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특별기획] 국가보안법과 대선(33)

한반도에 전쟁이 나는 것을 상정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6.25전쟁의 참극을 떠올릴 때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얼마나 비극적인가를 충분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반도의 전쟁 비극에 대한 전망과 그 방지책에 대한 논의는 남한에서 활발치 않다.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이 법은 전쟁과 전쟁 이후에 대한 다양한 상상이나 논의를 불허한다.

▲ 휴전선 [사진출처 국방부 홈페이지]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과 같은 참극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우선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한반도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남북 군사대치의 특성상 전면전쟁 발생시 수도권에서 단시간 내에 최소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사망한다는 조사 결과나 나와 있다. 1개월 정도 장기화되면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끔찍한 추정도 있다.

보안법은 남한의 승리, 북한의 괴멸이라는 목표만을 상정하고 그런 결과를 가져올 전쟁만을 생각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그래서 보안법 찬양론자들은 흔히 남한 주도에 의한 통일, 북진통일을 주로 주장한다. 그뿐 아니다. 북한의 급변사태나 북한 붕괴를 상상하면서 즐거워한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전략적 인내’도 북한이 스스로 무너질 때를 기다리는 전략이었다. 이를 이명박근혜 정권이 적극 지지하면서 동참한 것도 바로 보안법에 오염된 체질이 받아드린 결론이다. 그러나 과연 북한 급변사태나 붕괴 시에 보안법 신봉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통일이 올까? 박근혜가 외친 ‘통일대박’이 가능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외세가 호시탐탐 한반도에 개입해서 이익을 나눠먹을 욕심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6.25전쟁 때 중국의 참전이라는 아픈 경험을 되살려 미군이 북진하는 경우라 해도 평양 위쪽의 청천강까지만 진격하는 것을 오래전부터 구상해왔다. 미국은 50년대 후반부터 북한에 대한 핵공격을 전제로 한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최근에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북한 수뇌부를 암살하는 식으로 북한 정권교체를 시도하겠다는 발상을 감추지 않는다.

미국은 주한미군도 순환배치 시스템에 포함시켜 태평양, 미 본토 지역의 미군과 그 보유 무기들을 미국의 세계전략에 맞게 운용하고 있다. 한반도 전쟁이 발생하면 즉각 개입하는 조치도 취했다. 미국은 한반도를 전쟁 예비 기지로 이용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세계 전략 수행기지로 전락한 것이다. 이는 남한이 과거에 상상치 못했던 군사적 위험에 노출된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향후 어떤 상황에서도 주한미군을 존속시켜 중국, 러시아를 견제할 전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그런 전략은 북한 침공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역사 도둑질을 한 것으로 비판받았는데 이는 미래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진입할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북한이 붕괴 위험에 직면하면 친중 정권을 평양에 만들어 북한 체제가 외형상 유지되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대치하는 것은 결코 용납지 않는다는 전략을 항상 강조해왔다. 즉 중국 동북 3성의 발전을 위해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고 중국의 한반도 전략은 이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지난달 22일 “미국이 북한의 주요 핵시설 등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외교적인 수단을 써 반대하겠다. 한·미 군대가 38선을 넘어 북한을 침략해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면 즉각 군사적 개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환구시보 2017년 4월22일). 중국은 미국이 북한 핵시설만을 파괴할 뿐 휴전선 이북으로 진격하지 않으면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외교로만 대응하지만 휴전선 이북으로 미국 등의 군사력이 침략하는 것은 군사개입을 해서 저지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북한 핵시설만을 파괴하는 시나리오에는 단서를 달았다. 미국이 그렇게 할 경우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수도권을 공격할 것이고 그러면 주한미군과 미 민간인, 한국인 등이 포함된 막대한 인명피해가 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이 바보가 아닌 이상 북한 핵시설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은 사드와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로도 막을 수 없는 방사포 5500문을 보유하고 있다(동아일보 2017년 5월4일). 유사시 한 시간 만에 서울의 3분의 1을 포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면 북한에 대한 남한의 공격도 이어질 것이고 그러면 남북한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중국은 이런 점에서 미국의 북한 핵시설 공격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북한 핵시설 파괴와 북한의 대응이 현재의 휴전선이 지켜지는 상태로 벌어지면 중국이 군사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는 중국이 눈엣가시인 북한 핵을 미국이 파괴해주고 그 때문에 남북한이 엄청난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해서는 관여치 않겠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외세의 이기주의가 그대로 묻어나는 섬뜩한 대목이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미국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 즉 미국은 북한 핵시설을 공격하고 북한이 방사포 등으로 남한을 공격하지만 휴전선이 현재처럼 유지될 것으로 본다면 북한을 공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한미 군대가 휴전선 이북으로 진격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치 않고 외교적 방식으로만 대응한다고 했기 때문에 휴전선을 사이에 둔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자기들의 목표가 충족된다면 남북한의 막대한 피해는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식의 국가이기주의가 현실화될 수 있다.

국내 언론은 환구시보의 보도에 대해 ‘중국이 군사개입의 범위를 축소했다’는 식으로만 보도했다. 중국이 북한 핵을 미국이 파괴해주는 방식도 조건부로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 남북한의 제한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어느 언론도 언급치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한반도, 특히 남한의 입장에서 강대국의 군사행동이 초래할 비극적 상황 등에 대해 침묵한 것이다. 이런 태도는 트펌프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북한 전쟁과 그로 인한 피해 가능성 등에 대한 일체의 상상력을 외면한 것이다. 수천 만 명이 피해를 입을 참극에 대해 무심한 이런 언론이 존재한다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지구촌이 경악할 그런 태도다. 이는 보안법에 순치된 언론의 한심한 모습이다.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를 파병할 다양한 방안을 확보했고 노력 중이다. 일본은 미일방위협정에 의해 한반도에서 미일 합동작전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시에 남한의 군작전지휘권을 행사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의 요청에 의해서도 미일 합동작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미래의 한반도 재침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반도 유사상황에 대한 대비를 보면 더욱 간교하다.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남한에 거주하는 일본인과 함께 북한의 일본인 납치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시도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지난달 13일 보도했다.

한반도 주변 외세는 한반도 유사시 각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한반도에 개입할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국내 언론, 전문가 등은 이 문제에 대해 먼 남의 나라 일처럼 대할 뿐이다. 북한이 없어지기만 한다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런 막가파적인 생각이 지배하는 것은 보안법 탓이다. 이 법은 외세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그에 대한 대비책의 강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보안법이 한반도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안법은 너무 고마운 법이라 하겠다. 이 법은 미국이 북한을 제거하기 위해 무슨 짓을 해도 남한의 뜨거운 지지를 받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미국은 보안법의 그늘에서 미국의 국익을 챙기기 위한, 상한선 없는 한반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거대 여야 정당은 물론 진보정당들이 이런 점에 무지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 서글픈 일이다. 

외세는 남한의 이런 골빈 상태를 이용해 먹을 묘수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실제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해서 서로 논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2009년 북한 체제 붕괴시 4개국 분할 통치 시나리오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진 뒤 중국도 2015년 유사한 방안을 미국측에 제안한 사실이 원전반대그룹의 해킹 문건을 통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고 채널A와 TV조선가 2015년 10월 9일 보도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지역 북부 지역을, 한국과 미국은 남부 지역을 분할 점령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북한 붕괴가 한반도 재통일은커녕 강대국들의 각축장으로 변하게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외세가 북한 지역을 떡 조각 나누듯 하면서 배를 채우겠다는 의미다.

북한 지역 4개국 분할 통치 방안은, 통일된 한반도가 강대국으로 등장하고 그로 인해 동북아 지각 변동을 일으켜 외세를 불편하게 한다는 점이 전제된 구상이다. 외세는 한반도 통일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 모든 외세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해왔고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민족이 결코 받아드릴 수 없는 외세의 철면피한 야합이다. 국제사회는 냉혹하다. 강대국들의 힘에 의한 외교, 즉 힘이 정의라는 식의 야만적인 외교가 일상화되어 있다. 이런 점에 비춰 북한 급변사태 등이 분단 이전의 상태로 통일로 연결된다는, 보안법에 바탕을 둔 한심한 구상은 정말 민족의 미래를 망치면서 동북아 평화에 역행하는 망상에 불과하다.

주변 외세의 시커먼 뱃속의 욕심이 확인된 상황을 고려할 때 한반도의 평화통일만이 모두를 행복하게 할 유일한 해답이다. 외세가 한반도 분단으로 부당이익을 취해왔고 미래도 그런 욕심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때 한민족은 물론 동북아 평화와 안전에 기여할 최상의 방안은 한반도 평화통일이다. 이를 위해 남북한이 정치군사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을 단기간에 타개치 못한다 해도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한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강화해 남북 경제공동체 추진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6.15공동선언에 입각한 느슨한 연방제 통일방안 등을 위한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어떤가?

이명박근혜 정부는 북에 대해 최고 지도자가 정신 이상이라거나 참수작전 연습과 같은 말폭탄을 쏘아대면서 북한의 무조건적인 핵과 미사일 포기를 압박했다. 박근혜는 북한 주민의 귀순을 공개적으로 권유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내놓아 대통령이 대북 심리전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두 정권의 대북 강경대책은 심리전 차원의 효과는 어땠을지 몰라도 북한이 완강하게 핵과 미사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제동을 걸지 못했고 상황을 더 악화시켰을 뿐이다.

박근혜는 물러났지만 한반도에서의 군사대치와 군비경쟁이 심화되면서 전쟁 즉발의 위기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한미 두 나라는 대북 제재와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여 북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받아내겠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는다. 이에 대해 북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지속 의지 표명, 새로운 무기 개발이나 배치 등으로 맞서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세변화에 대해 공론화를 통한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한데 이를 가로막는 것이 보안법이다. 보안법에 따라 집권층이라해도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추진에 선뜻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평화통일, 통일대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군사주권 회복과 보안법 개폐가 시급하다. 

앞으로 새로 뽑힐 대통령은 안보 튼튼과 함께 평화통일의 노력도 병행해야 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협치의 원칙에서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는 한반도 사태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다각도로 확인해 대북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골육상쟁은 6.25로 끝내야 한다. 더 이상 한민족 후손에게 21세기 전쟁의 상흔을 물려주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지상과제를 위해서도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확인하는 작업을 서두르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임기 동안에 국민적 지지를 받는 대북정책을 취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된다면 박수를 받을 일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짐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해 현재의 대북 정책에 찬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강대국들의 횡포가 자심해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형국이다. 강대국들은 그들만의 집단이기주의를 추진하면서 이에 저항하는 국가에 대해 유엔 제재 등을 앞세워 굴복을 강요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구촌을 약육강식 논리가 지배하게 만들고 있다. 자기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된 강대국의 노리개가 되지 않으려면 자주적인 정책 수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한반도의 주인답게,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방지하고 동북아를 포함한 지구촌 전체의 번영과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강대국의 제국주의적 노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로드맵은 이미 6자회담, 6.15공동선언 등에 잘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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