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특별기획] 고승우의 국가보안법과 대선(10)

현장언론 민플러스가 19대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가보안법이 과거 주요 선거 시기에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지탱되어 온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적 분단체제를 재조명해 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특별기획 ‘국가보안법과 대선’은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인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가 연재한다. [편집주]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사건의 공통점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다. 이뿐 아니다. 비판의 표적이 된 정부와 관제 시위에 나선 수구보수세력이 진실규명을 외치는 양심세력에 대해 종북, 반북 공세를 퍼부은 점이다.

▲ 2010년 천안함(위쪽)과 2017년 인양된 세월호(아래)

박근혜 정권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무능한 정부와 탐욕스런 자본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이명박 정권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고의 경우 북한 어뢰 피격이라는 정부 발표에 대해 기뢰설, 내부폭발설, 피로파괴설, 좌초설 등 다양한 의혹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의 경우 인양과 진상규명을 놓고 수구보수세력이 종북, 좌파 공세를 펴고 청와대의 경우 특히 노골적으로 세월호와 관련해 적대적 태도를 보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세월호 유가족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세월호특별법을 폄하하며 법무부에 입맛에 맞는 헌법학자들에 기고를 받아보라고 지시하고, 극우단체에 세월호특별법 반대운동을 벌이라고 하고 세월호 참사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에 불이익을 가하는 등 직무상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하며 고발했다(서울신문 2016년 12월 28일).

박근혜가 파면된 뒤 세월호가 깊은 바다 속에서 올라와 그 비극적인 모습을 드러낸 상황에서 상지대학교 박희준 교수는 지난달 23일 학내 게시판에 '세월호 인양을 보면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단원고 전교조 교사가 대형사건을 기획했다. 촛불 세력이 저지른 것들도 북괴와 연계된 것이다”라면서 “단원고 전교조 교사를 불러서 때리다시피 하여 자백을 받아내고, 이준석 선장, 해경 등을 문책하면서 자백을 받아내면 된다”고 주장했다(쿠키뉴스 2017년 3월29일).

그는 언론에 대해서도 "언론도 취재를 소홀히하고 딴전 피우는 것은 용공언론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문재인 가는 곳은 북괴와 좌빨이 연계돼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같은 날 올린 '강원도 대통령 기대 '라는 글에선 "현재 후보 가운데 아무리 둘러봐도 문재인, 안철수, 안희정, 이재명 등 최소한 주사파 나아가서 종북용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뿐이다. 그러나 춘천 출신 김진태 후보가 있다. 종북 좌익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꼭 보수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어떤 근거에 의해 위와 같이 주장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해방 이후 최대의 해난 사고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드러났고 박근혜가 파면 당한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수사당국, 정치권, 언론 등을 종북, 용공으로 매도한 것은 충격적이다. 박 교수의 세월호에 대한 막말은 세월호 참사 3년 동안 그 유가족과 관련자, 진실규명을 추구하던 시민들에게 수구보수세력이 퍼부었던 폭언과 흡사하다.

세월호가 1073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23일은 천안함 사건 7주기를 사흘 앞둔 날이었다. 이를 계기로 영화 <다이빙벨>의 주인공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세월호의 인양 과정이 주춤거리자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설명에 대해 “사실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생각보다는 굉장히 시간을 끌었고, 인양 방식도 어렵게 어렵게 과정을 부풀린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통일뉴스 2017년 3월24, 27일).

그는 특히 천안함의 사고 원인이 좌초라고 단언하면서 “폭침이면 내 목숨이라도 내놓는다. 그것은 그만큼 뻔한 일인데, 그걸 속이려고 그러는 게 어디 있느냐. 무슨 개인을 속이는 게 아니고 국민들을 완전 속이는 건데”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민군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한 결과 “2010년 3월26일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정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하고, 우리 해군 장명 46명이 산화했다. 북한의 ‘1번 어뢰’가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도주했다”했다고 2010년 5월20일 발표했었다.

이종인 대표는 “폭파된 배에 포유류가 있으면 대개 목이 다 날아간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러나 천안함 희생 장병들의 경우 사체가 깨끗했고, “생존자들 증언이 ‘꿍’ 하는 소리를 들었다. 화약냄새는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배 스크래치 현상이나 프로펠러 휜 거나 그런 게 일반적인 좌초 선박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사고 원인도, 사고 지점도 정부의 발표와는 큰 차이가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침몰된 자리에 만일 폭발이 있었으면 큰 웅덩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평평했다”며 “합조단 사람들을 다시 취조를 해야 한다. 그 다음에 함장과 생존자 전부를 재취조 해야 한다. 그 사람들을 옭매고 있는 보이지 않는, 보안서약이라든지 그런 조건을 다 풀어준다는 조건 하에서 취조를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걸 시킨 대통령, 국방부 장관, 지휘계통 전부를 범죄자로서 취조해야 된다”며 “과거의 잘못된 권력의 행위였으니까 그걸 다시 조사해서 진실을 밝혔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사건도 세월호와 똑같은 맥락의 사건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40여명과 300여명의 그 차이일 뿐 사실은 다 죽지 않아도 될 생명들이다”며 “천안함에서는 지휘계통의 무지, 오판으로 생명들이 다 죽게 됐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가 3만 관객을 돌파했던 2016년 2월 천안함 진상에 대한 정부발표에 의혹을 제기한 사건의 판결문이 공개됐다(미디어라이솔 2016년 2월2일). 천안함 좌초 충돌 의혹을 제기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던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서프라이즈·민진미디어 대표)에 대해 재판부는 ‘천안함 침몰원인은 북한 어뢰에 의해 피격됐다는 국방부와 민군합동조사단의 결론을 인정하면서 신 위원이 주장해온 좌초 후 충돌설을 허위로 단정하면서도 그런 노력이 침몰 원인을 밝히고자하는 공익목적에 의한 것이므로 무죄’라며 기소 후 5년6개월 만에 집행유예 결론을 냈다.

신 위원은 재판 뒤 ‘사고 당시 화약 냄새를 맡은 사람이 없었고, 사망자와 생존자 중 이비인후과적 손상이 없고, 물기둥을 본 사람이 없고, 함선 내 형광등 상태가 온전하고, 물고기 떼죽음과 그을음이 없었다' 등의 근거로 정부 결론이 옳지 않다고 반박하면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천안함 사고는 이명박 대통령이 앞장서서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북한의 소행으로 규탄했고 5.24조치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인도적 지원까지 모든 지원을 차단했다. 박근혜도 2012년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천안함 폭침 재조사를 요구하는 세력이 국내에 있다’면서 대북 적개심과 이른바 ‘종북세력’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켰다.

천안함 사고 원인에 대해서 국방부는 북한이 어뢰를 발사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을 둘러싸고 논란은 사건 발생 이후 수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북한은 자기들이 절대 하지 않았다면서 사고 발생 후 북한도 조사단을 파견하겠다고 말했지만 거부당했고 지금도 공식적으로 자기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판이니 천안함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말하는 것은 남한 사회에서 북한 동조라는 식의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성적인 접근이나 문제제기조차 북에 동조하는 것으로 사법당국의 수사 대상이 되거나 사회적으로 매도당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향후 인양된 선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조사 결과는 천안함 사고처럼 더 많은 의혹이 파생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삼척동자가 보아도 틀림없을 만큼 설득력 있는 세월호 조사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하면서 천안함 사고에 대해 논란들을 되살려 보았다.

천안함 사고에 대해 청와대, 국방부는 북의 소행이라는 결론을 계속 외치고 있고 수구보수세력도 이에 적극 동조하면서 반대의 목소리는 색깔론으로 공박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큰 비극이다. 젊은 용사 수십 명이 떼죽음을 당한 것은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참혹한 비극이다. 더욱이 이 사건이 한미 연합해상군사훈련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발생해 안보적 시각에서 충격적인 허점을 노출하고 사고 처리와 사고원인 조사 과정 등에서 세계가 비웃을 만큼 문제투성이라는 큰 오점을 남겼다.

정부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내용은 ‘어뢰’의 공격을 받아 장병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것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다. 즉 ▲미국과 한국의 최첨단 이지스함 등 다수의 군함이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천안함을 공격한 잠수정이 무사히 도주했다는 군 당국의 추리는 일반적인 군 상식에 어긋난다는 점 ▲사고 해역은 잠수함 운항이 자살행위라 할 만큼 악조건이라는 점 ▲배가 순식간에 두 동강 나는 상황에서 배에 승선하고 있던 선원 가운데 폭음에 의한 고막 파열이나 물기둥에 의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 ▲천안함 파괴 상태가 어뢰 폭발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 ▲어뢰에 붙어 있던 조개껍질이 천안함 사고 발생이전에 부착된 것처럼 보인다는 점 등이 지적되면서 의혹을 양산하는 상상력이 춤을 추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주목되는 쪽이 미국이다. 미국은 사고 당시 키리졸브-독수리훈련 참가차 이지스함 등 첨단 함선 다수가 참가한 것은 물론 첩보위성과 정찰기 등을 통해 사고 해역을 손바닥 보듯 파악하고 있었을 터이지만 사건과 관련한 당시의 정황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국제 사회에서 천안함과 관련해 갖가지 루머가 떠돌게 만드는 결정적 실마리가 되었다.

미국의 기이한 침묵 속에 사고 조사가 마무리된 결과 북한의 ‘스텔스 잠수정이 이지스함의 탐지 기능을 완전 무력화시키고 최첨단 어뢰로 공격했다’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이 가설이 진실이라면 세계 무기시장에 대지각변동이 생겨야 했지만 그런 일은 나타나지 않았다. 세계의 무기 전문가들은 실상을 꿰뚫어 보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추정이 가능한 것이다.

사고 발생 후 두 동강난 함선을 인양하는 과정에서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는 선체에 공기를 주입한다는 기상천외한 발상, 인양 과정에서 전 세계가 주시하는 상황에서 미숙함을 드러내 조선업 세계 1위라는 나라 명성이 완전히 망가지는 일이 꼬리를 이었다. 사고 진상조사와 결론을 내리는 과정 또한 가해자 ‘북한’이나 ‘변호인’을 완전 배제한 채 이른바 검사와 판사가 서둘러 사고원인을 단정 짓는 것과 같은 비정상적 상황에서 진행됐다.

이런 조사 결과의 치명적인 약점은 천안함 피해의 ‘가해자’를 국제법을 충족시킬 수준에서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천안함 사건이 국제적인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기게 되었다는 불행한 사실이다. 사고 원인 불명의 미제 사건으로 분류된 것은 희생된 장병들을 욕되게 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사고 발생 직후 전혀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소행’으로 몰아가는 여러 행사를 벌였다. 다수 언론은 그것을 증폭시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결론을 내면서 대북 적개심을 심화시키는 쪽으로 정국이 치달았다. 정부의 5.24조치가 취해지고 명맥만 유지되던 민간차원의 남북 교류는 완전 차단되면서 대북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겪는 일이 벌어졌다. 북한의 반발도 뒤따랐다.

국방부는 천안함 사고 뒤 피격 원인이 북한 소형잠수함(정)이 쏜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뢰설과 좌초설의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런 결론이 지닌 함축적 의미는 ▲천안함 사고 발생 당시 주변에 포진해 있던 이지스함 등 한미해군의 첨단무기들이 북한 함정을 탐지 하지 못했다는 점 ▲북한이 최첨단 어뢰를 세계 최초로 사용했다는 점 등 두 가지다. 국방부가 공개한 사고 발표 내용이 진실이라면 그것은 세계 무기시장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만큼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만한 것이었다.

국제 무기전문가들이 천안함 사고 원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드렸다면 즉각 대응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특히 이지스함은 그 사고에서 북한 잠수정 포착 등과 같은 주요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되어 있다. 최첨단 스파이함정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꼴이다. 한국정부의 천안함 발표에 따라 심각하게 평가절하 된 이지스함은 현재 전 세계에서 약 1백대가 가동 중이고 한국 해군도 이지스함 1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지스함을 생산하는 미국 로커드 마틴사는 한국정부의 발표가 진실이라면 이지스함 무기 체계의 생산을 중단하거나 보완하는 움직임을 착수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국방부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세계 최초의 버블제트 어뢰 공격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세계 무기체계에 대한 역사가 바뀔만한 충격적인 내용이다. 미국과 러시아 등 쟁쟁한 군사강국이 한 번도 성공치 못한 기술력을 북한이 실전에 활용했다는 이야기는 군사강국들이 어뢰시스템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직면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직 군사강대국들이 그런 소동을 벌이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국방부가 2010년 5월20일 발표한 천안함 사건의 최종보고서는 사고 직접적인 원인, 사고 유발 주체라는 두 가지 요인을 검증할 때 문제가 심각하다. 천안함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국제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사항에 대한 확실한 근거와 증거가 제시되어야 하는데 발표 내용은 그에 턱없이 미흡했다.

천안함 사고는 평상시가 아닌 한미 군사합동훈련기간 동안 발생했다는 점을 주목할 때 사고 유발 주체에 대한 추적과 분석은 너무 중요하다. 국방부는 북한 소형잠수함(정)이 ㄷ자로 항해해서 작전을 수행하고 감쪽같이 기지로 귀환했다는 추정을 내놓았다. 이런 추정은 사고 해역 부근에 포진해 있던 한미해군이 당시에 존재치 않는다는 비현실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잠수함(정) 침투경로에 대해 공해상을 우회해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다 면서 북방한계선(NLL)을 직선으로 관통할 경우 거센 조류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외해로 우회하는 경로를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즉 북한 함정이 한미 연합군의 군사훈련 기간인데도 제집 안방 드나들듯 사고 해역 을 헤집고 다녔다는 추정이다.

그러나 사고 직후 한국군은 대잠수함 작전용 헬기를 현장에 급파하고 부근 구축함에서 서해 NLL 부근에 실탄 사격을 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렇다면 당시 사고 해역 주변에 있던 한미 군함 등도 북한군의 침투와 공격 가능성에 즉각 대응한 조치를 취했을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이는 군인이 아니라 해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기초적인 군사지식이지만 이에 대해 국방부는 침묵했다.

사고 당시 천안함과 훈련을 한 함정 가운데는 미국 이지스함 두 척도 포함된다. 연합뉴스(2011년 3월26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이지스함은 사고 당시 서울에서 약 90km 떨어진 평택항 부근에 있었다. 이는 이지스함의 레이다 추적 거리인 190km안에 있는 거리다. 만약 북한 잠수함(정)이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면 작전 이후 소속 부대로 귀환할 때까지 잠수함 수중 추적 및 해상으로 부상했을 경우 레이더 이지스함의 추적을 피했다는 것은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

국방부 조사 결과는 주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에 치중했다. 사고를 유발한 물리적 원인이 어뢰라는 것인데 이를 입증하는데 필요한 결정적인 주요 부분이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고 유발 주체가 북한이라는 것인데 이 부분은 단순한 추정만을 제시했을 뿐 아무런 구체적 자료가 없다. 결국 조사결과 발표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그치면서 천안함 사고가 국제적 미스테리라는 사실을 더욱 보강했을 뿐이다.

국방부 조사결과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사고 원인에 대한 논란을 주로 다뤘을 뿐 사고 유발 주체에 대해서는 자세히 분석치 않았다. 이는 국방부 조사가 제시한 큰 틀 안에서의 소극적 평가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즉 국방부가 제시한 사고원인의 프레임에 보안법이 두려워 스스로를 가뒀거나 갇혀 버린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보고서를 한글과 영문판, 그리고 만화로 만들어 발표하면서 이를 광범위하게 배포할 계획도 밝혔다. 특히 만화로 만들어진 홍보책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순억지’, ‘웃기는 소리’ 몰아붙이면서 매도하는 내용이어서 문제가 심각했다. 당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2/3는 정부의 천안함 사고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현실을 고려할 때 국방부의 태도는 전혀 ‘공정’하지 않다.

천안함 사건 후 남북관계는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면서 차갑게 얼어붙었다. 남측에서는 이 사건을 ‘폭침’이라고 규정지은 데로 대북 군사적 경각심을 높이는 갖가지 행사가 벌어졌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남측 정부는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 물밑 교섭에서 천안함 사고에 대해 북한이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달라고 구걸하는 일이 폭로되기도 했다(미디어오늘 2012년 3월26일).

북한은 지금도 이 사건과 북한은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남측의 날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안함 사고 피해자는 있는데 아직 그 피해의 원인이나 가해자는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상태다. 천안함의 비극이 재발치 않도록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일이다.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은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계속 주둔시켜 중국의 목을 겨냥한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 명분은 한반도 정세 불안이 지속되어야 하고 남북의 대립이 일상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방치되는 것은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로 계속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제 2의 천안함 사고가 재발할 여지가 상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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