을 벌였다. 이튿날인 6월 29일에는 하청노동자 2,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포항제철 사내하청 노조가 사업장 내 점거농성에 돌입하였다.

1988년 말에 이르면 사내하청 노동조합들은 20여 개 이상의 업체에서 7천여 명 이상 규모로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의 약 50%를 조직하며 포항제철협력업체노조연합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포항제철은 하청업체를 분할하고, 노조활동가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등 가혹한 탄압 속에서 다수의 사내하청 노동조합들이 사라지거나 한국노총 산하 노조로 전환하게 되었다.

2000년 7월 노동조합정상화추진위원회(노정추)가 건설된 후 2003년 4월에는 포항제철소에서 노정추 소속 노동자들이 민주노조 건설 추진과정에서 징계 등 탄압을 받았다. 2004년에는 광양제철소에서도 노정추에 의해 민주노조 건설이 추진되나, 사측 간부들의 협박과 강요 끝에 전원이 노동조합에서 탈퇴하게 되었다.
 
2000년대 들어 포스코 사내하청업체에서 민주노조운동이 다시 살아나 2001년부터 2005년 사이 삼화산업, 덕산 등에서 노동조합이 민주노조로 전환하며 장기투쟁을 벌였다. 이때도 포스코는 계약해지를 무기로 탄압을 가했다.

2006년 몇몇 사내하청업체 노조들이 금속노조 광양지역지회(현 포스코사내하청지회)로 통합·전환하자 포스코는 사내하청업체 재계약시 노사관계 평가가 포함된 핵심성과지표 평가를 반영하면서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노조를 한국노총 기업별 노조로 전환을 유도하는 등 지속적인 탄압을 가했다.

덕산의 경우, 2011년 노조탈퇴공작을 위해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여 조합원을 납치하여, 2시간 동안이나 감금하고 노조탈퇴 시 3천만 원을 주겠다고 제시하며 폭행하였다. 또한, 회사의 일방적인 단협해지 후 노조 교섭위원을 무단결근이라며 징계해고하고, 조합원 14명에게 1억5천만 원을 손배청구하였다.

2006년 7월 포항지역건설노조는 주5일 근무, 시공참여자제도 폐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하였다. 이 과정에서 포항지역건설노조는 포스코 측의 대체인력 투입에 맞서 포스코 점거투쟁을 감행한다. 결국 경찰력을 투입한 진압 과정에서 8월 1일 하중근 열사가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포항지역건설노조의 파업투쟁 과정에서 포스코는 지역언론에 개입하여 특정 내용을 기사화하도록 사주하고, 당시 포항시 박승호 시장을 만나 개입을 종용함으로써, 이튿날 시장이 지역 언론사 간부 및 포항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노사분규에 따른 지역안정대책회의'를 소집하기까지 하였다. (여기까지 노동자역사 한내 뉴스레터 56호 참조)

노동부가 점검에 들어오자 불법파견 증거를 은폐하고 위장도급 문제를 숨기기 위해 포스코 본사 법무팀이 나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였다. 포스코는 지시사항을 담은 “고용노동부 불법파견 집중점검 대응방안(2010년)”, “POSCO 외주 품질보증 프로세스 개선관련 위장도급 문제 해결 방안(2013년)” 등의 문서를 하청업체에 하달하였다.

2014년 제철소가 국가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전 직원에게 포스코 자회사가 개발한 스마트폰 통제앱을 설치토록 강제하였다. 그러나 이 앱은 사용자의 위치와 통화내역, 이메일 송수신 내역이 모두 서버에 저장돼 기술적으로 상시적인 '감시'와 '통제'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이에 항의하는 조합원에게는 출입관리시스템에서 출입정지 조치하겠다고 협박하였다.

2015년 부당해고 되었다가 3년 만에 복직했으나 포스코가 노조탄압을 멈추지 않아 정신적 스트레스, 수면 장애와 심리적 불안을 겪으며 병원치료를 받던 마지막 남은 조합원이 자결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 조합원은 복직 후 광양제철소 밖 사무실의 빈 책상 앞에 아무 일도 없이 대기하며 2015년 5월 1일, 2차 정직 처분 때까지 약 1년간 CCTV로 감시받았다. 업체 동료들에게는 집단 따돌림을 지시하는 등 죽음에 이를 정도로 억압하였다. 고인의 죽음에 사죄하라고 요구하며 상경투쟁을 진행한 조합원들은 장례 당일 전원 징계위원회 회부하고 32명을 징계해고 처리하였다.

2016년 8월 포스코사내하청지회가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포스코의 불법파견을 인정하자 포스코는 같은 해 9월 대법원에 상고하고 11월에는 ‘고용의제 조항은 기업 경영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신청하는 행태를 보였다.

2017년 들어 비정규노동자들의 노조가입이 잇따르자 포스코는 업체 대표를 만나 노조가입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임금 추가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약속하라며 현장 분열을 시도하였다. 금속노조 가입과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접수를 막기 위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영구 노사 평화 다짐 협약서’를 받았다. 이 문서는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에 제출한 가입서와 불파소송 동의서를 즉시 회수 폐기하면, 2017년부터 3년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규직 대비 20% 더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조합원들 반응이 미진하자 ‘금속노조를 탈퇴하면 노조가 없는 다른 사내하청업체 임금인상률 10%보다 더 높은 16.6%로 올려주겠다’고 제안하여 노조탈퇴 유도하였다.

2017년 조합원을 승합차에 가두고 노동조합 탈퇴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였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탈퇴서 서명을 강요하고, 이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지속해서 찾아가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관리자들이 직접 나서서 금속노조 탈퇴서와 탈퇴서 제출요령까지 작성하여 현장에 배포하였다. 또한, 복수노조제도를 악용해 기업노조 설립 부추기고 뒤에서 전폭 지원하였다. 예를 들어 하청업체 사장이 사내소통게시판에 금속노조 탈퇴하고 기업노조에 가입할 경우 각종 혜택과 지원금 및 인센티브 제시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현재 포스코는 하청업체의 실적을 평가한다는 소위 KPI평가제도를 통해 사실상 노동조합이 있는 하청업체와 아닌 업체를 차등하고 업체 사장들이 적극적으로 노조를 막거나 붕괴시키도록 유도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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