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반도 위기, 세 가지 오해와 진실 ②

2024년 한반도 전쟁 위기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되는 세 가지 오해를 다룬다.

① ‘공포의 핵균형’은 유효한가

② 북은 ‘전쟁할 결심’을 했는가

③ 위기가 고조되면 대화 국면이 열리는가

지난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에서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강경 입장은 흔히 ‘전쟁할 결심’으로 해석된다. 북이 '전쟁에 나설 전략적 결정'(a strategic decision to go to war)을 했다는 칼럼이 1월 11일 미국의 북 전문매체 38노스에 실리면서부터다.

이 칼럼을 소개하면서 동아일보는 “김정은, 전쟁 나설 결심”(1.13)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한겨레는 ”김정은, 한반도 전쟁 결심한 듯“(1.18)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 이후 거의 모든 매체에서 최근 나온 북의 발언과 행동은 ‘전쟁할 결심’으로 연결했다.

▲ 지난 1월 11일 미국 매체 38노스에 북이 ‘전쟁할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칼럼이 실렸다.
▲ 지난 1월 11일 미국 매체 38노스에 북이 ‘전쟁할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칼럼이 실렸다.

‘전쟁할 결심’ 아닌 ‘반격할 결심’

그러나 이런 해석은 북의 발언을 호도하고 왜곡한다.

전원회의에서 나온 “주저 없이 군사행동에 돌입하고,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한다”라는 북의 발언에는 “유사시, 군사적 대결 기도할 경우”라는 전제가 있다.

12월 31일 군주요지휘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가차 없이 짓부셔버려야 할” 대상은 “적들의 그 어떤 형태의 도발”이다. 마찬가지로 “순간의 주저도 없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섬멸적 타격을 가하고 괴멸시켜야 한다”라는 발언은 “만약 놈들이 반공화국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고 불집을 일으킨다면”이라는 전제가 있다.

1월 8~9일 군수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는 결코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을 것”을 언급했고, 1월 15일 시정연설에서도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여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전쟁도발로 간주한다”는 발언 역시 ‘전쟁할 결심’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최근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일련의 발언은 ‘전쟁할 결심이 아니라 ’전쟁에 반응할 결심‘이다.

다시 시정연설 내용으로 가보자. 김 위원장은 “우리가 키우는 최강의 절대적 힘은 그 무슨 일방적인 《무력통일》을 위한 선제공격수단이 아니라 철저히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꼭 키워야만 하는 자위권에 속하는 정당방위력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언”했다. 다만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피할 생각 또한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북의 결심은 ‘전쟁할 결심’이 아니다. ‘전쟁에 대비하고, 전쟁에 대응할 결심’을 피력한 것이다. ‘반격할 결심’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이 전쟁을 걸어오면 피하지 않고 반격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이 유사시 북쪽을 점령하고 평정하려는 것처럼 북 역시 유사시 남쪽을 점령하고 평정하겠다는 것이다.

‘반격할 결심’은 2022년 하반기부터 피력

2022년 9월 25일~10월 9일까지 북은 이례적으로 15일에 걸치는 군사 훈련을 진행했다. 한미연합군사연습 기간에 맞춰 진행된 북의 훈련은 “전쟁억제력과 핵반격능력을 검증판정”하고 “적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실시되었다고 당시 노동신문은 전했다.

당시 북의 훈련은 한미 군사적 움직임에 정확하게 맞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9월 23일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항에 입항하자, 로널드 레이건호를 정밀타격하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9월 26~29일 한미 연합 해상 훈련이 진행되자 9월 28~29일 그리고 10월 1일 북은 전술핵 탑재 모의 탄도미사일 정밀 타격 훈련을 했다.

9월 30일 한미일 대잠수함 훈련이 진행되자 북은 10월 4일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4,500km 밖의 목표를 공격하는 훈련을 했다. 10월 5일 로널드 레인건호가 재진입하자 10월 6일 새벽 북은 ‘적의 주요군사지휘시설’을 공격하는 초대형방사포와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10월 6~8일 한미일 군사훈련이 진행되자 10월 9일 새벽 ‘적의 주요항구’를 공격하는 초대형방사포 사격 훈련을 했다.

항모가 오면 항모를 때리고, 폭격기가 오면 폭격기를 때리고, 함대가 오면 함대를 때리고, 필요에 따라 ‘적의 군사지휘시설’을 공격하는 훈련을 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한미 군사연습에 ‘맞대응하는 훈련’이 실시된 것이다. 맞대응 훈련은 곧 ‘전쟁에 대비하고, 전쟁에 대응하는 훈련’이다. 즉 ‘적의 공격에 반격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이며, 그후 지금까지 이 패턴은 유지되고 있다.

한편 북은 2022년 11월 18일 화성포-17형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적들이 핵타격 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여기서도 “핵타격 수단들을 끌어들이며 위협을 가해온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라는 문구는 ‘반격한 결심’을 상징한다. 이 문구는 이후 노동신문 등에서 즐겨 사용하는 구호가 되었다.

▲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우표가 발행되었다.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는 구호가 우표에 적혀있다.
▲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우표가 발행되었다.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는 구호가 우표에 적혀있다.

따라서 북의 ‘반격할 결심’은 이번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에서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반격할 결심’은 2022년부터 피력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을 발사하고,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올리는 등 ‘반격 수단’을 더 강화했다. 그리고 이번 전원회의와 시정연설을 통해 ‘반격할 결심’을 당정책으로, 국가정책으로 확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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