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자들에 대한 감세 시리즈

연초부터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민생토론회를 한다고 해놓고 계속 감세정책만 줄지어 발표하는데 벌써 20여 건이 넘는다. 이에 재벌감세, 금융부자감세, 부동산부자감세 순으로 감세 폐해를 살펴본다.

▢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완화

대주주의 주식양도소득세 기준을 상향해주면 연간 7천억원의 세수가 펑크난다.

주식을 사고 팔거나 보유할 때는 세금이 발생한다. 주식을 거래할 때는 ‘증권거래세’, 주식을 팔아 수익이 발생하면 ‘주식양도소득세’,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배당금을 받으면 ‘배당소득세’를 낸다. 주식 좀 가지고 있다고 무슨 세금을 이렇게 많이 내냐 하겠지만, 실제로는 주식투자에서 고액 소득을 얻는다 하더라도 다른 소득에 비하면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주식양도소득세는 주식을 팔아 수익이 남은 모든 사람이 내는 것이 아니라 대주주만 내도록 되어 있다. 과거에는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그래도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해서 ‘대주주’를 지정하고 이들은 세금을 내도록 했다. 처음에 대주주는 특정종목에서 1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으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형평을 실현하기 위해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10억원으로 차츰 내려왔다. 즉 보유한 주식 시가총액이 10억원을 넘으면 대주주로 지정되고, 주식거래를 통해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3억원 이하를 벌면 20%, 3억원 이상을 벌면 25%를 세금으로 내게 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올해부터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다시 50억원으로 올렸다. 이렇게 되면 10억원에서 50억원 정도의 주식보유자는 양도차익이 발생해도 면세가 된다. 결국 감세정책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주식투자자는 1440만 명 정도이다. 이중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2022년말 현재)는 1만 3천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대주주 기준을 50억원 이상으로 올려주면 7000명(70%)이 세금을 면제받게 된다. 결국 주식투자자 1400만명 중 7000명(0.05%)을 위한 정책이다. 이들이 주식투자를 해서 번 차익은 1인당 평균 13억원이나 된다. 1년에 주식투자해서 13억원을 번 사람들의 세금을 깍아준다는 것이 부자감세가 아니면 뭐가 부자감세인가.

윤석열이 대주주 감세를 추진하는 이유는 개미투자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 대주주들이 양도세가 비싸다고 주식보유액을 정산하는 연말에 대규모 주식매도를 시도해서 주가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큰 손들이 주식시장에서 놀고 있어야 주가가 떨어지지 않고 결과적으로 개미투자자들도 이익을 본다는 ‘주식판 낙수효과론’을 들고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대주주들은 주식보유액 계산에서 대주주 기준을 회피하려고 증시 폐장 이틀 전에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3조 7천억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연말 세금계산 일정만 넘기고 다시 사면 되니까. 문제는 이러한 대주주들의 연말 주식매도 행태가 주식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이다. 윤석열은 대주주들의 매도행위가 주가하락으로 이어져 코리아디스카운드 요인이 된다고 강변하였지만, 코스피 지수는 2020년에는 1.74%, 2021년 0.14%, 2022년 0.68% 모두 상승하였다.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과 비교해 보아도 대주주 감세정책은 황당하다.
미국의 경우 1916년부터 주식양도소득세를 내는 것이 법으로 되어 있고, 주식투자에서 돈을 벌면 250만원을 공제하고 무조건 세금을 낸다. 예를 들어 양도차익이 300만원이 발생했을 경우, 250만원 공제를 받고 50만원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런데 10억원, 49억원을 벌어도 세금을 안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감세 자체를 떠나 조세형평에 심히 어긋나는 짓이다.

▢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할 경우 세수손실은 매년 1조5000억원 정도가 발생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서울=뉴시스)

요즘 제일 시끄러운 감세정책이 금투세이다. 금투세란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서 얻은 소득에 매기는 세금이다.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처음 도입되어 202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주식시장이 안 좋아지자 윤석열 정부 들어 여야합의로 시행시기를 2025년으로 늦췄다. 그런데 연초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아직 시행도 하지 않은 금투세를 폐기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그럼 금투세는 누가 얼마나 내야 하길래 윤석열 정부가 시행도 하기 전에 폐기해야 한다고 치고 나온 것일까.
주식양도소득세는 50억 이상 대주주들이 양도차익을 얻을 때 내는 세금이다. 그러나 금투세는 금융상품투자자들이 소득이 발생하면 누구나 내야 하는 세금이라는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면 100만원 차익을 남긴 투자자도 금투세를 내는가? 아니다. 금투세는 연간 금융투자상품으로 실현한 수익(양도차익)이 5000만원 이상일 경우 20%, 3억원 초과 시 25%를 부과한다.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1년에 5천만원 이상 번다는 것은 어떤 상황을 뜻할까. 주식투자로 1년에 5천만원을 번다는 것은 개인투자자 중 주식고수도 쉽지 않은 액수이다. 예를 들어 1년에 5천만원을 벌려면 1억원의 종자돈으로 연수익률이 50%가 넘어야 가능한 금액이다. 그런데 주식 천재 워렌 버핏도 연평균 수익률은 20% 정도이고, 국내 투자고수들의 집합처인 국민연금의 경우 5%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개인투자자가 워렌 버핏 정도의 수익률을 올리려면 종자돈이 2억 5천만원은 가져야 가능하다. 국민연금 수준의 수익을 올리려면 10억원 정도가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을 슈퍼개미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계산할 때 1년에 5천만원 이상을 벌어 실제 금투세를 내야하는 부과대상은 1440만명 주식투자자 중 15만명 정도이다. 주식투자자 중 1%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1400만 금융투자자를 위해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정도면 한 국가를 책임지는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대국민 사기라고 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금투세 도입 취지마저 왜곡하고 있다.
금투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근본원칙, 조세의 형평성 실현, 조세의 효율성을 실현하자는 조세개혁방안의 일환으로 제기되어 소득세법을 개정한 내용이다. 

우선 월급쟁이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세, 개인사업자에게는 종합소득세, 기업에는 법인세 식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는 예외없이 과세를 하고 있다. 이것이 조세의 근본원칙이다. 그런데 그 동안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에 대해서는 거의 과세를 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누구라도 금융투자를 해서 이익을 남기면 과세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있어왔다.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주식거래세는 없애거나 세율을 낮춰주는 것까지 포함된 방안이다.

다음으로 금융투자상품에 따라 과세여부, 소득구분, 과세표준 계산방식, 세율이 천차만별이라 금융투자상품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과세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같은 채권투자라도 직접 채권투자를 통해 얻은 소득에는 과세가 되는데, 펀드를 통한 채권투자에서 얻은 소득에는 과세가 되지 않는다. 직접 채권투자를 한 개인투자자는 불이익이 발생한다. 따라서 동일금융상품에는 동일과세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금투세로 통합, 개편이 필요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투자상품간 손익을 통합계산하여 과세하는 방안이 필요했다. 채권투자에서 5천만원의 수익을 올렸으나 주식투자에서 1억원의 손실을 보았다면 이 투자자는 5천만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과세하지 않는 방안이다. 시기적으로 작년에 이익을 보더라도 올해는 손실을 보게되는 상황도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세금납부 기간을 5년 이월이 가능하게 하거나 환급도 가능하게 하여 납세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할 수 방안으로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금투세를 폐기하게 되면 이익분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는데, 손실분에 대해서 계산을 하지 않는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투자자들에게는 손해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조세원칙과 형평성, 효율성을 나름 구현하여 여야합의로 통과시키고 일단 내년까지 유예시킨 금투세법을 독단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나섰다. 기저귀 버리는데 아이까지 버린다는 식이다. 오직 1% 금융부자들에게 감세를 해주어야 한다는 불타는 일념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금투세 폐기를 공언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은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며, 또다시 글로벌 스탠다드를 내세웠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에는 과세를 하지 않는다는 주장인데, 과연 글로벌스탠다드란게 그런 것인가.
금융천국 미국은 100년전부터 주식투자자들이 세금을 내고 있다. OECD회원국 34개국 역시 금융상품에 과세를 하고 있다. 노동소득에는 과세를 하는데, 금융소득에는 과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스탠다드를 이야기할 때 모르고 그러는 것인지 알면서도 그러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금투세를 폐지하면 연간 5천만 원 이상의 투자수익을 얻는 슈퍼개미 자산가 15만 명이 매년 1조 원 이상의 감세혜택을 받게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 증권거래세 인하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확대

증권거래세 인하로 작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0조1491억원의 세수감소가 예상된다. 매년 2조원의 세수가 줄어드니 막대한 규모이다.

증권거래세는 2022년 0.23%에서 작년 0.20%로 내려갔고, 올해 0.18%, 내년 0.15%로 인하될 전망이다. 원래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한 것인데, 윤석열 정부는 금투세를 폐기하면서도 증권거래세 인하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묻지마 감세이다.

여기에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을 확대하면 2000억~3000억원 정도가 세수가 추가로 줄어든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란 합법적 절세를 통해 재산형성을 돕겠다는 취지를 제도화된 금융상품으로, 종합소득세 등과 분리과세함으로써 금융소득을 높여주는 상품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2016년에 도입되었는데, 하나의 계좌에 예금·펀드·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고,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과거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높은 이자와 세금혜택을 주었던 재형저축, 재형펀드같은 상품의 종합금융판으로 보면 된다. 절세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납입자 자격, 납입한도, 비과세한도가 정해져 있다. 정부는 이번에 납입한도를 연 2천만원(총 1억원)에서 연 4천만원(총 2억원)으로 2배 늘려주었다. 그리고 비과세 한도를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2.5배 높여주었다. 또한 금융소득에 연2천만원이 넘는 금융종합소득 과세대상도 ISA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세제혜택 대상을 금융고소득층까지 확대하였다.

▢ 금융판 낙수이론과 공정이론

이렇게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금투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 지원 확대까지 합하면 연간 4조원을 웃도는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정부가 총선을 겨냥해 나라 곳간이 거덜나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금융부자 감세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에 윤석열 정부는 금융부자에 대한 감세의 명분으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라는 ‘금융판 낙수이론’과 ‘금융판 공정이론’을 들고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초 이어지는 민생토론회에서 ‘공정은 기계적, 획일적 평등이 아니’라면서, ‘자신의 능력으로 오를 수 있는 역동적인 기회의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공정’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계층의 고착화를 막고 사회의 역동성을 끌어올리려면 금융투자 분야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금융투자를 활성화하려면 ‘금융자산가들에게 세금을 깍아주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결국 금융부자들의 세금을 깍아주면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주가가 오르며, 그러면 금융낙수효과가 발생하여 서민과 개인투자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논리이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옛날에는 재벌기업이 잘 되면 노동자서민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낙수효과론으로 국민을 속이더니, 이제는 1%의 대주주와 금융부자가 잘 되어야 개미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이 발전시켜야 한다는 그 ‘공정한 금융시장’ 속에서 신용이 안되어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 수 없는 서민이 350만 명이 넘고, 빚을 내고 싶어도 캐피탈에도 가지고 못해 사채금융을 이용하는 금융빈민이 45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고금리로 금융기관에 이자를 털리고, 자기 소득의 40% 이상을 금융기관에 갖다 바쳐야 국민이 200만을 넘기고 있다. 금융사기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국민들이 부지기수이며, 생계형 자영업자 부채가 1천조원이 넘는다.
대한민국 금융의 본질은 ’약탈금융‘이며, ’금융불평등‘이다. 윤석열이 말하는 금융공정과 기회의 사다리가 참혹한 ’오징어 게임‘의 전쟁터라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이 땅의 청년들이 기울어진 고용시장, 양극화된 실물경제에서 밀려나 오죽 답이 없으면 신세망치는지도 모르고 영끌빚투로 금융투기장에 올라탔다가 매일 털리고 있겠는가.
앞뒤도 안 맞고 팩트에도 어긋나는 아무말 대잔치를 너무도 뻔뻔스럽게, 너무도 당당하게, 심지어 신념에 가득 차 질러대는 대통령은 세상 처음본다는 원성이 괜히 퍼져나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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