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적 경제민주화의 길(8)] 자주적 경제민주화의 길을 간 나라들②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취임한 2019년 1월10일을 기점으로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해 가장 강력한 경제제재를 강행했다. 마두로대통령이 지난해 5월 조기 대선에서 67.7%를 득표해 재선에 성공했지만, 미국은 부정선거라 주장하며 "마두로 독재정권의 불법적인 취임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부패한 정권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야권이 장악한) 민주적 국회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월 13일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Juan Guaido)가 셀프 임시 대통령을 선언하자 미국과 미국을 추종하는 한국을 포함한 50여 개국이 과이도 지지를 선언했다. 셀프 임시대통령 과이도는 4월30일 소수의 군인으로 “자유작전”(Operation Freedom) 군사쿠데타를 이끌었지만 진압됐고 관련자는 체포되었으며 쿠데타에 참여한 군인 25명은 브라질에 망명을 신청했다. 이 쿠데타로 마두로 정부가 전복될 것처럼 많은 언론이 보도했지만 5월2일 마두로 대통령은 카라카스의 티우나 요새에서 군인 4,000여명의 사열을 받았고, 군대는 마두로 정부에 충성을 맹세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마두로와 함께하고 있고 그전에는 차베스와 함께 있었다.

20년 전 45세 차베스 대통령 당선

베네수엘라는 916,445㎢ 면적으로 한반도의 3.9배, 2017년 현재 인구 3천2백여만 명, 국가 정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베네수엘라는 석유매장량 세계 25%로 1위, 천연가스 세계 8위, 금 매장량 세계 2위, 철 매장량 세계 5위를 자랑한다. 1922년 마라카이보 호수에서 검은 황금 석유가 발견된 후 석유를 추출하여 미국과 유럽국가들에 수출했다. 1950년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4위의 부국이었으며, 1970년대 카라카스에서 파리까지 그 비싼 콩코드가 직항운행되고 1인당 위스키 소비량도 세계1위를 기록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1976년 페레스 대통령은 ‘자원 민족주의’를 주창하며 석유국유화를 단행하고 국영석유회사인 PDVSA를 설립하여 정부가 판매 수익을 독점했다. 그러나 원유를 석유로 정제하는 기술은 부족했고, 1980년대 후반 금융위기로 IMF의 보조를 받으며 변동환율제와 석유민영화 조치를 단행하면서 빈부격차가 극심해졌다. 1989년 2월에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남미 최초의 민중봉기인 ‘카라카소(Caracazo, 카라카스폭동의 합성어)’가 일어났다. 민중들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열망했다. 이러한 사회정치적 분위기에서 차베스는 1992년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실패한 후 새로운 ’제5공화국운동’을 전개하면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1998년 12월 6일 당선되었다. 차베스는 그 후 1999년 2월부터 2013년 3월 5일 사망하기 전까지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빈곤을 해결해 줄 대통령, 부정부패 청산과 새로운 정치, 민중을 위한 새로운 세상을 약속한 쿠데타를 일으켰던 군인 출신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와 중남미가 고통받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땅을 약탈해온 미국의 자본가들 때문’이며, 볼리바르혁명과 21세기 사회주의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석유국유화정책, 무상 민중복지와 자급자족경제 추진

차베스는 대통령이 된 후 1999년 신헌법, 볼리바르 헌법(Constitución Bolivariana)을 제정하고, 국가의 경제개입을 강화하며 법률을 정비했다. 새로운 탄화수소법(Hydrocarbons Law)을 통해 모든 석유생산 및 배분 행위를 국유화했고, 석유산업 이외에 알루미늄 산업, 통신산업, 철강산업 등도 재국유화를 추진했다. 토지법을 개정하여 소유주가 불분명한 토지를 농민들에게 분배하고, 빈민가정에 주거지 소유권을 보장했다. 베네수엘라 최대산업이자 최대회사인 국영베네수엘라 석유회사(PDVSA)의 자율적 경영을 축소하고 PDVSA의 이윤을 정부 재정으로 최대한 확보하였다. 차베스는 세계 원유 매장량 1위를 자랑하는 풍부한 석유자원으로 얻은 수익과 2000년대 중반 이후 올라가는 고유가 덕택으로 벌어들인 엄청난 오일머니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빈곤과 문맹 그리고 부패의 수준을 줄이고 국민들의 기대수명을 연장했으며,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상위 1%의 부를 나머지 99%에게 재분배함으로써 사회의 가장 가난한 계층을 배려했다. 빈민층들에게 각종 혜택(무상교육, 무상의료, 저가주택)을 베풀어 빈민률을 25% 이하로 줄였고 하층민의 굳건하고 열광적인 지지로 선거마다 승리했다. 빈민 위주의 민중복지는 "21세기 사회주의" 모델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차베스는 석유정제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과 다른 제조업발전을 추진했고, 자급자족을 위하여 토지개혁과 농업개혁을 실시하고 종자혁명을 계획했다. 

국제유가하락과 미국의 금융봉쇄 경제제재 

오일머니에 의존하는 국가재정 경제정책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국면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했다. 수출의 96%를 오일머니에 의존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재정균형을 유지하려면 유가가 160달러는 되어야 하는데 2014년 12월 70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재정적자가 심각해졌다. 또한 2017년 9월 마두로 대통령이 ‘차베스 대통령이 원유 판매를 달러 대신에 중국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히는 등 달러패권에 대한 저항을 밝히자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시작하였고 이로 인한 경제적 위기는 심화되었다. OPEC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6년까지 베네수엘라의 평균 석유생산량은 256만배럴로써 상위 6위권의 중견 산유국인데, 2017년 석유부문 제재가 발효된 후 2018년 석유생산량은 110만 배럴로 급감하였다. 미국은 국가신용등급평가 기관을 동원하여 2015년 이래 전쟁을 하고 있던 시리아보다 더 위험한 나라로 베네수엘라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금융봉쇄를 통해 신규대출을 어렵게 하며 부채이행에 따른 갱신을 막으려고 했다. 

마두로 재 취임 후 가장 가혹한 대량살상 경제제재

미국은 4차례의 제제를 부과한 것과 별도로 올해 1월 28일부터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과 재정수입의 핵심인 국영 PDVSA를 포함한 석유부문에 대한 최초의 직접적 제재, 가장 강력한 제재를 시작했다. 제재 발효와 동시에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 :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은 베네수엘라를 행정명령 13850에 따른 특별제재대상(SDN : Specially Designated National)으로 지정하여 베네수엘라와의 석유 거래에 있어 PDVSA 등에 대한 대금지급 등을 전면 금지시키고, 대금은 에스크로(Escrow) 계좌에 강제로 예치된다고 밝혔다. 미국 존 볼튼 보좌관은 “내년까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부에 약 110억달러의 수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며 70억달러 규모의 PDVSA의 자산이 동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년간 베네수엘라의 GDP는 국가 재정수입의 원천인 원유생산 감소와 저유가로 인해 약 1/3 규모로 축소되었다. 
원유 수출 대금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었던 미국과의 거래(원유 수출)가 줄어들거나 중단되면, 베네수엘라는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된다. 이미 2011년에서 2013년 동안 600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는데 2017년에는 120억 달러밖에 수입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생필품은 부족하고 농업살리기 파종계획도 예정대로 할 수 없었으며 이민자행렬은 늘어만 갔다. 이러한 베네수엘라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미국의 경제봉쇄의 결과임은 자명하다. 더욱이 베네수엘라 석유거래대금의 동결조치까지 발효됨으로써 베네수엘라 경제에 대한 대량살상무기가 바로 미국의 경제제재 금융봉쇄임이 명백해졌다. 미국은 미국에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경제제재를 결코 풀지않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우리 영혼의 모든 조각들을 모아 우리 조국을 지킬 것이다.
 
미국의 가혹한 경제제재 속에서도 베네수엘라 정부와 PDVSA는 러시아와 중국 등 국외 채무자들에게 약 1,000억달러의 원금 이자 채무를 원유로 상환하고 있다. 또한 그 동안 미국에 수출하던 중질원유를 중국, 인도 등 아시아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협의하고, 미국에서 수입하던 나프타 등 희석제(diluent)를 러시아 Rosneft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기로 했다. 금광과 천연자원을 새로 개발하고 수출하면서 미국의 경제제재를 뚫고 부족한 재원을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000억 배럴 규모의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산유국 베네수엘라에 닥친 현재의 경제위기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한 유동성의 위기이다. 이 위기를 과연 베네수엘라 민중들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월11일 미국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우리 영혼의 모든 조각들을 모아 우리 조국을 지킬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그리고 미국에 대해 “우리 국민을 사회적으로 질식시키고 우리 경제를 압살하려는 공격의 중단을 요구한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심각하고 위험한 군사개입의 위협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침략적 약탈적 제국주의에 맞서는 결심이 자주적 경제민주화의 시작

제국주의의 경제적 침략과 약탈에 대한 강력한 투쟁이 없이 자주적 경제민주화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 또한 정치적 군사적 주체역량이 준비되지 않고서는 21세기 대량살상무기인 금융제제 경제제재를 이겨낼 수도 없다. 경제개혁을 제대로 하자면 민중의 이익에 맞게 자원과 주요생산수단의 합리적 국유화정책이 필요하며 자급자족이 가능한 자립경제전략과 수입대체산업육성 전략도 반드시 병행해야한다는 점도 큰 교훈이다. 한국경제개혁에 대한 전략과 계획도 근본적으로 세워보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혁명의 완성을 위해서도 그 토대가 되는 경제개혁을 실현해야한다. 그러나 한국은 고작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추진하다가 폐기하는 대통령을 보는 수준이다. 20년 전 베네수엘라 차베스와 40년 전 이란의 호메이니처럼 ‘우리가 고통받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약탈해온 미국 때문’이라고 외치는 자주적 경제전략의 출발점을 제시하는 민중의 지도자가 그립다. 우리 국민은 그런 지도자를 반드시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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