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참모총장은 미국 핵잠수함 기지 방문하기도

새해 군 수뇌부들의 화두는 “즉·강·끝”이다. 즉시, 강력히, 끝까지 북을 응징하라는 주문이다. 특히 전방 혹은 선제공격용 무기를 갖춘 군부대를 찾아 이런 주문을 외치는 빈도가 잦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월 5일 서북도서부대 해상사격훈련을 직접 주관했다. 신 장관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6여단과 연평부대가 실시한 해상 사격 훈련을 합참 전투통제실에서 실시간으로 확인·점검하면서 “즉·강·끝 응징”을 지시했다.

▲ 지난 5일 오후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6여단이 서북도서 일대에서 전개한 해상 사격훈련에서 K1E1 전차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국방부
▲ 지난 5일 오후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6여단이 서북도서 일대에서 전개한 해상 사격훈련에서 K1E1 전차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국방부

이날은 13년 만에 연평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그날 연평도 대피령은 북의 해안포사격 훈련 때문이 아니라 우리 군의 사격훈련 때문이었음이 드러났었다. 북이 해안포사격 훈련을 한 시각은 오전 9~11시였는데, 연평도 주민에 대피령이 내려진 시각은 그 훈련이 끝난 11시 30분 경이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자 국방부는 오후 우리 군의 대응 사격 훈련이 예정되었고, ‘북의 도발’이 우려가 되어 대피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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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장관이 주관했던 해상 사격 훈련이 바로 연평도 주민을 대피하게 만든 그 훈련이었다. 이날 신 장관은 “북한이 오늘 오전 포병 사격을 재개한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행위”라면서 적반하장격으로 연평도 주민을 대피하게 만든 책임을 북의 훈련으로 돌렸다. 또한 “적이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완전히 초토화하겠다는 응징 태세를 갖춰 강력한 힘에 의한 평화를 뒷받침해야 한다”라며 호전적 발언을 이어갔다.

한편 신원식 장관은 1월 24일 공군17전투비행단을 방문하여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즉·강·끝 응징을 다시 강조했다. 충청북도 청주비행장에 위치한 공군17전투비행단은 우리 군 중 유일하게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운용하는 공군부대이다. 스텔스 전투기 40대가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텔스 전투기 F-35A는 적진 중심부까지 은밀하게 침투하여 폭격할 수 있는 무기이다. 즉 대북 선제공격이 가능한 전략자산인 셈이다. 공군17전투비행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원식 장관이 “최단 시간 내 적 지도부를 제거하고 정권의 종말을 고하는 선봉장이 돼야 한다“라고 주문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쩌면 신원식 장관은 F-35A가 불의의 시각에 대북 군사 공격을 할 수 있는 태세를 점검하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역시 1월 12일 공군기지 중 최북단에 위치한 방공관제부대를 방문하여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어떤 상황에도 조건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파이트 투나잇’ 태세를 견지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오늘밤에라도 전쟁할 수 있는 만단의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인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은 주한미군이 즐겨 사용하는 구호이다. 이 공군총장은 1월 23일에도 서북부 최전방 합동 방공작전을 펼치는 공군미사일방어부대와 육군1군단 장병들을 만나서도 ”단호한 응징“을 주문했다.

해군참모총장의 움직임 역시 예사롭지 않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2월 2일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미해군 전략핵잠수함 기지를 방문하여 정박해 있는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USS 알래스카함에 올랐다. 이 잠수함은 미사일 발사관 24개, 어뢰 발사관 4개를 갖고 있는 핵공격 잠수함이다.

▲ 2월 2일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이 2월 2일 USS 알래스카(SSBN 732)를 투어하면서 잠수함군 사령관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미해군
▲ 2월 2일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이 2월 2일 USS 알래스카(SSBN 732)를 투어하면서 잠수함군 사령관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미해군

지난해 7월 미국은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이 한반도에 전개된 바 있다. 켄터키함 역시 같은 오하이오급이기 때문에 24개의 미사일 발사관을 갖고 있다. 이들 미사일은 모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미 양국은 올해 130회 이상의 연합군사훈련을 기획하고 있으며, 핵작전 시나리오가 포함된 군사연습도 실시된다. 군수뇌부들이 새해들어 “즉·강·끝 응징”을 주문하여 찾는 군부대는 대부분 선제공격이 가능한 부대이거나 전방이다. 한반도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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