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진보와 집권 사이 (3)

87년 6월항쟁이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열었고, 10년 후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으로 결실을 맺었다. 촛불항쟁 10년은 과연 어떤 정치를 창조할까.  [편집자]

(1) 집권욕 약하면 진보 아니다
(2) 정권교체보다 체제교체가 절실한 이유
(3) 한국 노동자의 최대 불행은 자기 정당 없는 것
(4) ‘항쟁 없는 선거’와 ‘선거 없는 항쟁’의 교훈

돈이 돈을 버는 사회를 자본주의라 부른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은 자본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착취 대상에 불과하다. 2천5백만 한국 노동자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의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자본가는 이윤을 위해 노동 착취를 멈출 수 없다. “노동자 자본가 사이에 결코 평화란 없다”라는 노랫말은 이런 자본주의 실태를 반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을 많이 착취할수록 이윤은 극대화한다. 자본 투자가 가장 많은 곳과 노동 착취가 가장 심한 곳은 늘 일치하기 마련이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식 자본주의 국가들의 최대 투자처가 주식시장과 부동산 개발이라는 사실에서 우리 사회 착취구조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주식과 부동산 거품이 부른 노동자 이중 착취

한국경제에 주식시장이 확대하면서 외국인 투자 비율이 40%를 넘겼다. 한마디로 세계적 투기자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돈 냄새를 맡았다는 소리다.

이제 주식시장은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이 과정에 죽어나는 쪽은 개미(일반 주식투자자)들이다.

개미들의 주식 투자금은 대부분 노동의 대가로 받은 임금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결국 노동자의 이중 착취구조를 만들게 된다. 특히 성실한 노동으로는 극단적 자산 불평등을 극복할 수 없게 된 개미들은 빚투(빚을 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을 감행했기 때문에 그 피해액은 추산조차 힘들다. 만약 실패하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다.

현재 한국 사회를 좀먹는 또 다른 착취구조는 부동산 시장이다.

가령 월 매출 1천만 원인 편의점의 평균 임대료는 350만 원이다. 최저임금 ‘알바생’ 2명의 임금에 해당한다. 8시간 일하는 점장보다 더 많은 돈을 건물주가 불로소득으로 챙겨가는 셈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너무 오래된 관행이라 착취라고 인식조차 못 한다.

문제는 아파트에서 발생한다. 30평 아파트를 7억2천만 원에 장만한 노동자는 30년 동안 월 200만 원씩 갚아야 한다. 평생 일한 대가, 아니 미래의 노동까지 은행과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저당 잡히는 꼴이다.

여기서 주식과 부동산 거품이 부른 노동자 이중 착취구조가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신봉한 보수정치의 퇴행적 결과라는 데 주목하자.

한국 노동자의 최대 불행은 자기 정당 없는 것

대장동 토건 비리는 한국 노동자의 최대 불행은 자기 정당이 없는 것이라고 웅변한다.

거대 양당이 신봉하는 신자유주의는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아들이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아도 처벌할 수 없다. 자본주의에서 ‘사유재산’은 신성하기 때문에 검사 친척에 150억 원을 상납한 도적떼도 징벌할 명분이 없다. 대가성 여부는 이미 어둠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외세와 결탁한 정경유착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세워진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이라는 촛불의 명령을 수행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했다.

주식과 부동산 거품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착취 구조가 고착되고, 불평등이 심화할수록 노동자의 저항은 그만큼 강력해지는 법이다. 하지만 저항이 아무리 강해도 노동자 민중의 자기 정당이 없으면 ‘죽 쒀서 개 주는 꼴’을 면치 못한다. 87년 6월항쟁이 그랬고, 2016년 촛불항쟁이 그랬다.

아직도 지난 시기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실패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패배주의에 빠져 민주당 류를 기웃거린다면, 이는 이중 착취로 신음하는 노동자에 대한 배신이다. 또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기층에서 조직하지 않고 선거 이벤트를 통한 기적에 의존한다면, 이는 노동자의 불행을 보고도 외면하는 것이다.

이중 착취의 제물이 된 이 땅의 노동자라면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당들과 결별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에 들어가 노동자 자신의 직접정치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더뎌 보이지만 이 길이 가장 정확한 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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