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항쟁 훼손 발언도 등장 - 21세기 법치 확립 위한 조치 필요

▲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 붙은 현수막

촛불집회와 탄핵반대집회가 열린 4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건물 주변에 걸린 현수막에는 ‘박대통령 만세! 비상계엄 선포하라!’는 글이 적혀있다. 같은 시간 서울 시청 옆 도로에 주차된 경찰 버스 주변 화단에 놓여진 리플릿에는 ‘국민의 명령이다 - 군대여 일어나라’라는 글이 씌여있다. 또한 시청 광장 주변에 주차된 차량의 앞면에 ‘비상시국! 계엄령 뿐’‘종북좌파 인명진 out'이라는 리필릿도 붙어 있다.

서울 중심지역에서 발견된 이들 현수막과 리플릿은 모두 군이 나서서 정상적인 헌정 질서를 중단시키라고 요구하는 내용이다. 우리 사회는 군이 정치에 개입해 계엄령 속에서 국정을 농단한 아픈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박정희와 전두환 독재자에 의해 군이 악용되어 민주주의와 헌법을 파괴, 유린한 범죄 행위는 법의 심판을 받았다.

▲ 서울 시청광장 부근 도로변에 나붙은 리플렛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군의 정치 개입을 부추기고 선동하는 표현물이 수도 한복판에 등장하고 그것이 공권력에 의해 방치되는 듯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것도 경찰 수천 명이 투입되어 광화문 일대의 통행을 통제하면서 공권력을 과시하는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짓밟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법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허물어지고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법치를 파괴하라는 식의 선동과 여론형성을 시도하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와 함께 국기문란 행위를 한 혐의로 관련법에 의해 탄핵 심리의 대상이 되어 그 절차가 헌재에서 진행 중이다. 동시에 대통령과 공직 사회, 일반인 들이 연루된 범죄에 대한 특검 수사도 실시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헌법과 관련 법률을 준수치 않아 직무가 정지되고 그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나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 일부가 군의 정치 개입을 부추기는 것은 법치를 정면 부정하는 행위다. 그것이 현행법에 위배되는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주장이라는 것은 계엄이라는 법률적 행위에 대한 상식적 설명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계엄에 대해 현암사가 인터넷에 개시한 관련 설명은 아래와 같다.

(계엄은) 전시 ·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군사계엄)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의 유지의 필요(행정계엄)가 있을 때 대통령 또는 일정한 군지휘관의 선포에 의하여 당해 지역의 행정권과 사법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군의 관할하에 두는 것을 말한다(헌법 제77조, 계엄법 제1조 · 제6조). 비상계엄(非常戒嚴)과 경비계엄(警備戒嚴)이 있다.

▲ 서울 시청 광장 옆 차도의 차량에 붙은 리플렛

경비계엄이 선포된 경우에는 계엄지역 내의 군사에 관한 행정 · 사법사무가 군의 권력하에 이관되며(계엄법 제7조),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에는 계엄지역 내의 모든 행정 · 사법사무가 군의 권력하에 이관된다.

특히 이 경우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영장제도 · 언론 · 출판 · 집회 · 결사의 자유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계엄법 제7조 · 제9조).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하며,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계엄법 제4조 · 제11조).

현암사가 일반 상식으로 포털사이트에 소개한 내용만으로도 탄핵반대 집회 과정에서 나오는 일부 주장이 얼마나 섬뜩한 것인지가 자명해진다. 동아일보 건물 주변에 걸린 현수막에는 ‘박대통령 만세! 비상계엄 선포하라!’고 되어 있는데 <계엄법> 제2조 2항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헌정 체계를 중단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그 선포 요건은 매우 엄격하다.

즉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로 되어 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과오로 인해 탄핵이라는 헌법적 절차의 대상이 되어 탄핵 심리가 진행되는 상황인 것이지 계엄법에 명시된 비상계엄 선포요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탄핵반대 집회에서는 계엄과 군에 대해 현수막 등을 통한 의사표현과 함께 집회 시 일부 발언자 일부는 ‘군이 나와야 한다’면서 광주항쟁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에 의해 부당하게 공격당했다거나 북한군이 비밀리에 잠입했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광주항쟁과 관련한 위와 같은 근거 없는 주장은 그에 대한 재판이나 한미군사관계에 의한 상황 설명 등으로 허위로 밝혀졌는데도 대중 앞에서 마치 사실인양 공개 발언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근거 없는 논리는 불필요한 국론 분열, 충돌 등을 야기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기 때문이다.

탄핵반대 집회에서, 특검에 의해 다수 범죄의 피의자 신세가 된 박 대통령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동정심을 표현하면서 촛불집회와 대항하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도 문제다. 촛불집회에서 나오는 여러 주장과 각종 의사표시는 세계가 경악하고 조롱하는 박 대통령 게이트 사건과 관련한 탄핵 심리,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관계에 입각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탄핵반대집회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동정부를 운영하는 식으로 민주주의와 헌법, 관계법령을 위반한 혐의사실은 일체 외면한 채 박 대통령이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밝힌 조작이라는 주장만을 앞세우면서 jtbc의 테불릿 피시 폭로 등을 문제 삼는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을 주목하거나 탓하는 식이다. 또한 자기들의 논리나 주장과 다르면 ’종북 좌파‘로 매도하는 매카시즘에 매몰되어 있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거부했고 특검의 수사에 대해서도 매우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해 국가 최고 통치권자의 위상을 스스로 짓밟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탄핵반대 집회 과정에서 제기되는 논리, 주장 등은 박 대통령 퇴진이나 구속, 재벌 총수 처벌 등을 외치는 촛불집회의 그것과 차원도 다르고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다. 그런데도 종편 등 일부 언론은 두 집회에 대해 기계적 균형을 맞춘다는 식의 보도를 하면서 사회적 오해나 그로 인한 갈등 심화를 나몰라 하고 있다. 이 또한 심각한 기레기 언론의 모습이다.

정치권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로 표현한 풍자화 ‘더러운 잠’이 국회의원회관에 전시되자 여권에서는 ‘여성 비하’ ‘여성 폄하’ ‘성폭력 수준’ ‘성희롱’‘ ’대한민국 국민 인격과 위상 훼손‘ ’대한민국 국격 추락‘이라는 비판을 쏟아내면서 전시회를 주선한 민주당 표창원 의원에게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소속 정당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당직 자격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런 국회가 탄핵반대집회에서 헌정 파괴, 중단을 요구하거나 국가보안법에 뿌리를 둔 종북 몰이라는 파괴적 언행이 횡행하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손을 놓고 있는 검찰이나 경찰과 함께 한심한 일이다.

누구나 사상과 표현, 언론자유를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의 판단이나 전망, 희망 사항을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관계에 부합해야 하고 남의 명예를 해치거나 구체적인 피해를 타인 또는 전체 사회에 주어서는 안 된다.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불안을 야기하는 등 헌법 등에 보장된 사회적 평화와 안정을 해쳐서는 안 된다. 이런 범위 안에서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 심리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다가오면서 비상식적인 행위가 급증하는 것은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치 행위라는 측면도 있다. 그것은 유권자 편 가르기, 냉전논리와 매카시즘을 앞세워 부당이익을 취하려는 검은 계산의 결과일 수도 있다. 이런 후진적이고 공동체 파괴적인 행태는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가 진보하느냐 퇴보하느냐의 중대 시점에서 등장한 이 사회의 병리현상을 제거할 근본적 조치가 요구된다. 21세기에 걸 맞는 법치가 확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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