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적 경제민주화의 길(7)] 자주적 경제민주화의 길을 가는 나라① 이란

중동의 40년 반미국가 이란

세계 석유 매장량 4위의 석유대국이고 천연가스도 풍부한 8천여 만명 인구의 이슬람국가 이란에 대해 미국 부시대통령은 북한(조선)-이라크(사담 후세인정권시기)와 함께 ‘악의 축’이라 불렀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후 40년 동안 중동에서 반미투쟁 한길을 걷고 있는 반미국가이다. 자체 개발한 인공위성 발사 로켓 ‘시모르그’(Simorgh, 이란어로 불사조라는 뜻)와 연구목적 인공위성 ‘오미르’를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시키는 등 과학기술수준이 높고, 단거리,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핵무기 개발까지 넘보는 중동의 군사강국이다. 

이슬람혁명의 승리와 석유국유화

‘검은 황금’ ‘땅 속의 진주’인 석유를 지배하기 위해 제국주의 국가들은 전쟁으로 석유를 약탈하려고 했다. 이란의 석유는 1909년 영국이 장악했다. 변화는 민족주의세력의 지도자 모하마드 모사데크(Muhammad Mosadeq)가 1951년 석유국유화운동을 주장하고 “외국을 몰아내자, 빈곤을 추방하자, 이란을 이란인의 손에!”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석유 국유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곧바로 쿠데타를 사주하여 모사데크 민족주의 정부를 전복하고 팔레비 왕정을 복원시켰다. 이때부터 이란 민중의 반미감정이 촉발되었고, 1979년 2월 이란 시아파 성직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지도자로 한 이슬람 혁명이 성공으로 이어졌다.(‘아야톨라’는 이슬람 시아파 최고성직자 의미이다) 이 혁명으로 이란 민중은 팔레비 왕으로 대표되는 친미 독재집단인 샤(Shah) 왕조를 무너뜨리고 그때껏 이란 석유를 거저 가져가다시피 하던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석유 주권을 되찾았다. 이슬람혁명의 성공은 1953년 민족주의자 모하마드 모사데크 총리가 미 CIA가 개입한 친위쿠데타로 실각한 뒤 무려 26년 동안 미국 40%, 영국 40%, 팔레비 왕조 20%로 나뉘었던 석유 이권을 이란 민중의 손으로 되찾았다는 것을 뜻했다. 혁명의 성공으로 석유 이권을 빼앗긴 미국은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끊었고 지난 40년 동안 경제제재를 가하는 등 미국과 이란은 적대적인 관계가 이어졌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5월 8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탈퇴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전국으로 생중계된 TV방송 연설을 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연설에서 "JCPOA가 완전 파기될 경우 이란은 앞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우라늄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JCPOA 협정 체결 국가들과의 협상 의사를 밝혔다.[사진 : 뉴시스]

이란핵합의(JCPOA)와 트럼프의 핵합의탈퇴

미국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이란은 오래전부터 희망했다. 미국과 수교를 맺을 경우 그동안 투자 제한 등 이란에 가해졌던 경제제재를 비롯한 압력이 느슨해질 것이고, 이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대통령은 2013년 8월 당선된 후 대이란 경제제재를 풀고 경기회복을 위해 미국, EU와 핵협상을 이끌어 2015년 7월14일 이란과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및 독일(P5+1)이 참가하는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을 타결했다.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역내 주변국과의 갈등을 해소하면서 외국인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내경제 활성화를 실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8일 JCPOA 탈퇴를 선언했고, 미국이 완화했던 대이란 제재를 재부과할 것임을 천명하여 2018년 11월부터는 제재 예외도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제재를 극복하고 자립경제를 위한 저항경제(Resistance Economy)

이란은 미국의 제재가 있는 조건에서도 석유 중심 경제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다각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제재 기간 동안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체제 구축을 목표로 두고 수입대체산업 육성에 주력하였으며, 특히 2021년까지 진행되는 제6차 5개년 개발계획 통해서는 차세대 11대 전략산업을 선정한 바 있다.
저항경제(Resistance Economy)는 2011년 3월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최초로 언급한 용어로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에 대응하여 자립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경제체질개선 정책이다. 석유화학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하여 석유화학단지 조성을 통한 생산량 확대, 민영화, 관련 기업 육성 및 인프라를 개발하고, 자동차산업부문을 중점적으로 개발하였다.
국제사회의 대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프랑스와 독일 기업이 이란 석유화학 부문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이란 정부의 전략적 육성 정책에 기대를 가지고 적극적 투자의지를 보였지만 최근 이란을 둘러싼 국제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조달의 어려움과 투자 프로젝트의 동력이 위축되고 있다.
이란의 자동차산업부문은 중동 지역내 최대 자동차생산을 기록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으나 경제제재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하였다가 제재해제 분위기를 타고 잠시 회복세였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란 정부는 외국기업의 투자 및 기술이전을 강조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자국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수입완제품 고관세율 정책, 수입허가 등 각종 규제책을 적극 활용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경제제재 금융제재에 군사적 위협까지 하고있는 현 정세에서 저항경제의 추진도 시험대에 올라있다.

다시 이란에서 울리는 ‘미국에게 죽음을!’

이슬람혁명 40주년을 맞은 올해 2월에 이란 전역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또다시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외쳐졌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압박과 제재에 맞서 자국 군사력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증강할 것"이고, "서방의 제재로 이란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민이 서로 돕는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들의 사악한 목표는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40년 동안 걸어온 길을 지속해서 걸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란은 트럼프 정부의 제재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 주변 국가인 이라크와 경제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이란 핵합의 당사국인 유럽국에 대해 경제적으로 제재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중동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경제가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학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이유를 뚜렷이 보여준다. 

자주적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은 자주적 정치세력의 집권

자유주의적 경제민주화와 사민주의적 경제민주화의 길을 걸어간 나라들은 보수정권인가 진보적 정치세력인가 상관없이 재벌체제개혁,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여 경제발전생태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란의 경우를 볼 때 제3세계 나라에서 자주적 민주적 경제정책을 위해서는 정치민주화를 선행하여 민주정권 집권이 선차적이다. 부패한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자본주의경제인가 사회주의인가라는 경제체제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나라의 자원, 기술, 기술자들을 통해 제 발로 걸어갈 수 있는 경제를 건설하는 것이다. 자주적 경제민주화로 자립경제를 추구하는 길은 필연적으로 미국패권과 맞서게 되며 이를 위한 강력한 군사적 담보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20세기에는 공산주의 확산을 막는다는 구실로, 21세기에는 대테러전쟁과 인권보장과 인도주의실현을 운운하면서 미국패권에 도전하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를 타겟으로 경제제재와 금융봉쇄, 전쟁불사, 군사적 위협을 가혹하게 자행해왔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을 약탈하려는 미국과 강대국에 맞설 수 있는 정권, 가혹한 경제제재와 군사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지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를 추구할 수 있으려면 자주적 민주정권이 집권해야 자주적 경제민주화는 비로소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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