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는 애초에 없었다 ③

최근 ‘유엔사’ 재활성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유엔사에 편입시키고, ‘유엔사’를 전투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재활성화의 목표이다. 재활성화가 완성되면 사실상 아시아판 나토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아시아판 나토는 북·중·러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유엔사’의 법적 지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체가 없는 ‘유령사령부’인 셈이다. 따라서 ‘유엔사’ 재활성화는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다. 미국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유엔사’ 문제를 오랫동안 추적해 왔던 이시우 사진작가가 지난 11월 9일 “한-유엔사 참전국 국방장관회의에 즈음한 토론회 『‘유엔사’ 재활성화와 역학 확대,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발표한 글을 요약·재구성하여 세 번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① 맥아더는 ‘유엔사령관’이 아니다

②법적 근거 없는 ‘유엔사’ 후방 기지

③유엔 깃발 사용도, 군사분계선 통과도..... ‘유엔사’의 권한 아니다

▲ 부산 유엔기념공원의 유엔 깃발
▲ 부산 유엔기념공원의 유엔 깃발

유엔사의 유엔 깃발 사용, 불법이다

1950년 7월 7일 안보리는 유엔기를 사용할 수 있는 통합사령부의 재량권을 승인한다고 결의했다. ‘유엔사’가 유엔기를 사용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미국통합사령부’라는 명칭이건, ‘유엔사’라는 명칭이건, 유엔기를 이용하면 그것이 바로 ‘유엔사령부’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3년 12월 남과 북을 동시에 방문했던 유엔사무총장 부트로스 갈리(Boutros B. Ghali)는 “자신은 유엔사에 유엔기를 게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사’의 유엔기 게양을 탈법 행위라고 주장한 것이다.

미국은 즉각 이에 반박했다. 안보리 결의 84호가 통과되었을 때,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유엔대사에게 유엔 깃발을 보냈고, 이것을 전달받은 미 육군참모총장이 1950년 7월 14일 맥아더에게 이 깃발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엔사’가 유엔 깃발을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반박이다.

그러나 유엔깃발법에 따르면 군사작전에서의 유엔기 사용을 승인할 수 있는 법적 자격을 가진 기구는 오직 유엔 사무총장뿐이다. 안보리 결의 84의 결정 주체는 안보리였다. 따라서 안보리 결의 84에 따른 ‘유엔사’의 유엔 깃발 사용은 잘못된 결정이었고, 불법이다.

게다가 안보리 결의 84가 채택될 당시 유엔깃발법에는 '군사작전에서의 유엔기 사용‘ 조항 자체가 없었다. 유엔 사무총장은 7월 28일에 가서야 '군사작전에서의 유엔기 사용' 항목을 추가하여 유엔깃발법을 개정했다. 사후 입법인 것이다.

1966년부터 유엔총회에서 ’유엔사‘의 유엔 깃발 사용이 논란이 되어 왔고, 그 결과 1975년 미국은 유엔기 사용의 제한을 포함하여 '유엔사령부'의 노출을 줄이려는 조처를 하겠다는 약속이 담긴 서한을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다. 또한 판문점에 위치한 군사정전위 등 정전협정 이행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시설을 제외하고 한국 내 모든 미군기지에서 유엔기가 내려졌다.

2020년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깃발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했다. ’유엔사‘의 유엔 깃발 사용에 관해 "유엔기 게양으로 유엔과 협력관계가 있다는 것을 암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특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 깃발은 여러 곳에 게양되어 있다.

군사분계선 통과 권한, "유엔사"는 갖고 있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유엔사 패싱’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끊임없이 문제 삼는 것 중에 하나다. 문재인 정부가 ‘유엔사’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북측과 직접 해결했다는 주장이다. 2019년 북측 어민을 북으로 송환할 때 ‘유엔사’의 반대를 묵살했다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유엔사의 승인’ 자체가 갖는 문제점은 지적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얘기하자면, ‘유엔사’는 군사분계선 통과에 대한 권한이 없다.

군사분계선 통과의 허가는 정전협정에 명시되어 있듯이, 군사정전위원회의 권한이다. 군사정전위원회는 ‘유엔사’와 ‘중국지원사령부’, ‘조선인민군사령부’의 대표로 구성된다. 그런데 군사정전위는 1994년 해체되었다.

이와 관련한 ‘유엔사’의 권한은 민사 행정 집행을 위한 인원수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정작 민사행정을 감독하는 민사 행정 경찰은 군사정전위가 결정한다. 따라서 북측 어민 송환문제는 ‘유엔사’의 민사 행정 업무가 아니다. 군사정전위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 이는 남북 당국 간 업무라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2019년 당시 북측 어민을 북송할 때 유엔사의 승인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었다.

정전협정 대안인 9.19 남북 군사합의

정전협정은 한국이 서명하지 않았고 당연히 비준되지 않았기에 한국법률이 된 적이 없다. 국내법이 아니기에 그 위반도 성립하지 않는다.

남북 사이에 정전협정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 것이 9.19 군사합의이다. 이 합의는 두 가지 점에서 획기적 성격을 갖는다.

첫째, 9.19 군사합의서는 ‘정전협정에 따라’라는 문구가 없다. 1990년 남북기본합의서, 10.4선언은 모두 '정전협정에 따라'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므로 9.19 군사합의 이전 합의들에 대해 ‘유엔사’는 개입할 명분을 갖고 있었다. 9.19 군사합의는 ‘정전협정’에 따른 것이 아니었으므로, 유엔사와 무관한 합의이다. 이런 이유로 9.19 군사합의 직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미국과 상의 없이 군사합의를 체결했다며 강경화 외교장관에 항의 전화를 했다.

둘째, 다른 남북합의서들과 달리 9.19 남북군사합의서는 비준·동의되어 대한민국 전자관보에 공포됨으로써, 국내 법령으로 발효되었다.

따라서 유엔사와 9.19 군사합의는 충돌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는 유엔사를 부활시키고,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려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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