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의 압박과 관여’ 전략에서 남은 방안은 ‘관여’뿐

▲ 유튜브 캡처

트럼프 정부가 대북전략 실행과정에서 내부 모순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갑작스런 시리아 공습과 칼빈슨 항모전단의 한반도행 항로변경으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흘려 전 세계를 긴장시키더니 곧 이어 선제타격은 없다는 보도가 나오고,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엄포를 놓더니 군사적 대결은 제외한다는 인터뷰가 이어진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이 대화의 조건이라고 밝히자 바로 그 밑의 국무부 대변인이 이를 부인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방한한 펜스 부통령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 “(북한은)이 지역 미군의 힘을 시험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군사대결 엄포를 놓자 같은 날 맥매스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지금이야말로 (북핵)문제를 군사적 옵션을 제외하고 평화적으로 풀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때”라고 엇박자를 놓는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미군은 어느 때보다 강력”,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군사력 사용 의지를 누차 밝히더니 이제는 모호성 뒤로 숨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압권은 한반도로 향한다던 칼빈슨 항모전단이 사실은 반대편 인도양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정권이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 의지로 선보인 항로 변경이 사실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북한에 선제타격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혼선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횡설수설(Loose Talk)’이라고 규정하고 정교한 전략 부재, 대통령의 무절제한 발언 남발로 한반도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이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20년간 지속된 대북 적대정책의 파산을 선언한 이후 분명한 방향전환이 이뤄져야 했음에도 이전 정권과 똑같은 제재조치나 발표하는 것은 전략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현상에는 정권 내부의 세력 간 대북정책을 둘러싼 입장차이도 한몫을 하였다. 갈팡질팡한 근본 원인이다.

누누이 밝혔듯이 ‘전략적 인내’ 정책 실패 선언 이후 나올 수 있는 대안은 전쟁 아니면 대화·협상이다. 이외에 대안은 없다. 트럼프 정부가 자신들의 대북정책을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n pressurer and engagement)’ 정책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최대한의 제재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압박을 더 하겠다는 것은 오바마 정부 정책을 답습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 특히 압박정책에서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고 선제타격(전쟁)을 배제한다면 더욱 그렇다. CNN조차 “이전 정부의 전략과 얼마나 다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비판하였다.

압박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중국에 기대를 걸고 있는지 모르겠다. 중국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는 대가로 북한에 압력을 넣어 핵이나 미사일 시험을 막고 비핵화 대화로 나서도록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른바 신형대국관계 수립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의 장단에 발맞추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시 중국 정부의 ‘대북원유공급 중단’이나 ‘미국의 대북 금융봉쇄조치’에 대한 동의 등을 보도하였다. 그러나 중국도 알고 미국도 알 듯이 항모를 동원해 전쟁위협을 가하고 또 이에 바탕해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넣어 미사일 시험 중단이라는 양보와 비핵화 대화를 열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중국의 이런 태도가 북한을 자극해 중국의 대북특사를 거절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실 더 우려되는 점은 미국과 중국의 이런 압박 전략에 대한 북한의 강경한 입장이다. 이미 지난 14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식의 불의적인 선제타격안’과 오산, 군산, 평택 미군기지와 청와대를 비롯해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괌 미군기지, 미 본토 등 타격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북한은 “우리는 주 단위, 월 단위, 연 단위로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수행할 것"이라고 미사일 시험 지속 의지를 분명히 했다. 조만간 북한은 미국이 항모를 이용한 압박정책과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하는 한 핵·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제 결단할 때가 되었다. 갈팡질팡, 오락가락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모두에게 재앙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단행한다면 이를 요격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것이다. 제재 압박으로는 결코 북핵 문제를 풀지 못한다, 중국을 앞세워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거기에 출로는 없다, 북한은 중국이 제안한 ‘쌍궤병행안’도 거부했다. 이미 실패한 낡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모든 문제 해결의 기초는 결자해지(結者解之), 묶은 자가 푸는 것이다.

결국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전략에서 남은 것은 ‘관여’이다. 미국은 과감히 독자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나가야 한다, 사드배치 연기는 그 의도가 어디에 있든 한반도 긴장고조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리고 해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미중정상회담의 주된 의제가 북한의 핵 비확산 문제’라는 발언과 맥매스터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북한의 핵 확산 가능성’을 경계하고,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군사적 충돌을 제외한 조치를 취할 커다란 기회가 우리 모두에게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주목한다. 그는 트럼프 정부 대북전략의 책임자이다. 이것은 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고리로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을 상정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길은 대화와 협상 이외에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전쟁위기를 키우지 말고 초기에 본인이 제안한 ‘햄버거 미팅’을 위한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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