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4)

하노이 회담 불발 이후 북미, 남북관계, 국제정세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6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1.트럼프식 빅딜론이 가져오는 위험한 후폭풍
2.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제국주의는 없다
3.트럼프정권의 동북아 정책과 한반도
4.북의 ‘새로운 길’
5.북미교착의 장기화, 남북동시 압박과 통제의 강화
6.어디로 갈 것인가

 

▲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사진 : 구글지도 캡처]

4. 북의 '새로운 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언한 '새로운 길'은 무엇일까? 하노이 회담이후 북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직 없기에 현시점에서 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북이 일관하게 추진해왔던 정책에 비추어 추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길'은 미국과의 협상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새형의 전략국가가 전개하는 반제평화전략

먼저, 북은 핵을 보유한 '새로운 형의 전략국가'로서 '반제평화전략'을 일관하게 밀고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핵보유국들이 핵을 무기로 패권강화와 약소국에 대한 지배를 추구하였다면, 북은 핵보유국의 위상을 바탕으로 제국주의 세력의 지배와 패권에 반대하고, 세계비핵화를 선도하는 반제평화전략을 펴려고 한다. 북이 더이상 핵무기를 실험, 생산, 사용, 전파를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4불정책'을 대내외에 표방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온 것은 단순히 대미협상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세계평화세력을 향한 메시지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4불선언'은 북미협상의 결렬 여부와 관계없이 견지할 전략적 입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주변 나라들과 국제사회는 조선반도의 긍정적인 정세 발전을 추동하려는 우리의 성의 있는 입장과 노력을 지지하며 평화를 파괴하고 정의에 역행하는 온갖 행위와 도전들을 반대하여 투쟁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나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자주, 평화, 친선의 이념에 따라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단결과 협조를 계속 강화하며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공위성'발사는 북이 일관하게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자주적 권리'임을 분명히 해왔고, 정지위성발사 등 '우주강국'을 위한 준비를 해왔던 점에서 비추어 기술적 준비가 완료되면 언제든 쏘아 올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이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놓았고 미국이 북미협상교착의 책임을 북에 전가하려는 선전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만큼 가까운 시일안에 이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경우 유엔안보리에서의 새로운 대북제재를 결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그 시기는 조중, 조러 관계 등의 진전과 맞물려 있다.

하노이 합의는 무산되었지만 북은 세계 앞에 비핵화와 평화의지를 과시했고, 합리적 협상안을 내놓음으로써 누가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는지 분명히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과 북에 대한 영상은 크게 달라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중, 조러관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유엔에서 대북제재를 해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전략국가의 지도자로서 세계 외교무대에 강하게 등장했다. 베트남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향후 여러 나라들과의 정상회담을 의욕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제국주의 패권에 맞서는 반제평화외교를 전략적으로 밀고 나갈 것을 시사한다.

우리민족끼리정책에 의한 남북관계 진전 노력

다음으로, 북은 북미협상의 교착에도 '우리민족끼리정책'에 따라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특히 9월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남북사이 '평화정착'과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재개, 철도 도로연결사업 등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남북사이 사회문화교류, 국제 체육행사 등에서 단일팀 구성과 공동응원 등 남북사이 단결과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미국의 남북관계통제정책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문재인정부가 얼마나 자주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력자강에 의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 총력

다음으로, '자강자력'의 기치 아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총력을 경주할 것이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은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고 밝혔다. 북이 미국의 최고수준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자력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어낸다면 트럼프정권의 최고압박정책은 사실상 그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은 반제평화전략, 우리민족끼리정책에 기초한 남북사이 평화정착, 자강자력의 경제발전전략을 일관하게 밀고 나갈 것이다. 이는 본질에서 핵보유국의 길이며, 이것이 '새로운 길'이다. 사실 이는 전혀 새로운 길이 아니라 '예비된 길'이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고 북미사이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는 길을 걷어찼다. 최선희 부상이 "미국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한 것이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