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정상회담에 부쳐

▲ YTN 뉴스화면 캡처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일방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강경발언을 한데 이어 4일에는 백악관의 고위관리가 “이제 시간이 소진됐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위에 놓여 있다.(The clock has now run out and all options are on the table for us.)”고 북한을 향해 최후통첩성 경고를 하였다. 영국 총리 테레사 메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방적 위협을 가하지 말 것을 권고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전과 다른 점은 미국이 입체적으로 긴장고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미 정부는 북 기업 1곳과 11명의 개인에 대한 독자제재를 단행하고, 정치권에서는 하원이 초당적으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과 ICBM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군부는 한미연합훈련에서 역대 최고수준의 위협적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 F-35B나 B-1B 랜서를 동원한 전례 없는 야간 선제타격 훈련을 비롯해 평양진격 상륙훈련, 네이버실 등이 참여하는 특수전(참수작전) 훈련, 일본까지 참여하는 한미일 대잠훈련 등 누가 봐도 이전보다 더 공격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또 미국 언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 강경발언 직후 북핵 문제를 대대적으로 다루고, 3대 공중파 가운데 하나인 NBC는 저녁뉴스 간판 앵커를 오산 미군기지, 휴전선 일대에 파견, 생방송으로 3일간 북핵 관련 특집뉴스를 내보내면서 “북한의 핵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일본 언론들은 특유의 호들갑으로 마치 당장이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날 것 같은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달 27일에 미국이 선제타격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찌라시 보도까지 하고 있다. 지난 1994년 미국이 선제타격을 준비하였던 전쟁위기와 유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북한 역시 이에 대응해 “미국에는 말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 “오직 군사적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초강경 입장을 내고, 외무성 대변인은 ”무분별한 제재놀음을 우리가 어떤 사변들로 짓뭉개버리는지 세계는 곧 보게 될 것"이라는 강경 대응방침을 밝혔다. 중국도 랴오닝 항모전단이 서해에서 실전훈련을 벌여 미국의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한반도 유사시 대비에 들어갔다. 러시아도 전투함대를 아시아 각국 순방이라는 발표와 함께 동해로 급파하였다.

중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이런 미국의 전쟁위기 고조 행위는 ▲실제 선제타격 같은 전쟁불사 ▲중국의 보다 강도 높은 대북압박 동참을 위한 위기 조성 ▲중국으로부터 무역역조의 시정이나 대규모 투자 유도 ▲한일 등 동맹국 불안 달래기 등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가장 위험한 선제타격에 대해서도 5일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나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존 하이튼 미 전략사령관의 “나는 오늘 밤, 북한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거의 매일 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라는 솔직한 토로처럼 미 군부는 북한의 미국에 대한 공격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고 보면 미국이 북을 선제타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반격을 감수하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이다. 미국은 선제타격 카드는 이미 테이블 밑에 내려놓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런 미국이 다시금 전쟁위기 상황을 조성하는 것은 그만큼 북핵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고 긴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이낸셜타임즈와 회견에서 미군철수와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압박을 이른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하는 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군철수는 평화협정을 전제로 한다. 아울러 같은 날 유엔주재 미국 대사 니키 해일리는 중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가 어떻게 북한의 핵 비확산을 다룰 것이냐가 회담의 가장 중요한 대화 주제”라고 밝혔다.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이다. 이를 연결하면 비확산과 평화협정카드가 나온다. 이것은 미국이 북핵에 대해 현실적 해결 방안을 도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994년 한반도 전쟁위기의 극적인 해결 계기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었다, 사실상 특사로 파견된 카터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담판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전기를 마련한 제네바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 3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핵비확산 담당보좌관 크리스토퍼 호크는 북한에 대해 “곧 햄버거 미팅(정상회담)을 할지, 해머로 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도 고조된 한반도 전쟁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때가 되었다. 현실적 방안은 대통령 전권특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중미 정상회담에서는 이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미국이 단독으로 행동할 최고의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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