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소위 ‘불법 집회 엄정 대응’ 발언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찰이 발빠르게 움직인다.

야간집회 금지, 노숙농성 금지, 집회 소음 엄격 제한, 그리고 문화제까지 불법집회라며 금지 조치를 내렸다. 

경찰은 25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주최의 문화제에 참석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폭력 연행했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오는 31일 금속노조가 ‘윤석열 퇴진’ 구호를 내건 총파업을 앞둔 시점이다.

▲ 경찰이 문화제에 참가한 금속노조 조합원을 연행하고 있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단
▲ 경찰이 문화제에 참가한 금속노조 조합원을 연행하고 있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단

대통령 발언 직후, 폭력탄압 ‘속전속결’

25일, 경찰은 대법원 앞에서 ‘불법파견 사용자 엄중 처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 3명을 연행했다. 문화제 방송 차량까지 강제 견인했다. 집회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5조에 따라 예술, 체육, 오락 등에 관한 집회는 신고대상이 아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이날 투쟁문화제와 노숙 농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합법적으로 준비한 문화제를 경찰이 ‘불법 집회’라며 연행한 것.

전날 경찰은 이례적으로 “야간문화제와 노숙농성은 불법"이라며, "엄정하게 대처하겠다, 현장에서 해산 조치하겠다”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집회 강경 대응 발언을 내놓은 직후다.

이날 경찰은 “오래전부터 농성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위에서 강경대응 하라고 공문이 왔다"라며 , "청장 지시도 있고, 대통령 발언도 있고 해서 어쩔 수 없다”라고 했다. 경찰 스스로 ‘금지 통보’가 법적 근거 없이 오로지 경찰청장과 대통령의 입장 때문에 시행한 것임을 인정한 셈이다.

금속노조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난 3년간 대법원 앞에서 여러 차례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경찰과 협의를 통해 마찰 없이 투쟁해왔다. 그러나 대통령 지시 이후 하루아침에 금지 통보를 내리고, 3명의 조합원은 연행했다.

▲ 문화제 방송차량을 에워 싸 문화제를 방해하는 경찰 ⓒ금속노조
▲ 문화제 방송차량을 에워 싸 문화제를 방해하는 경찰 ⓒ금속노조

이날 연행된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장은 “그냥 서 있었는데 잡아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연행 조합원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사했다. 그러나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게 되자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재조사를 시도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법과 원칙’이 무색하게 법을 위반하며 문화제 참가자를 연행했고, ‘없는 죄를 만드는’ 형국이다.

공동투쟁단은 “노동자를 때려잡겠다는 대통령의 기조와 특진에 눈이 먼 경찰이 헌법상 집회 시위의 자유를 짓밟으며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권의 명백한 국가폭력”이라고 규정했다.

건설노조·금속노조… 투쟁하는 노동자 두렵나

건설노조 탄압에 ‘특진’이 배당됐을 때 건설노조 잡기에 혈안이 된 경찰이 대통령의 지시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건설노조뿐만 아니었다. 최근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금속노조 조합원을 향한 탄압도 집중됐다. 노동계에서 대규모 조합원을 둔, 강력한 투쟁을 준비하는 노조들을 대상으로 한 탄압이다.

경찰은 지난 3월 일방적인 해고, 청산, 매각 등에 항의해 농성 중인 한국와이퍼분회에 700여 명의 경력을 투입해 폭력을 행사했다. 여성 조합원 3명이 응급 후송되고, 갈비뼈에 금이 가는 등 20여 명이 다쳤다.

지난 5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현대제철소를 방문할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벌였다. 집회 신고 대상이 아닌 사내 선전전임에도 경찰은 사내까지 난입해 조합원 3명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같은 날, 신생노조 일진하이솔루스지회는 단체협약 체결을 교섭에 임하던 중 직장폐쇄 당했다. 불법적인 대체인력 투입을 시도하는 사측에 항의하며 연좌 농성을 진행하던 중 경찰은 ‘업무방해’를 이유를 대며 11명의 조합원에게 수갑을 채우고 강제 연행했다. 경찰은 광역수사대까지 동원했다.

▲ 25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자본의 불법은 비호, 노조의 정당한 투쟁은 폭력연행, 노조 활동에 대한 경찰의 폭력대응 규탄 기자회견’ ⓒ노동과세계
▲ 25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자본의 불법은 비호, 노조의 정당한 투쟁은 폭력연행, 노조 활동에 대한 경찰의 폭력대응 규탄 기자회견’ ⓒ노동과세계

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 기조에 따라 노조를 ‘부패집단’, ‘조폭집단’ 등 범죄단체로 매도하고 경찰은 이에 부응해 전방위적 연행과 구속을 시도하고 있다. 경찰의 강경 과잉 대응은 정부를 상대로 강력 투쟁을 예고한 노동조합을 비롯해 노조 전반에 걸쳐 진행 중이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최근 경찰의 강경 대응에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에 발맞춰 알아서 충성하는 행위”라고 규탄하며 “반노동·반노조 폭주를 멈추라”고 촉구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대통령 심기보좌에 정신 팔려 헌법을 유린한 윤희근 경찰청장의 폭주야말로 대통령이 나서서 엄단해야 할 ‘불법’”이라고 꼬집었다.

끝나지 않은 탄압, 강력해질 투쟁

현대기아차, 현대제철, 한국지엠, 아사히글라스 등 수십 년간 불법파견을 이어가는 범죄자들 대신, 불법을 바로잡으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연행한 경찰. 법과 원칙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가혹하고, 이중적으로 작동하는 중이다.

경찰은 31일 열릴 금속노조 총파업 수도권대회도 일부 불허방침을 통보했다. 오후 5시까지로 시간을 제한하고, 3개 차로를 이용하겠다는 행진신고 역시 2개 차로로 제한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조 악마화’ 계획이 하나둘 노골화할수록, 노동자들의 투쟁은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5월 금속노동자,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에 이어 6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국민임금 투쟁, 그리고 7월 초 2주 연속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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