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인 MBC 심의, "기존 관행 무시"
방심위의 보복인사 "깡패냐, 위원장이냐"
신장식 하차···MBC 정조준 한 정부
"뉴스하이킥 표적 삼아 막가파식 제재 폭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에 걸린 '류희림 사퇴 촉구' 손피켓 ⓒ 김준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실에 걸린 '류희림 사퇴 촉구' 손피켓 ⓒ 김준 기자

정부가 듣기 싫은 소리를 막으려 국회의원에 이어 언론사에도 재갈을 물리려는 상황이 벌어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재판 중인 사안에는 심의하지 않는다는 기존 관행을 깨고, MBC의 ‘바이든 날리면’ 사태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이번 심의는 야권 추천 위원이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돼 반대토론도 없이 속전속결로 끝났다.

30일 방심위는 MBC를 비롯해 ‘바이든 날리면 사태’를 인용 보도한 10개의 언론사에 대한 심의를 진행해 의견 진술 절차를 의결했다. 의견 진술은 제작진의 입장을 듣는 절차로 해당 절차를 거친 안건은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시간 방송회관 앞에서 진행된 방심위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준희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장은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보류됐던 심의를 재개한 사례는 한 건도 없고, 소송 중인 사안에 의결 보류 원칙은 류희림 위원장 부임 이후에도 쭉 지켜져 왔던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류희림 위원장은 “방송통신심의원회는 법원 판단에만 의존하는 기관이 아니”라며 “관련 소송이 제기 중이더라도 의결 보류 없이 심의 진행이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이례적인 심의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언론장악저지 공동행동(준)과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비판언론 죽이기-정치보복적 심의 자행 류희림 방심위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장악저지 공동행동(준)과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비판언론 죽이기-정치보복적 심의 자행 류희림 방심위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인사권을 가지고 보복을 하면 그게 깡패지 위원장이냐 묻고 싶다”

방심위의 보복인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29일 방심위는 팀장급 직원 절반을 교체했다. 전체 팀장 28명 중 14명이 변경됐다. 이중 신규 팀장은 9명. 팀장에서 강등된 9명 중 8명은 류 위원장의 행보에 문제를 제기한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방심위 안에서는 ‘가짜뉴스 심의 추진, 가짜뉴스 센터 설립’에 내부 반발이 일었다. 방심위 전체 평직원 4분의 3가량인 150명이 비정상적인 운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실무 팀장 11명이 가짜뉴스 심의센터 설치에 의견수렴이 부족했다고 반발했는데, 이 중 7명이 차장으로 강등되거나, 연구위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장은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을 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란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인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위원장이냐 묻고 싶다”고 따졌다.

MBC AM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홈페이지

신장식 하차···MBC 정조준한 정부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는 MBC를 정조준하고 있다. 29일에는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진행을 맡은 신장식 변호사가 하차를 선언했다. 신 변호사는 29일 방송에서 “2월 8일 마지막 방송을 하기로 했다”며 하차 이유에 대해 “MBC에게 더 부담을 줄 수 없다”고 알렸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음악 방송을 포함해 청취율 1위를 꾸준히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방송에 출연한 이언주 전 의원이 ‘이제 대통령의 꼬봉들만 남아 있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은 거다. 또한, 패널 구성을 편파적으로 했다는 점도 중징계 사유로 알려졌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이에 대해 “신장식 씨는 그 영향력만큼이나 현 정권에서 극우세력의 집중 공격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들어 류희림 위원장이 취임 이후,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을 표적 삼아 무도한 막가파식 제재 폭탄을 쏟아부었고, 진행자가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하차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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