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친일파 흉상 설치?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쓴소리 나와
"국군의 뿌리인 독립군과 광복군 무시"
광복절 축사부터 계속되는 이념 갈라치기

제99주년 삼일절인  2018년 3월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희영 선생의 흉상은 장병들이 훈련한 탄피 300kg(소총탄 5만 여발 분량)을 녹여 제작하였다. ⓒ 뉴시스
제99주년 삼일절인  2018년 3월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희영 선생의 흉상은 장병들이 훈련한 탄피 300kg(소총탄 5만 여발 분량)을 녹여 제작하였다. ⓒ 뉴시스

정부의 이념 갈라치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방부가 홍범도, 김좌진 장군 등 독립운동가 흉상 이전에 속도를 내면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친일파 상징과도 같은 백선엽 흉상 설치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육군사관학교가 교내 기념물 정비 계획을 갖추고 있다며 충무관 현관 앞에 있는 독립운동가 5명(김좌진, 홍범도, 이회영, 이범석, 지청천) 흉상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그 이유로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인물을 육사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에 진보당은 논평을 통해 ‘헌법에도 뚜렷이 명시된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도, '우리 국군의 뿌리가 독립군과 광복군'이라는 당연한 상식마저도 송두리째 무시하고 짓밟고 능멸하려는 이 사회가 과연 '대한민국'이 맞나?’라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민주당 또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저열한 역사 인식이 통탄스러울 따름”이라며 “이제는 독립영웅들에게도 공산주의 프레임을 씌워 독립 운동의 역사마저 지우려는 것이냐” 비판했다.

특히 백선엽 장군의 흉상을 설치하려는 것에 대해서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판정한 바 있다”며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독립투혼 대신 반민족 행위를 배우라는 메시지냐”라고 꼬집었다.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펴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에 따르면 ‘백선엽은 항일 세력을 무력 탄압하는 조선인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일제의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했다’고 명시돼있다. 백선엽 장군 자서전에도 ‘우리들이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고 기록돼있다.

여당에서도 과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를 통해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 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 또한, ‘그렇게 할 거면 박정희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에 대해 1963년 추서한 건국훈장부터 취소하라’고 질타했다.

‘통합’ 대신 이념으로 ‘갈등’ 야기

정부의 이념 갈라치기는 이번뿐만 아니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 또한 통합보단 이념을 통한 갈라치기에 가까웠다. 일제 침략, 탄압으로부터 독립을 기념하는 광복절 78주년 경축사에서 대통령은 일본을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하지만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았다”라며 민주주의 세력과 북한을 향해서는 날을 세웠다. 대통령 개인의 이념을 둘째 치더라도 도저히 광복절 축사라고 보긴 어려웠다. 

당시 경축사에 대해서도 여당 소속 천아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자유민주주의 세력 대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나눠 대립 구도를 짰다”라며 “광복절 경축사보단 6·25전쟁 기념사 느낌이 더 강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0.73%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윤 대통령이 당면한 과제는 ‘통합’이었다. 하지만 소통을 강조했던 임기 초와 다르게 현재 대통령실은 좀처럼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제3자 변제, 오염수 방류 동조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대통령의 침묵은 한국사회의 양극단을 키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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