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민정음 서문 / 월인석보 권두에 실린 훈민정음 언해본. [문화재청 제공]
▲ 훈민정음 서문 / 월인석보 권두에 실린 훈민정음 언해본. [문화재청 제공]

오늘 10월 9일은 576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그러나 북은 남과 달리 매년 1월 15일을 '훈민정음 창제기념일'로 기념하고 있다.

남에서는 훈민정음이 반포된 <세종 28년(1446년)> 음력 9월중 마지막 날인 29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한글날’로 정하였다.

북은 '세종실록'과 '훈민정음해례' 등을 근거로 창제일인 <세종 25년(1444년 1월, 음력 1443년 12월)> 음력 12월을 양력으로 따져 기념한다.

1957년 남의 한글학회가 지은 ‘조선말큰사전’에는 훈민정음에 대해 "세종대왕이 처음 만들어 우리나라 글자로 정한 28글자“로 "정인지, 성삼문, 최항, 신숙주 들이 해례[解例]를 붙이어 28년 병인 음력 구월 상한에 반포하였음.”이라고 설명하였다.

2002년 총 30권으로 완간된 북의 '조선대백과사전'은 훈민정음을 "15세기에 창제한 조선인민의 고유한 민족글자"라면서 "당시의 왕이었던 세종의 직접적인 주관 밑에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현로들이 집체적인 지혜를 모아 만들었다"라고 적혀있다.

남북 사전 공히 한글이 조선민족의 고유 글자임을 밝힌 것이다.

한글이 민족의 자랑스러운 유산이자 문화발전의 바탕이라는 인식은 남북 공통임이 틀림없다.

남과 북의 외래어 사용 현실

일제는 중일전쟁 직후인 1938년부터 한글 잡지를 폐간하는 한편, 조선민족사상을 꺾고 나아가 조선 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조선어 교육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민족말살정책을 폈다.

그리고 조선어학회사건을 터뜨려 최현배·이극로·이희승 등 33명의 한글학자를 검거하였는데, 이들에게는 “고유 언어는 민족의식을 양성하는 것이므로 조선어학회의 사전 편찬은 조선민족정신을 유지하는 민족운동의 형태다….”라는 함흥지방재판소의 예심종결 결정문에 따라 「치안유지법」의 내란죄를 적용하였다.

선열들이 이렇게 목숨으로 지키려 하였던 조선어를, 남(南)은 선열들의 염원을 망각하고 아직도 일제강점기 일본어를 쓰고 있다.

법률, 행정 용어는 아직도 대부분 일본어다.

그리고 대표적인 것이 식사(食事)이다. 일본 제국주의 군대용어로 우리말은 어른에게는 진지, 어린이에게는 밥이라고 한다. 옛날 일반적으로 ‘아침 잡수셨습니까?’를 인사로도 썼다.

또한 사망(死亡)이 있다. 죽어서 망해서 없어졌다는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는 아주 고약한 낱말로 일본이 호적법 사망 신고 시 쓰는 용어이다. 우리말은 별세, 죽음, 돌아가셨다, 세상 버렸다 등으로 쓴다.

그러나 북은 우리말과 우리글의 우수성을 부각시키면서 외래문화의 무차별적인 '침습'을 경계하고 있다.

북은 정권 수립 이전부터 한자어와 '왜색풍'의 말을 손질하기 시작해 1966년부터 본격적으로 외래어를 '문화어'로 고쳐 70년대 초까지 5만여 개의 새 어휘를 만들었다.

특히 한자어와 외래어에 대해 "민족어의 어휘구성에 들어온 이질적인 요소, 민족어의 고유성과 순결성을 파괴하고 좀먹는 독소"라며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어도 문제지만 무차별적인 영어 사용은 도를 넘고 있다.

남(南)의 무분별한 영어 사용

언어는 민족성을 나타내는데 지방자치단체 등 관공서가 앞장서서 영어를 남발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국어기본법(2005년 1월27일 국어의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국어 관련 법률)'을 알리고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어표기 일색이다.

이명박이 서울시장을 하면서 서울시를 'Hi Seoul'이라고 정하고 난 뒤 우후죽순으로 Dynamic BUSAN(다이나믹 부산), Fly INCHEON(플라이 인천), It's DAEJEON(잇츠 대전), Your Partner GWANGJU(유어 파트너 광주), Colorful DAEGU(컬러풀 대구), ULSAN for you(울산 포 유) 등 자치단체명이 영어 일색이다.

가히 미국의 한 주(州)로 착각할 정도이다.

무분별한 영어표기는 자치단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중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 영어 사용은 도가 지나칠 정도가 아니다.

담배를 예로 들면 거북선, 한라산, 태양, 솔, 도라지, 장미, 환희, 백조, 아리랑, 파고다 등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었는데 요즘은 에쎄, 더원, 디스, 레종 등 모두 영어다.

그리고 은행은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KEB(하나은행),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등 영어로 쓰면 은행인지 외국 기업인지 전혀 내용을 알 수 없다.

뿐만아니라 방송사도 KBS, MBC, SBS, EBS, JTBC, YTN 등 거의 영어다.

물론 진보 진영 내부도 마찬가지다.

회의나 집회 그리고 행사에 영어를 쓰는 것을 유식과 자랑으로 여긴다.

언어에서의 민족 자주 정신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좋다. 학문적으로 바른 외국어를 써야 한다.

그러나 남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외래어 일색으로 변질되어 가는 나라를 바로 세우고 우리 민족의 얼을 찾아야 한다.

미국은 전 지구적으로 쇠퇴와 몰락을 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왜 망해가는 나라의 말을 배우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국력을 소비하는가!

언어문제에서도 민족 자주 정신이 바로 서야 한다.

지난 2000년 이산가족 상봉 때 북의 국어학자 류렬(84·국어학자)씨는 "언어가 같으면 생각이 같아지기 때문에 언어 통일이 곧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라며 만찬장에서 허웅 한글학회 이사장과 환담을 나누면서 "우리는 민족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남측엔 왜 이리 외래어가 넘치느냐? 우리의 모국어가 훼손되고 있다."라고 뼈있는 말을 한 것이 지금도 가슴에 와 닿는다.

비록 남북관계가 윤석열이라는 전쟁광으로 나락으로 빠져있지만 민족적,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동질성 회복의 첫째 요건은 문화의 동질성 회복이고 그 첫째가 언어의 통일이다.

한글은 민족어다!!!

민족어 없는 민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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