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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학으로 법 읽기, 법으로 문학 읽기 1

2014년 7월에 행해진 ‘어느 고교 문학 지망생과 마광수의 문답’에는 마광수의 ‘성’과 ‘에로티시즘’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 있다.

[문] 에로티시즘 문학의 선구자로서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에 대한 인식 혹은 성에 대한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답] 한국 사람들은 성문제에 위선적으로 행동하고 이중적 처신을 하지요. 내가 보면 예술, 남이 보면 외설이 되는 식이죠. 낮에는 신사, 숙녀고, 밤에는 야수, 창녀입니다. 하루 속히 표현의 자유가 이루어져, 포르노와 매매춘이 합법화되어야 합니다. 집창촌은 없애면서 고급 룸살롱의 매매춘은 봐주는 정부에 책임이 있습니다. 성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야 해요.

[문] 1992년 『즐거운 사라』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판금이 되고 그 이후에도 에로티시즘 작품을 쓰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을 텐데 혹시 지금이라도 계속 에로티시즘 작품을 쓸 계획이 있으신지 묻고 싶습니다.(저는 에로티시즘 문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으로서 계속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답] 요샌 검열이 더 심해져서 성문학 작품을 써도 출판 자체가 힘들어요. 애는 쓰지만 주위 여건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이 문답에는 성과 에로티시즘에 대한 마광수의 복잡한 심사가 드러나 있다. 그는 평소 한국인 또는 한국문학(가)들이 가진 윤리주의를 가감 없이 비판하고 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사디즘이나 마조키즘은 결코 비윤리적인 '변태 심리'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이 가진 보편적 욕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욕구는 솔직히 드러나기만 하면 어떤 부작용도 없다. 문제는 '감추는 것'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그의 기본인식이다. 그는, 한국 예술(문학)계가 극복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변형’ 혹은 '은폐된 이중성'에 있다고 보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 그대로 그리는” 리얼리즘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얼리즘’은 그의 사고와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키워드’다. 즉 리얼리즘이란 ‘가리고 감추는 것’이 아니라 ‘벗고 드러내는 것’이다. ‘먹는 것’이 아니라 ‘푸는 것’, ‘싸는 것’-‘배설’이다. 이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솔직함’이다. 이런 입장에서는 그는 경건주의와 도덕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한국의 경직된 문화풍토는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고 허구와 사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촌스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학은 그 안에 사상적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무언가 「고상한 것」이어야 하고, 일종의 권선징악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답답한 엄숙주의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 경직된 엄숙주의에 따른 경건주의와 도덕주의의 만연은 우리 문학의 성장을 정지시키고, 세계화를 불가능하게 하고, 결국에 가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게 만든다.”

그의 이런 문제의식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사라>를 통해 촉발된 “문학에 있어서의 ‘외설’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성을 죄의식과 연결시켜 생각하려는 육체비하주의 또는 정신우월주의적 사고방식이 사회 상층부에서 보수 기득권자들의 기득권 유지 내지는 민중지배의 수단 역할을 하며 일반대중을 옭죄는 메카니즘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마광수는, ‘예술’과 ‘외설’을 구분하는 절대적 기준이나 관념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외설은 없다”고 단정한다. ‘외설적 표현’이라는 것도 결국은 ‘성에 대한 담론’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라> 필화사건은 소위 ‘사라이즘’으로 불리며 ‘예술’와 ‘외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강준만은 마광수에 대한 사람들의 다차원적인 반응을 <사라>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비적대적’인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표 1]) 

위 ‘표 1’에서 보듯이 도덕주의자-쾌락주의자, 권위주의자-자유주의자, 예술신성주의자-예술지상주의자의 성에 대한 관념의 차이는 이해할 수 있으나 페미니스트와 진보주의자 사이에서도 <사라>를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강준만은 유형화된 사람들의 입장 차이보다 문인들, 즉 문단의 ‘반발’이 보잘 것 없다는 데서 ‘놀라운 깨달음’을 얻었다고 비판한다.

“문인 2백여 명이 ‘문학작품 표현자유 침해와 출판탄압에 대한 문학·출판인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조그마한 시위를 벌이긴 했지만, 그들 대부분이 ’마광수 소설의 문학성은 인정할 수 없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었다.”

‘문학성’ 개념에 따른 작가 마광수와 소설작품 <사라>에 대한 비판은 엄숙한 경건주의에 바탕한 도덕주의와 윤리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문인들의 의식이자 곧 검찰의 기소이유이기도 했다.

“(마 교수의 소설은)그야말로 문학 이하다. 왜 개념에서부터 무지하며, 천박한 노출을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가. 이러한 사고의 수준으로 교단에서 무엇인가를 가르친다는 상황도 문제다.”(문학평론가 구중서, 『중앙일보』 1992.10.31)

“(마광수의)보잘 것 없는 상품이 쓰고 있는 낯 두꺼운 지성과 문화의 탈과 이미 자신의 생산에서 교육적인 효과는 포기한 듯함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라는 신분을 애써 유지하는 점이 못마땅하다. 마광수의 소설을 읽고 난 뒤 내가 먼저 느껴야 했던 것은 구역질이었고, 내뱉고 싶던 것은 욕지기다.”(소설가 이문열, 『중앙일보』 1992.11.2)

<사라>의 어떤 내용과 표현이 이문열로 하여금 그토록 ‘구역질’과 ‘욕지기’를 나게 만들었을까? 그는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문열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도덕주의’다. 도덕주의로 무장한 사람들(혹은 집단)이 공권력과 결탁하여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억압할 때 그것은 ‘모럴 테러리즘’이다. 이에 맞서 싸우는 ‘대학교수’라는 직분을 가진 마광수는 ‘위험하고 불경한 성해방전사’로 비칠 수밖에 없다.

“대학교수나 작가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동아일보, 1992.11.7)

“마광수씨는 교수라는 칭호없이 마광수씨로 불러야 된다.”(문화일보, 1993.12.9)

“제재는 커녕 교육자가 앞장서 성교소설을 쓰고 있으며, 그것을 출판한 출판사가 일확천금의 꿈에 취해 있다.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이원홍, 스포츠서울, 1992.11.4)

(다음에 계속)

* ‘슬픈’ 필화사건,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에 있는 그림은 마광수 교수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마 교수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는 것입니다. 그림 사용을 허락해주신 마광수 교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무단복제를 금합니다. 

채형복 교수는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 3대학에서 ‘유럽공동체법’을 전공했다. 이와 관련된 여러 권의 저서가 있다. 현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으며 시인이기도 하다. <늙은 아내의 마지막 기도>, <저승꽃>, <우리는 늘 혼자다> 등의 시집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