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특별기획] 고승우의 국가보안법과 대선(6)

현장언론 민플러스가 19대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가보안법이 과거 주요 선거 시기에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지탱되어 온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적 분단체제를 재조명해 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특별기획 ‘국가보안법과 대선’은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인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가 연재한다. [편집주]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된 사람들의 공통점은 파렴치하다는 것이다. 파면당한 박근혜는 도무지 부끄럽거나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마음과는 담을 쌓은 모습이다. 친박이나 태극기부대 등도 상식과는 담을 쌓고 수치심이 없는 인물들만 모여 있는 것 같다.

▲ 탄핵 반대 집회 [사진출처 : 뉴시스]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박근혜나 최순실, 그리고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 인사들은 한결같이 거짓말을 하고 들통이 나도 사과는커녕 뻔뻔스럽기 이를 데 없다. 박근혜 대신 대통령을 대행하는 ‘미스터 국가보안법’ 황교안도 수치심과 관련해 연구 대상이 될 만하다. 박근혜와 그 지지집단은 보안법을 옹호하거나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해 종북, 친북 공세를 펴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수치심은 후천적인 교육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교육받지 않으면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동서양의 수치심에 대한 대상이나 기준이 크게 다른 이유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공통적인 반응을 보인다. 수치심을 보이거나 반성하는 것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장악과 공안통치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황 대행은 19대 대선의 행정적 관리를 하는 최고 책임자다. 그는 박근혜 게이트가 진행된 과정에서 법무장관, 국무총리 등 요직을 맡아 박근혜의 아바타와 같은 역할을 했었다.

그런 탓인가. 그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은 기간 동안 박근혜가 저지른 국기문란을 바로잡은 것은 거의 없다. 특검이 박근혜 게이트를 파헤쳐 박의 탄핵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는데도 황 대행은 특검 기간 연장을 거부했다. 황이 아닌 괜찮은 인사가 총리를 맡았다면 그렇게 했을까?

지난해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폭로한 jtbc의 테블릿pc 보도 직후 박 당시 대통령이 야권에게 총리를 인선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야당이 거부했다. 만약 그 때 황 대신 다른 인사가 그 자리에 올랐더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아쉽기 짝이 없다.

박근혜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나기까지 5개월 가까운 시간은 촛불광장과 정부가 서로 ‘마이웨이’를 외치는 형국이었다. 이명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누적된 수많은 적폐에 대한 청산 목소리가 촛불광장에서 드높았지만 황 대행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볼 때 즉각 시정해야 할 것에 대해서도 황 대행은 박근혜의 아바타처럼 굴었을 뿐이다.

황 대행이 19대선까지 관리하게 될 것을 야권에서 헤아렸다면, 그래서 황 대신에 꽤 괜찮은 인사가 총리직을 수행했다면 아마도 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문제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언론계 정상화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이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야권이 어떤 계산으로 미스터 보안법이라고 불리던 황을 교체하지 않았는지를 생각하면 야권의 정치적 지능, 국민에 대한 정치적 봉사 정신에 대한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박근혜는 보안법 개폐에 대해 강력 반대했던 인물이고 황교안은 보안법을 앞세워 통합진보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 의원직 상실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는 대한민국 정부가 청구인을 맡았고 법률상 대표자인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소송을 수행했다. 

황교안은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변론기일에 출석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만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의 선언이고,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고 최종변론까지 직접 나설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난 것에 대해 자신이 법무장관에 재직하면서 거둔 최고의 업적이라고 자평했고 이어 총리로 자리를 옮겼다. 보안법으로 승승장구한 것이다.

황은 2012년 국가정보원의 대선 불법 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당시 검찰총장을 찍어내고 수사팀을 교체하는 파렴치한 짓을 앞장서서 벌였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황 대행은 수구보수 진영에서 노골적으로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장기간 침묵하는 야릇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박근혜와 함께 탄핵되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주장에 대해 정면 도전하는 태도였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박근혜가 파면 당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든 것에 대해 유무형의 책임을 져야 할 황 대행은 그러나 그런 과거에 대해 입을 꽉 다물었다. 그뿐 아니라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함으로써 박근혜의 혐의 사실을 확실히 밝혀내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을 배반했다.

박근혜와 황교안의 관계와 함께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인물들, 박의 또다른 측근, 그 지지자들은 소름끼칠 만큼 닮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단력과 감성을 지니고 있으며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그것이 들통 나도 별로 부끄러워할 줄을 모른다는 점이다.

박근혜가 집권하면서 챙긴 인물들은 왜 일반 국민들이 치를 떨 정도의 반사회적인 특성들을 지니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박의 됨됨이에서 비롯된 점도 큰 듯하다. 박근혜의 정치적인 철학과 도덕성은 최순실과 관련한 혐의가 쏟아질 때 ‘엮였다’는 식으로 변명할 때 그 정체 일부가 드러났다. 이어 검찰과 특검 수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지키지 않았으며 대통령에서 파면되어 청와대를 나와서 검찰에 출두하는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박근혜는 제 집으로 돌아올 때 측근을 시켜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논란이 되었다.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청사 포토라인에 섰을 때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고 21시간 30분가량 검찰 조사를 마치고 검찰 청사를 떠날 때는 침묵하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에 도착했을 때 기다리던 친박 핵심 최경환·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자신을 응원하던 지지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기도 했다.

박은 한 때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당사자다. 그러나 전 세계가 주목한 창피스런 일이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것에 대한 진솔한 사과나 고통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박근혜의 그런 모습에 대해, 한 때 박의 측근이었던 전여옥 전 의원은 22일 SBS ‘박진호의 시사전망대’ 인터뷰에서 “도덕 자체가 없는 사람이 있는데 그걸 아모랄이라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관념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KBS는 22일 ‘불명예 반복 막으려면’이라는 제목의 [뉴스해설]을 통해 “국민과 정치권은 (대통령이) 국론 분열 사태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공적인 권력에 사인의 국정 개입을 묵인 방조하는 건 심각한 헌법과 법률 위배이고 민주주의 헌정질서와 헌법체계를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적 국정운영, 특히 공감능력 부족이 불행한 사태를 끌고 왔다는 점을 되새기고 또 다른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가 낡고 잘못된 시스템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개월 전까지 박비어천가를 높이 불러 기레기 언론이라고 질타 받던 공영방송이 죽은 권력에 대해 그래도 객관적으로 논평하면서도 수구보수진영이 앞장선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박근혜나 황교안 대행이 보여주는 파렴치한 모습의 원인은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국가보안법 예찬론자라는 점을 주목할 때 보안법에 담긴 반인륜적인 측면과 무관치 않다는 사실이다. 보안법은 세금을 내는 자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반국가적 범죄의 원천이라는 점을 전제로 국가권력의 감시를 당연시 하고 있고 북한을 반드시 궤멸시켜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안법은 획일주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물이다.

이런 보안법이 수십년간 남한을 지배하면서 사회적으로 서로를 의심하고 경쟁 시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조를 만연시켰다. 이 나라가 자살율 세계 최고라는 것은 보안법 등으로 꽉 막힌 사회, 헬 조선이 되었다는 명백한 증거의 하나다. 박근혜나 황교안은 바로 보안법이 내뿜는 독기에 뼛속까지 중독된 인물로 평가할 수 있다. 박근혜 최측근이나 주변인물들이 한결같이 제 잇속 챙기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은 바로 보안법에 내포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부정적인 세속 논리에 오염된 탓이다.

박근혜 추종 세력인 친박에 대한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평가는 귀담아 들을 만 하다. 인 위원장은 21일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친박패권은 이해관계 때문에 일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라며 “이념을 중심으로 모인 친노친문패권과 달리 친박패권은 이념도 없다”고 힐난했다(뷰스앤뉴스 21일).

그는 더 나아가 “(친박은) 권력 중심에서 삥땅 좀 쳐볼까, 공천 좀 받아볼까 하는 이해관계 때문에 모인 사람들”이라고 원색 비난한 뒤, “그 이해관계 핵심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났으니 친박이라는 말은 더이상 쓸모가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근혜는 지난 4년 동안 북한의 붕괴설을 맹신하면서 북한과의 전면 전쟁도 불사한다는 식으로 북한에 대한 유무형의 압박을 가하면서 공안통치를 강행했다. 동시에 청와대가 관제시위를 챙기는 사령탑 역할을 하도록 하는 정치공작을 일삼은 것도 보안법으로 오염된 정치 환경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은 전쟁 위기론을 앞세운 공포정치를 자행하면서 최순실의 손발이 되어 국가기관을 망가뜨린 해괴한 국기문란 행위를 자행한 것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정당화되는 전쟁 리더십, 보안법의 독기에 심각하게 오염된 탓이다. 황교안 등 박이 가까이한 인물들 또한 보안법이 횡포를 부리는 분단 상황에 기생하면서 친북 공세, 종북몰이로 부당이득을 챙기려한 막장 인생들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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