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경협의 시간을 준비하자”라고 발언하기 무섭게 미 국무부가 ‘대북 제재 이행 의무’를 언급하며 압력을 가해왔다.

지난 23일 이 장관이 ‘통일부-경제계 인사 간담회’에서 “정세 변환기에 정부와 기업이 역할 분담을 통해 남북 경협의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한 발언을 미 국무부가 문제 삼은 것.

미 국무부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이 장관의 경협 발언을 겨냥했다.

통일부는 미 국무부의 이런 반응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협을 당장 시작한 것도 아니고, 단지 정세가 변할 경우를 잘 대비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두고 유엔사무총장도 아닌 일개 국무부가 주권국가의 장관에게 이러쿵저러쿵 간섭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 국무부의 이번 논평이 향후 통일부의 계획에 변경을 가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냐”는 기자의 질문에 통일부 관계자는 “미국과 잘 협의해서 추진하겠다”라며 직답을 피했다.

남북관계를 미국의 승인 하에서만 진전시켜 온 통일부의 그간 행보로 볼 때, 이번 미 국무부의 논평으로 통일부는 남북경협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발목부터 잡혀버린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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