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도구로 전락한 방심위
"한중일, 한일중으로 바꾸라 지시"
각 세웠던 기자, 기사 쓸 자격 박탕 당해
'비판과 감시' 언론소명 저버린 KBS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4일 오전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2차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2차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방심위는 MBC 징계절차를 착수했고, 방통위는 YTN 매각을 졸속으로 처리했다. 총선을 염두에 둔 대통령이 방송장악에 속도를 내며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다. 박민 사장이 내리꽂힌 KBS의 상황은 어떨까

방통심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KBS, 방송문화진흥회(MBC 최대주주), EBS 사장과 임원을 임명하고, 사업자 허가 및 제재 등 방송 정책과 사업에 대한 결정권을 가졌다. 이 행정 기구가 대통령의 총선용 도구로 전락했다.

원래 5인(대통령 2명·여당 1명·야당 2명 추천)으로 구성된 방통위는 전임 위원장인 이동관 체제부터 여권 추천 2인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법원은 이동관 방통위의 2인체제 운영에 “방통위 2인 체제 운영은 입법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2인 체제에서의 방송사 매각 처리, 공영방송 이사 교체를 지적했다. 그러나 이홍일 방통위원장은 7일 이를 무시하고 이상인 부위원장과 단둘이 YTN 매각을 결정했다.

‘바이든 날리면 논란’에 여권 추천 인사들로만 구성된 방심위 위원회가 관행까지 어기면서 MBC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에 대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YTN 사측과 노조는 우려와 성토를 쏟아냈다. 사측은 “30년 동안 공적 소유 구조를 유지한 보도전문 채널의 경영권이 민간 기업에 넘어가는 것은 우리 언론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법정대응을 시사했다. 이들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인 체제 방통위의 기형적 구조 속에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설립 취지도 훼손됐다”며 “2인 체제 방통위의 불법성과 무심사·무자격 유진그룹의 위법성은 법원이 판단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KBS 신년 대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KBS 신년 대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뉴시스

언론인의 소명 저버린 KBS

박민 사장이 취임한 이후 KBS 상황을 보면 매각된 YTN이 어떤 보도를 이어갈지 짐작할 수 있다. 7일 KBS에서 방영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는 언론의 소명인 비판과 감시를 저버렸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11월, KBS 박민 사장이 취임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소명되지 않은 소득 이상 지출과 성의 없는 자료 제출이 문제 돼 ‘부적격 인사 판정’을 받았지만, 대통령이 임명을 밀어붙인 결과였다.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에는 곧바로 피바람이 불었다. 취임 하루 만에 ‘재미있는 시사’로 호평을 받았던 ‘더라이브’가 폐지됐고, KBS의 메인뉴스 ‘뉴스9’의 이소정 앵커가 일방적인 하차를 통보받았다.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 역시 인사도 하지 못한 채 교체됐으며 ‘열린토론’을 진행했던 정준희 교수도 하차했다.

여권의 주장과 각을 세운 기자들은 시청자센터로 발령받아 기사를 쓸 자격조차 박탈당했다. 

뉴스9에서 ‘노란봉투법’ 관련 하청노동자를 인터뷰했던 이재석 기자,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전했던 정연욱 기자는 모두 시청자센터로 발령을 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이었던 이경호 기자도 같은 곳으로 발령났다.

정연욱 기자는 앞서 2016년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개입에 KBS가 침묵하자 이를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해 제주총국으로 부당전보 당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도 방송기자연합회 기고를 통해 “한·중·일’을 ‘한·일·중’으로 바꾸라는 지시가 일방적으로 내려오는 지경”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KBS가 ‘땡윤뉴스’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비판과 견제를 사명으로 여권의 주장과 반대되는 보도를 했거나, 각을 세웠던 프로그램은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7일,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명품백 수수 관련 질의에 사과없이 그저 ‘아쉽다’라고 표현한 대통령에게도 비판이 쏟아지지만, KBS의 의도적인 사건 축소도 도마 위에 올랐다.

KBS는 특별대담에서 ‘디올 명품백 수수 논란’을 ‘파우치 논란’으로 포장하며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죠”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부인 신분인 상태였는데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더군다나 시계에 몰래카메라 착용하고 대통령 부인에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라며 문제의 본질을 흐렸다. ‘명품수수’에 대한 문제를 의전과 경호에 대한 문제로 가리면서 논점을 교묘하게 흐린 거다. 김영란법 위반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명품백 수수 의혹 질의응답이 오간 후에는 “부부싸움 하셨어요?”라며 농담을 던진다. 뇌물 수수가 될 수도 있는 사건을 한낱 부부싸움 거리로 축소 시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언론노조는 곧바로 논평을 통해 대담을 진행한 박장범 앵커에게 ‘언론계를 떠나라’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국민의 알 권리도,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도 완전히 포기한 한심한 작태”라며 “대통령의 술 친구가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되고 임명동의제도를 파괴한 순간 예고된 참사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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