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혁명 3단계 완성의 책무 위임 받아

촛불 집회가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시킨 것은 우리 사회에 전자직접민주주의(electronic direct democracy ; EDD)가 세계 최초, 최대 규모로 실천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자직접민주주의는 엘빈토플러와 같은 미래학자들이 제시한 SNS 정보화 사회의 디지털 민주주의 형식이다.

▲ 지난 3월11일 광화문 촛불에서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IT 시대의 발달로 가능해진 전자직접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민주적 절차의 수위를 높이는 과정에서 인터넷, 휴대폰과 같은 전자 통신 기술의 발달과 대중화로 가능케 된 최첨단 민주주의 형태다<미디어오늘 2008년 06월 22일>. 전자직접민주주의의 중요한 부분인 직접민주주의는 스마트폰, 페이스 북, 인터넷 등의 SNS 정보기기를 이용해 시민들이 직접 정치 과정에 참여해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은 세계 최강의 정보선진국으로 발 돋음 함으로써 전자직접민주주의가 원동력이 된 촛불의 등장을 가능케 한 것이다. 직접민주주의 형태는 국민투표로 주요 정책이나 선출직에 대해 유권자들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거나 유권자들이 뽑은 대표 등을 임기 이전에 퇴출시키는 국민소환제 등이 포함된다.

박근혜 조기 퇴진을 몰고 온 촛불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작동된 것은 SNS로 가능했다. SNS 시대는 정보 대량 생산과 전달의 속도감을 생명으로 하는 특성이 있어서 촛불도 집회에 필요한 모든 관련정보를 신속하게 생산하고 광범위한 대중에게 확산시켰다.

촛불이 혁명의 불꽃이 된 것은 내일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에 대한 절망과 그것을 탈출하려는 욕구가 가장 큰 요인이다. 한국 사회는 90년 대 중반이후 경제 성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됐다. 청년실업, 빈곤층 증가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율과 세계 최저 출산율 등으로 헬조선,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정치권은 이의 개선을 외면하면서 국민에 대한 슈퍼 갑질을 해왔고 그것이 촛불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점에서 촛불 광장은 축배의 광장이라는 프레임이 왜소해진다. 그것은 박근혜 게이트를 포함한 헬조선을 혁파해야 한다는 절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게이트는 이 나라가 얼마나 속속들이 썩고 골병이 들어 있는지를 백일하에, 세 살 먹은 어린이도 확인하게 해주었다.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한 범죄와 비리 내용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분노할 수준이어서 각계각층이 참여한 촛불이 장기간 광장에 모일 수 있었다.

촛불이 수 개 월 동안 질서정연한 집회를 계속한 것은 광장의 유인력, 즉 총체적 개혁에 대한 공동체적 욕구가 그만큼 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촛불은 변혁을 원하는 시민들이 촛불 광장에서 큰 해방감을 만끽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동반한 부모들의 모습이 많은 것도 주목된다.

이는 사회의 최소단위라고 하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광장으로 나와 ‘모든 적폐는 정치경제적 모순의 결과다. 가족이 책임져야 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가족의 일체감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족 해체가 심각할 정도로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가 누적되어 있어, 가족을 지키려는 의지가 광장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촛불의 박근혜 파면은 대선으로 연결되었다. 대선 후 참여연대는 ‘주권자의 승리 확인한 촛불대선 결과’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19대 대통령을 뽑는 이번 대선이 1,700만 촛불시민이 만든 촛불대선임을 확인하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것은 주권자인 촛불 시민들의 승리가 투표 결과로 확인된 것으로 평가한다. 주권자들은 탄핵에 앞장서고 촛불정신을 계승하여 적폐청산을 공언한 후보들에게 지지를 보내줌으로써 국정농단 세력을 다시 한 번 심판했다’고 평가했다.

촛불은 혁명 과정을 수행할 정치 대리인으로 새 대통령을 뽑아 사회변혁의 역할을 위임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진실 규명, 적폐청산을 외친 촛불은 국정농단 청산과 함께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방면에 걸친 전 방위적인 민주주의 회복과 진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새 정부는 개헌, 사드, 제반 적폐청산 등 지난 수 개 월 동안 지적만 되었지 방치된 과제들과 함께 새 정치의 전략과 비전을 동시에 실천해야 할 책무를 지게 됐다.

이명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누적되고 악화된 적폐가 너무 많은 탓에 단기간에 그 청산이나 정상화가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새 정부의 적폐 청산에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수구보수 세력의 저항이 만만히 않을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촛불 혁명이 향후 성공, 좌절하느냐의 여부는 새 정부의 개혁 추진력과 그 저지력의 줄다리기에 의해 결판 날 수도 있다.

만약 새 정부가 기존 정치권의 체질이 된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개혁을 주저할 경우 향후 촛불의 분노와 그 심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촛불은 박근혜 파면과 문재인 정부 선출이라는 혁명의 1, 2 단계를 성공적으로 완수했고 그 완성을 위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 촛불 혁명의 3단계는 문 정권에게 위임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치권이 21세기형 시대 변화를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이런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다.

혁명과 같은 사회적 변동의 억제력은 경찰 등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권력과의 관계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 박 정권 수호 역할을 하던 공권력이 게이트 발생 시점에서 과거에 비해 폭력성이 약화된 것은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살해한 경찰과 부검을 담당한 서울대 병원 등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이 주요 이유가 되었다. 즉 이명박 시대 이래의 차벽 동원 등과 같은 진압방식이 동원되지 못했고 법원이 경찰의 광화문 시위 금지를 불허하거나 청와대 인근까지 시위대의 진출을 허용한 것 등도 지적되어야 한다.

공권력의 이런 모습과 촛불의 거대화, 장기화 그리고 박근혜 파면은 수구보수언론이 박근혜 비리 폭로와 비판에 앞장서면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회변혁운동의 성패와 언론의 관계를 살피면 4.19혁명, 광주항쟁, 87년 6월 항쟁,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의 경우 제도언론 등이 정치권력에 의해 재갈이 물려지거나 권언야합에 의해 언론이 시민사회운동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침묵하는 등의 통제가 이뤄진 상황이었다. 2016-17촛불이 박근혜를 퇴진시킬 때 거의 종편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제도언론이 박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종편 TV 등 수구보수언론은 이명박에 이어 부정선거로 집권한 박근혜 정권 중반이후까지 합창하던 ‘명박·박비어천가’를 박근혜 게이트 기간 동안 멈추고 청와대에 날을 세웠다. 하지만 수구보수언론은 탄핵과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야권 때리기 편파 방송을 쏟아내는 기레기 언론으로 되돌아갔다. 지상파 TV가 박근혜 게이트 국면에서 동반 시청률이 급락한 반면 종편은 청와대를 비판하는 시사프로그램 등은 인기가 높았다. JTBC는 박 게이트와 관련해 가장 돋보이는 보도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여야 정치권은 박근혜 게이트 발생 뒤 촛불의 압력으로 탄핵 결의를 했을 뿐 과거와 같은 당리당략적 구태를 반복했다. 정치권은 정치 발전을 위해 한 발도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무능력과 무기력, 정략적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있다가 대선을 맞았다.

황교안 대행은 박근혜 게이트의 공범 수준으로 촛불이 퇴출 대상으로 규탄했지만 특검 기간 연장 거부, 사드 배치 강행, 공공기관 인사 등을 강행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아바타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적폐세력이 권력구조 속에서 버티고 촛불에 저항하는 실질적 역할을 자행했다.

황교안 대행 체제 정부가 새 정부 등장 때까지 세금만 축낸 것은 촛불에 의해 조성된 혁명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박근혜 탄핵에 이은 조기 대선 실시 동안의 국내 정세는 일제 항복 후 미군정에 의해 권력기구 구성원으로 충원된 친일세력들이 친일청산에 저항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제정, 반민특위 무력화 같은 짓을 하면서 저항했던 것을 연상케 했다. 이런 분위기가 촛불의 혁명 1단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수구 정당은 ‘좌파친북 정권은 안된다’는 식의 종북 공세를 강화하는 등 박근혜 탄핵 이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구태를 드러냈다. 대선이 본격화되고 경마식 보도가 춤을 추면서 대선은 모든 것을 빨아드리는 블랙홀이 되었다. 19대 대선은 촛불 대선이었지만 촛불이 전면에서 뒤로 밀리는 형국이 벌어졌다.

촛불이 박근혜 파면, 구속을 이끌어냈지만 이명박근혜가 자행한 민주주의 후퇴와 헌법 유린 등의 적폐는 대선이전 전혀 시정되지 않았고 결국 새 정부의 몫이 되었다. 아울러 수구보수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문 정권이 출범하면서 촛불 혁명의 불꽃이 다시 커지면서 적폐 청산과 전반적인 사회 발전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촛불 혁명의 3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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