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자 샘의 혁신교육, 길을 찾다(1)] 순천 별량중학교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교육을 지향하기 위해 시작된 혁신교육은 참교육 실천이다. ‘혁신교육의 길을 찾다’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진행되는 혁신교육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민주적인 배움의 길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편집자]

혁신학교란 우리나라 초중등교육법에 근거를 두고, 교육감이 지정해서 운영하는 학교입니다. 공교육에서 요구되는 교육의 역할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델학교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희망을 담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는 학교들입니다. 혁신학교는 '모두가 행복한 질 높은 공교육'을 추구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1천 개가 넘는 많은 학교들이 다양한 빛깔의 행복과 배움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배움 실천하는 학교

순천의 별량중학교(교장 김영훈)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지정한 무지개학교로 혁신학교입니다. 저는 별량중학교에서 1박2일 동안 교육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과 진로과목의 일환으로 '중학생의 발달과정 이해와 소통' 수업을 하고, 같은 주제로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수도 진행했습니다.

▲ 순천 별량중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박미자 징검다리 이사]

놀라운 일이지 않습니까? 공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같은 기간에 같은 주제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배우는 시간을 갖도록 교육과정을 조정하고 연수와 연결할 수 있다니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같은 주제로 학생들과 나누었던 얘기를 부모님과 선생님들과 함께 공유하고 어른들의 얘기를 학생들과 공유하며 서로 즐거운 소통이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혁신학교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운영할 수 있는 학교입니다. 국가에서 일정수준으로 정해놓은 교육과정을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지역적 요구와 구성원들의 요구에 따라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습니다. 교육청에서 특정유형을 강요하지도 않고 처음에 세운 계획을 끝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역과 상황과 학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배움의 목표에 따라 상호작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탄력성 있게 운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별량중학교 학생들 대부분도 자신들이 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다행이라고, 또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 이유도 다양했습니다.

일단 급식과 학교주변의 자연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고, 학교 행사 준비과정에서부터 학생들이 참여하고 행사 운영을 함께 한다는 점, 학생 자치활동인 다모임 활동을 통해 규칙을 함께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점, 그리고 다양한 동아리활동이 있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좋다고 대답했습니다.

학교와 선생님들에 대한 자부심↑

혁신학교가 학생들의 자발성과 자치활동을 존중하면서 학생들의 내면에 있는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학교라는 점에서 볼 때, 혁신학교야말로 학생들을 존중하는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가장 중심에 두는 학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별량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이런 점들을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느끼고 있는 것이지요.

학교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친구들의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고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 벌점제가 없어도 스스로의 건강과 생활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 선후배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선후배간 관계가 좋아지고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도 학생들이 자랑하는 학교생활이었습니다.

▲ 선생님과 함께 야외수업 중인 순천 별량중학교 학생들 [사진제공 : 박미자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

그리고 무엇보다 수업을 통해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토론하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별량중학교 수업은 전체 선생님들이 배움의 공동체수업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교사로부터 배울 뿐 아니라, 학생들 상호간에도 배우고, 교사도 학생들로부터 배우는 상호존중과 배움의 관계를 형성해야한다는 수업철학이 반영돼 있었습니다.

혁신학교에서 수업의 기준은 학생의 배움입니다. 학생이 교사로부터 일방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끼리 서로 배우고, 교사도 학생으로부터 배우며 성장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르칠 것인가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배움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수업과정에서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배웁니다. 함께 배우는 친구가 나의 생각을 일깨워주는 배움의 촉진자입니다. 이렇게 서로가 상대방으로부터 배우는 관계라는 사실은, 일상적인 수업을 통해 배우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민주시민으로서 소양을 갖추는 일이기도 합니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배우다

별량중학교 학생들은 교실에서의 상호 배움의 관계가 잘 형성돼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자료를 읽어내는 능력과 서로 토론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할 줄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친구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호응할 줄 알았습니다.

▲ 순천 별량중학교 전경 [사진제공 : 박미자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

별량중학교 교무실은 분주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존중하고 학생의 말을 경청하는 생활이 일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한 학년에 두 학급이 있는 작은 학교라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충분히 알고 있는 점도 참 서로를 편안하게 해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교장선생님께서는 선생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결정을 지지하는 응원자로서 역할을 가장 우선에 둔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힘들어하는 어려운 학생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담임선생님을 격려하고, 해당 학생과 부모님과 만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보는 일도 교장선생님의 일 중 하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순천 별량중학교 교문을 나오며, 다시 한 번 아름다운 학교 풍경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 박미자 샘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잠시 쉬며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로 있으며 담쟁이 조합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와 ‘중학생, 아빠가 필요한 나이’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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