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자 샘의 혁신교육, 길을 찾다(2)] 학부모교육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교육을 지향하기 위해 시작된 혁신교육은 참교육 실천이다. ‘혁신교육의 길을 찾다’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진행되는 혁신교육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민주적인 배움의 길이 무엇인지 찾아본다.[편집자]

서울 공릉중학교에서는 학부모를 위한 ‘노는 교육’를 진행했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울까를 중심에 두는 교육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잘 살까를 중심에 두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즐거울까를 중심에 두는 교육이 아니라 엄마가 크게 웃으며 즐겁게 참여하는 경험에 중심을 두고 진행했습니다. 학부모 교육을 통해서 엄마가 열정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면 아이는 엄마 곁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공릉중학교는 올해부터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됐습니다. 학부모들과 함께 배우고 참여하는 교육공동체를 운영하고 싶었던 공릉중학교는 ‘참여하고 토론하고 더 나아가서 체험하는’ 학부모 교육을 고민했습니다.

공릉중학교 학부모연수팀과 (사)징검다리학부모센터가 만나서 새로운 학부모 교육을 준비했습니다. 학부모들이 강사로부터 배우는 교육뿐 아니라 학부모들이 함께 문제를 공유하고 참여하는 방식으로, 격주 4회로 학부모 교육을 디자인하고 실행했습니다.

가장 호응이 좋았던 시간은 아마도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웃고 가장 많이 움직였던 세 번째 강좌인 ‘열정과 집중력을 높이는 소리예술’ 시간이었을 겁니다. 학부모연수 기획팀이 가장 공을 들여 준비한 시간도 바로 이 시간입니다.

청소년의 뇌는 집중적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능력, 상상하는 능력,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감해주는 능력이 엄청나게 발달합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에 슬픈 영화를 보면 울기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슬픈 일을 당하면 자기 일처럼 눈물을 글썽거리고, 친구들이 흥분해서 말하면 자기도 덩달아 흥분을 하고 열을 내기도 합니다.

이런 청소년들의 마음을 흔들고 성장시키는 것은 음악과 몸짓, 춤, 영상매체 등 문화예술입니다. 어른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풍부한 사회일수록 청소년들이 어른들과 소통하면서 자유롭고 멋지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 교육은 아이를 성공시키는 여러 비법들을 배우는 시간이 아닙니다. 부모로서 자신을 느끼고, 아이의 열정을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여러 가지 국악기와 아프리카악기 젬베를 나누어주면서 소리예술선생님은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왁자지껄 환호성을 지르면서 부모님들은 벌써 한바탕 놀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한참동안 악기를 만지고 두드리면서 흥분했던 마음이 가라앉자 소리예술 선생님은 몸과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bpm이라는 음악용어를 아십니까?”

“bpm(beats per minute)-음악의 속도를 숫자로 표시한 약어이지요. 또한 bpm은 분당 심박수를 나타내는 의학용어이기도 합니다. 1분당 60회의 심박수를 보인다면 bpm 60이라고 표기하지요. 그렇다면 인간의 심박수와 음악의 빠르기가 동일개념으로 사용된다는 것이지요.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며 기쁘고 흥분할 때는 심박이 빨라지듯이 찾는 음악도 빠른 음악을 찾게 됩니다.

반대로 무기력하고 우울할 때는 느린 음악이 감정을 보듬어 줍니다. 음악은 소리로 전달되지만 소리가 감정을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열정과 집중력을 높이는 체험의 세계로 몰아갑니다.“

그 다음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시간은 우리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부모님들께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시는 분들은 어떤 점들이 걱정이 되는지 이야기해주십시오.”

“너무 급변하는 인공지능시대에 대하여 저도 적응이 안되고 국가적으로도 너무 대응이 없어서요.”

“경제가 날로 어려워지니, 우리 아이들의 시대에 밥이나 제대로 먹고 살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이에 대한 의견 공유해주실 분 계십니까?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좀 걱정되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을 믿으려고 합니다. 어떤 때는 내가 잘 모르는 디지털미디어 사용법에 대해 아이들은 너무나 빨리 배우고 잘 알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을 믿어주고 격려해주려고 합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한 대응은 개인적으로보다는 사회와 국가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반영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지요. ”

학부모님들은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에 편안하게 질문하고 서로 의논해가면서 강의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쓴 토론활동 활용지를 받아들고 웃으면서 옆자리의 학부모들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활동지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포스트잇을 작성하여 공유하면서 웃고 서로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같은 문항에 따라서 학생들이 응답한 내용들이 부모님들이 표현한 내용과 공통점이 많다는 점에 대해서도 놀라워했습니다.

다음 두 번째 만남은 비폭력 공감대화의 이론과 더불어 실제 상황을 제시하고 그에 대응하는 사례들을 함께 공유하는 활동이었습니다. 대화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서 내가 하는 말에 다른 사람들이 반응을 하고 박장대소하면서 말의 힘을 구체적으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분노하라〉의 저자 슈테판 에셀은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어머니’라고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슈테판 에실에게 준 것은 희생적인 뒷받침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스스로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는 사실입니다. 어머니는 늘 그에게 “행복한 사람이 되어서 다른 사람들과 그 행복을 나누는 것이 너의 의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 박미자 샘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잠시 쉬며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로 있으며 담쟁이 조합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와 ‘중학생, 아빠가 필요한 나이’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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