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9시, 보신각 광장에 설치된 2천 켤레의 신발들.
▲17일 오전 9시, 보신각 광장에 설치된 2천 켤레의 신발들.

10월 7일 이후 줄곧 이어진 이스라엘의 폭격과 지상군 투입은 참극을 낳고 있다.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1,470명.

이스라엘은 알 아흘리 침례병원에 이어 알시파 병원까지 공습하며 가자지구의 의료 체계를 완전히 붕괴시켰다. 이로써 가자지구는 부상자 치료는 물론이고 사망자 데이터조차 집계할 수 없게 됐다.

1만 1천여 명의 사망자 중 75%는 아동, 여성, 노인이다.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한 해 동안 사망한 어린이 수보다 지난 1달간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어린이가 더 많다.

학살과 함께 사라진 것은 그 수많은 생명만큼이나 무수한 경험과 기억이다.

▲신발들 뒤로 시위대가 현수막을 들고 있다.
▲신발들 뒤로 시위대가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이에 17일 오전, 보신각 광장에서 팔레스타인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신발들의 시위가 열렸다. 105개 단체가 결합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긴급행동)이 전국에서 약 3천 켤레 신발을 모아 2천 켤레를 설치한 것.

주인 없이 광장 한복판에 놓인 수천 켤레 신발을 통해, 이스라엘의 학살으로 사라진 삶들의 무게를 짐작해보자는 취지다.

긴급행동은 “이스라엘의 무차별한 공격은 강도와 사상자 규모 면에서 이전의 모든 공격을 압도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희생자 모두가 하나의 우주이자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존엄한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에 의한 입국 제한을 피하고자 ‘덩야핑’이라는 가명을 사용중인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전쟁범죄에 시치미를 떼는 이스라엘의 행태에 깊은 분노를 표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500여 명을 살해한 알 아흘리 침례병원 폭격 책임을 부정했으나, 이미 직전 3일 연속으로 병원에 소개 명령을 내리며 폭격을 협박한 데 이어 드론으로 병원 인근을 폭격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의 덩야핑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의 덩야핑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덩야핑 활동가는 “학살을 중단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즉각 휴전에 응해야 하지만, 문제는 이스라엘의 군사점령과 식민지배 자체”라며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더이상 지옥에서 살아가지 않도록 이스라엘의 식민지배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의 전진한 씨는 이스라엘의 알시파 병원 침공을 규탄하며 팔레스타인 의사가 전해온 현장 상황을 밝혔다.

“군인 수백 명이 탱크와 함께 알시파 병원에 진입했고, 저격수를 배치해 환자와 의료인들을 조준 사격하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더불어 이스라엘군은 병원의 전기·연료를 끊고 태양광 패널을 파괴해 인큐베이터에 있는 수많은 신생아를 죽였다.

전 씨는 “이스라엘은 병원 내부에 하마스 시설이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입증도 못하고 있을뿐더러 설령 사실이라도 환자와 의료진을 공격하는 행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무차별한 공격은 최근 폭로된 이스라엘 내부 문건에서 드러나듯 가자지구에 대한 완전한 인종청소를 실행하고자 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이날 시위에는 한국 체류 중인 팔레스타인 시민의 발언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당사자의 심적 고통으로 참석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는 팔레스타인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행사가 이어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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