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인사, 사드 등 현안 시급히 매듭져야… 개헌 앞둬 시간 많지 않아

▲ 청와대가 제작한 한미정상회담 관련 홍보물. [사진 청와대 공식SNS]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하러 출국하는 모습은 불안하다. 우선 집권 두 달이 다 되는데 초대 내각조차 구성치 못하는 등 새 정부의 면모를 갖추지 못했다. 미국과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북한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이견을 완전히 조정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은 내우외환의 상태에서 해외 나들이를 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상대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디로 튈지 감 잡기 힘든 럭비공 같은 성격에 세계적으로 조롱 섞인 손가락질을 받는 리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사법부의 행정조치 제동 등으로 코너에 몰려 있다. 그가 궁색한 정치적 입장을 만회하기 위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돌출발언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앞세우는 미국 우선주의가 안면몰수식 국가이기주의로 비춰지는 한계 속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하다.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라 했다. 문 대통령이 국내에서 집권 기반을 갖추고 사드 문제 등 외교 현안을 매듭 지은 이후 미국 방문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문 대통령이 대미 외교를 통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둘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가 집권 초반에 매끄럽고 강력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촛불의 실망과 함께 적폐세력의 발목잡기기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치는 인사가 만사다. 문 대통령이 두 달이 다 되도록 장차관 인사를 끝내지 못한 것은 이유가 무엇이든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 크다. 우선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인사원칙을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서 박근혜 게이트의 공범자 역할을 해온 일부 정치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준 것은 매우 큰 실책이었다. 

여야가 입장이 바뀐 상태에서 보통사람의 상식에도 어긋나는 공직 인사가 고집스럽게 강행된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신물이 나도록 반복된 청와대의 독선적인 인사 행태가 새 정부에서도 되풀이 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심각하다. 공직자의 능력과 함께 준법의식, 도덕성 문제가 새 정부에서 과거에 비해 엄격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새 정부가 촛불혁명 덕으로 집권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폐청산에 앞장서는 자질을 지닌 최적임자가 공직을 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 인사에서 이 점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촛불혁명에 앞장섰던 시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새 정부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초대 내각 구성을 만족스럽게 완수해야 한다. 적폐청산에 부적절한 인사를 고집한다면 그 후폭풍은 거셀 것이다.

사드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사드 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미국이 슈퍼 갑이고 한국이 을이라는 구조적 불평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점을 국민에게 직설적으로 알리지 않고 한미가 마치 대등한 군사관계인 것으로 착각할 정치메시지가 남발된 것은 유감이다. 일반 국민들은 사드가 불법으로 배치되었으며 새 정부가 그것을 백지화할 것이란 환상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데 새 정부는 슬그머니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사드의 법적 근거 등에 대해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포럼 오찬사를 통해 “정부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없다”면서 “환경영향평가 실시는 국내적 적법 절차의 문제로서, 사드 배치 결정의 취소나 철회를 의도하고 있지 않다.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다면, 배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통일뉴스 6월26일). 

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외교 수장이 앞장서 미국이 만족할만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성주 주민 등을 포함한 사드 반대 시민사회에 대해 정부가 적극 소통할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향후 이를 놓고 국내에서 불협화음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정부와 시민사회가 갈등으로 치달을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사드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계속 높이면서 한국에 대한 보복 기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사드가 중국의 국가안보를 해친다면서 군사적 파괴 조치와 함께 러시아와의 공동 대응 전략도 추진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미국은 사드 논란이 지속되자 보란 듯이 주한미군 군산 공군기지에 무인 폭격기 MQ1-C '그레이 이글(Gray Eagle)'에 이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재즘(JASSM)'을 전격 배치했다. 중국이 사드에 대해 미국이 아닌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하고 미국이 사드에 이어 첨단 무기를 남한에 계속 배치하는 것은 두 강대국이 한반도를 무대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난제를 새 정부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아직은 그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남북문제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정책인 ‘강력한 제재와 개입’에 맞춰 북한의 도발에 강력 반대, 제재를 가하면서 동시에 남북 교류 협력 관계의 문을 열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외교통일 분야 장차관에 이명박근혜 정권과는 방향을 달리하는 인사들을 대거 배치했다.

그러나 정작 북한은 ‘정치, 군사문제가 우선’ ‘북한 여 종업원 12명 북한 송환’을 주장하면서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제안조차 거부하고 있다. 북측은 문 대통령이 제안한 평창 동계올림픽 단일팀 구성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북한은 핵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 대비하면서 남북관계를 조율하는 모양새다. 이를 문재인 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가 향후 남북관계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인사, 사드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적폐가 자심했던 것에 대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즉 새 정부는 상식에도 어긋나는 정부 조치 등은 원위치 또는 폐기 조치를 하는 것만으로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구조적 개혁을 추진할 입법 방침은 여소야대의 벽 앞에 가로막혀 아직 그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새 정부 집권 1년이 되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예정되어 있는 개헌은 큰 관심사다. 개헌이 모든 것을 삼키는 블랙홀이 될지 아니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줄 지는 불확실하지만 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 정부는 이런 점을 직시해서 촛불에 약속한 과업을 서둘러 실천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 새 정부에 시간이 많지 않다.

새 정부는 지금과 같은 내우외환 상황은 시급히 탈피해서 개혁 정부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적폐세력과의 차별성과 함께 새 정치, 새 시대를 열어간다는 대의명분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차 하면 적폐세력과 촛불로부터 협공을 당하는 처지가 될지 모를 위험도 경계해야 한다. 어렵고 애매할수록 원칙이 최선이다. 원칙을 실천하려 할 경우 비록 실패하더라도 민심의 지지라는 가장 큰 소득을 쟁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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