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는 애초에 없었다 ②

최근 ‘유엔사’ 재활성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유엔사에 편입시키고, ‘유엔사’를 전투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재활성화의 목표이다. 재활성화가 완성되면 사실상 아시아판 나토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아시아판 나토는 북·중·러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유엔사’의 법적 지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체가 없는 ‘유령사령부’인 셈이다. 따라서 ‘유엔사’ 재활성화는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다. 미국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유엔사’ 문제를 오랫동안 추적해 왔던 이시우 사진작가가 지난 11월 9일 “한-유엔사 참전국 국방장관회의에 즈음한 토론회 『‘유엔사’ 재활성화와 역학 확대,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발표한 글을 요약·재구성하여 세 번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① 맥아더는 ‘유엔사령관’이 아니다

②법적 근거 없는 ‘유엔사’ 후방 기지

③유엔 깃발 사용도, 군사분계선 통과도..... ‘유엔사’의 권한 아니다

미국이 일본을 ‘유엔사’에 편입시키는 법적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유엔사’ 후방 기지이다. 즉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유엔사’ 후방 기지가 있는 일본이 ‘유엔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유엔사’ 회원국이 아니다. 즉 일본은 ‘유엔사’에 병력을 파견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일본이 ‘유엔사’에 참여하는 것은 논리상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문제는 2018년 6월 미 합참에 의해 해결되었다. ‘전력 제공국’(한국전쟁 참전국을 일컫는 공식 용어)의 정의를 “유엔사에 군사적, 비군사적 기여를 하였거나 할 국가”로 바꾼 것이다. 일본은 ‘유엔사’ 후방 기지를 두고 있는 국가로서 ‘비군사적 기여’ 국가이다.

그러나, ‘유엔사’가 법적 근거 없는 유령사령부이듯이, ‘유엔사’ 후방기지 역시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를 갖지 못한다. ‘유엔사’ 후방 기지의 법적 근거로 인용되는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 자체가 유엔 헌장에 부합하지 않는 불법성을 갖기 때문이다.

▲  '유엔사'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유엔사' 후방 기지(UNC-REAR). 그러나 '유엔사' 후방 기지는 법적 근거가 없다.
▲ '유엔사'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유엔사' 후방 기지(UNC-REAR). 그러나 '유엔사' 후방 기지는 법적 근거가 없다.

1951년 9월 8일 미국과 일본은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을 통해 ‘유엔사’에 대해 시설 및 용역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그 합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금일 서명한 평화조약 효력 발생과 동시에 일본은 “유엔이 이 헌장에 따라 행하는 모든 조치에 대한 모든 원조”를 유엔에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하는 「유엔 헌장」 제2조에 표현된 의무를 진다.

유엔헌장상의 의무수락이 주일 ‘유엔사’ 후방 기지의 법적 근거로 명시되었다. 그런데 유엔 헌장 2조 5항의 주어는 ‘회원국’이다.

 

유엔 헌장 2조 5항

모든 회원국은 국제연합이 이 헌장에 따라 취하는 어떠한 조치에 있어서도 모든 원조를 다하며, 국제연합이 방지 조치 또는 강제조치를 취하는 대상이 되는 어떠한 국가에 대하여도 원조를 삼간다.

일본이 유엔에 가입한 것은 1956년.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 당시 일본은 유엔 비회원국이었다. 그런데 교환공문은 헌장 2조 5항의 주어 ‘회원국’의 자리에 비회원국인 ‘일본’을 바꿔치기해 놓았다.

유엔 헌장은 또한 안보리 결정의 이행은 유엔 회원국에 국한하도록 규정하였다.

 

유엔 헌장 제48조

1.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한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조치는 안전보장이사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국제연합 회원국의 전부 또는 일부에 의하여 취하여진다.

2. 그러한 결정은 국제연합 회원국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또한 국제연합 회원국이 그 구성국인 적절한 국제기관에 있어서의 이들 회원국의 조치를 통하여 이행된다.

또한 유엔 헌장 53조는 안보리의 결정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조치는 안보리가 정하는 바에 따라 회원국에 의하여 취해지도록 규정했다.

 

유엔 헌장 제53조

1. 안전보장이사회는 그 권위 하에 취하여지는 강제조치를 위하여 적절한 경우에는 그러한 지역적 약정 또는 지역적 기관을 이용한다. 다만, 안전보장이사회의 허가 없이는 어떠한 강제조치도 지역적 약정 또는 지역적 기관에 의하여 취하여져서는 아니된다.

안보리가 ‘정하는 바’나 ‘허가’에 의해 취해지지 않은 회원국의 조치조차 불법이 된다. 하물며 회원국이 아닌 일본의 경우에 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당시 유엔 비회원국인 일본에 대해 유엔 헌장의 의무를 진다는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은 유엔 헌장에 위배된다.

미국이 일본을 유엔사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근거는 일본에 존재하는 유엔사 후방 기지이다. 그리고 유엔사 후방 기지의 근거는 바로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이다.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은 ‘안보리 결의 84’를 인용하여 그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일본이 당시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으므로, ‘안보리 결의 84’에 근거한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유엔사’ 후방 기지 역시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이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을 뿐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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