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시험 중단시키려면 상응한 미국의 조치 내놔야

▲ 지난달 15일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부산항에 들어오고 있는 모습. [사진 : 주한미군사령부 홈페이지]

미국의 한반도 전쟁위기 고조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호주로 향하던 칼빈슨 항모전단이 갑자기 항로를 바꿔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으로 향하면서 전 세계 거의 모든 언론이 한반도 전쟁위기에 비상한 관심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로써 한반도 인근 해역에는 일본 요코스카항에 배치되어 있는 도널드레이건 항모전단까지 2개의 항모전단이 출현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맥매스터는 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을 “불량정권”이라 호칭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 제거를 위해 모든(full range)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데이브 벤험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칼빈슨호 이동은 “(북한의)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불안정한 미사일 시험프로그램과 핵무기 개발 야욕”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CNN 등은 칼빈슨호의 이동 상황을 대부분 뉴스시간대에 보도해 긴장고조에 일조하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칫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일본 언론도 질세라 일본 주한대사의 복귀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인들의 구출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 보도하고, 대만 언론들 역시 중국 동북 인민해방군 15만 명이 북한 국경일대에 집결하고, 신형 공중조기경보기 쿵징(空警)-500을 중북 국경에 파견하였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독자행동을 강조하면서 갑작스럽게 시리아를 공습한 것처럼 북한에도 선제타격 등의 옵션을 가동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1994년 이래 최고 수위의 전쟁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시리아가 아니다. 자금까지 미국이 선제공격을 가한 나라는 모두 핵이나 미사일이 없는 국가들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이라크, 리비아 등 미국에 반격을 가하기 어려운 국가들뿐이었다. 시리아 역시 오랜 전쟁으로 지쳐있는 조건에서 미국의 공습에 반격을 가하기 어려운 처지다. 반면 오랜 적대관계였던 이란에 대해서는 선제공격을 하지 못했다. 이란이 핵은 없지만 자체의 강력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더 나아가 수소탄과 강력한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음을 공언하고 있는 국가다. 더구나 미사일 발사장치가 미국 같은 고정식 발사대가 아닌 언제 어디서든 이동하여 발사하고 숨을 수 있는 차량이동식 발사대를 보유하고 있다. 선제타격으로 이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아가 북은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하다고 수년전부터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이를 검증하고 싶다면 선제타격 할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수많은 미군은 심대한 위험에 처할 것이다. 미국은 과연 그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가.

오히려 우려해야 할 점은 북한의 강력한 경고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경고에서 “(미국의)‘특수작전’ 흉계가 명백해지고 위험천만한 ‘선제타격’ 기도까지 드러난 이상 우리식의 선제적인 특수작전, 우리식의 선제타격전으로 그 모든 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6일 외무성 비망록에서는 “우리는 부득불 최대의 자제력을 발휘하면서 미국에 거듭하여 보낸 경고를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고 선언하고 “(우리의 타격은)우리를 겨냥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군사대상들만을 겨냥한 정밀타격전으로 될 것”이라고 구체적 대상과 방법까지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계속 무력을 증강하고 위협을 가한다면 정말로 큰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호주 언론이 보도했듯이 북한이 시험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려 한다면 그것은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실 미국이 이런 위험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군사적 위협을 증강시키는 것은 대국의 체면은 지키면서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려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9일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모든 미사일 시험 중단”을 “북한과 진전된 대화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조건으로 제시했다. 다음날 국무부 대변인이 장관의 이 발언을 부인하긴 했지만 그간 북한이 “모든 핵무기, 대량파괴무기를 포기해야 대화할 것"이라던 비핵화 조건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회담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시리아 공습과 북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결부시켜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게 하려는 것은 사실상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조선신보는 “조선은 미국의 공갈과 위협에 겁을 먹고 자기 하던 일을 멈추거나 그만둔 일이 없다”, “이러한 트럼프식 ‘압박술’은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밝히고 “그 결단의 시기를 스스로 앞당길 뿐”이라고 경고하였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하고자 한다면 상대를 대등하게 인정해야 한다. 상대를 거칠게 밀어붙여 겁을 먹게 하여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은 과거 관행의 답습일 뿐이다. 과거에도 미국은 푸에블로호 사건, EC-121기 격추사건,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그리고 영변 핵위기 사건 같은 결정적 전쟁위기 국면마다 항모를 동원해 위협을 가했지만 결국 북과 합의하여 고비를 넘겼다. 그때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다.

종합해 보면 ‘상대의 언행이 공손하지만 준비를 계속하는 것은 진격하려는 것이고, 상대의 언행이 강하게 진격하려는 것처럼 하는 것은 후퇴하려는 것이다’(辭卑而益備者, 進也. 辭詭而强進驅者, 退也)라는 손자병법 행군편의 명언대로 미국은 대화로 나갈 명분을 찾는 것 같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키고 싶으면 그에 상응한 미국의 조치를 내와야 한다. 중국식 표현대로 ‘쌍중단(雙中斷)’을 수용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의 중단만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특사를 파견해야 할 때다. 그것이 “(북한의)ICBM 시험발사는 일어나지 않는다”던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호언을 실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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