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3)

하노이 회담 불발 이후 북미, 남북관계, 국제정세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6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1.트럼프식 빅딜론이 가져오는 위험한 후폭풍
2.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제국주의는 없다
3.트럼프정권의 동북아 정책과 한반도
4.북의 ‘새로운 길’
5.북미교착의 장기화, 남북동시 압박과 통제의 강화
6.어디로 갈 것인가

 

▲ 한·미 군 당국이 2018년 4월 1일부터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 연습인 연합훈련 일정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20일 오후 경기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활주로에서 A-10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2018.03.20. [사진 : 뉴시스]

3. 트럼프정권의 동북아정책과 한반도

지금까지 북미협상에 대한 많은 관측자들은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가 고립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고,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철수도 불사하는 입장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실제로 트럼프가 많은 내외의 반대와 경고를 뿌리치고 북미정상회담에 임했기 때문에 전혀 근거가 없는 판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트럼프와 미국 딮스테이트 세력사이의 갈등과 견해차이의 틈새를 활용하여 한반도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은 그 시효가 소멸해가고 있다.
최근 로이터가 보도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네주었다는 빅딜안 문서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되었듯이 트럼프는 최종적으로 딮스테이트의 입장에 투항 또는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강력한 빅딜론자임을 입증하고 있다. 그 동안 트럼프 정권의 동북아 정책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제국주의적 패권정책은 그대로 관철되어 왔다.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의 계승

오바마 정권의 '아시아중시정책(PIVOT TO ASIA)'은 트럼프에게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바마정권이 미국의 군사비를 감축하는 대신 그 부담을 한국과 일본 등에 떠넘기려 했다면, 트럼프는 '강한 미국'을 표방하며 군사력 증강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유일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우고 군사력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2019년 국방예산은 7150억달러로 전년대비 무려 13%나 증액했다.(미국의 국방예산은 2위부터 9위까지 합친 액수보다 많다.) 

트럼프정권의 정책 1순위는 중국포위, 중국견제정책이다. 미국의 주적은 중국이다. 2019년 국방수권법에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처음으로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국방수권법은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중국 무역전쟁도 그 일환이다. 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일본, 호주, 인도와의 군사훈련,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 등 전면적이다. 

중국포위, 견제정책을 펴는 데서 한국에 대한 군사적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은 트럼프정권에게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 러시아 푸틴의 '강한 러시아' 정책에 맞서는 데서 한반도는 미국에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값싸게 군사적 전초기지를 운영할 수 있고 유사시 한국의 막강한 육군 등 군사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국방수권법에는 ‘북한의 위협'을 국방예산 증액의 명분으로 삼으면서 한국을 대중국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2019년 국방수권법에는 1)한반도에서의 핵확장억제정책 강력유지, 2)주한미군 2만 2천명 이하 감축 금지, 3)북한의 핵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검증 가능하도록 해체 또는 파괴보고서 제출, 4)한반도에서 전쟁능력강화, 5)새로운 미사일방어능력 확대, 6)정밀타격미사일프로그램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내용들이 북한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트럼프의 값싼 패권정책의 표본 : 한국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한다고 선언했으나 이름만 바꾸었을 뿐 트럼프정권의 한반도 전쟁능력강화에 맞게 재편성하고 ,앞으로 더 강화되어 나타날 것이다. 과거 팀스피릿훈련을 중단하고 키리졸브 독수리연습으로 이름만 바뀌어 더 강화된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더욱이 트럼프의 이러한 조치는 주한미군주둔비와 전쟁연습비용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교활한 술책의 일환이다. 대외적으로는 평화적 조치로 위장하고, 실제로는 비용을 전가시키려는 것이다.

트럼프정권은 엄청난 국방예산 증액부담을 안으로는 복지, 민생예산을 삭감하고 밖으로는 '동맹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군사비용을 동맹국에 떠넘기는 것이다. 트럼프가 EU와 한국 등에 '안보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방위비증액을 강압하는 것은 이러한 정책의 결과이다. '미국은 경찰국가가 아니다.'는 트럼프의 언술은 '경찰국가 포기'가 아니라 '값싼 패권정책'일 뿐이다. 

특히 트럼프는 한국을 그 표본으로 삼고 있다. 한국은 방위비부담을 떠넘기기에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고 그 성과(?)는 인도, EU 등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지렛대가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방위비부담을 압박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주한미군철수' 카드이다. 사실 이 수법은 과거 정권도 써왔던 수법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보다 훨씬 교활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형성하여 실제로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조성한다. 또한 북과의 협상을 교활하게 활용한다. 북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철수를 양보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런 트럼프의 수법은 '장사꾼 트럼프'의 행동양식이다. 그가 쓴 '협상의 기술'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이다. 첫째, 상대에게 협상의 기대치를 최대한 부풀려 포장할 것, 둘째, 언제든지 협상을 깰 수 있다는 것, 그럴 경우 상대가 입을 협상결렬의 댓가를 최대한 부풀리라는 것, 셋째,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 책임을 전적으로 상대에게 뒤집어 씌우라는 것이다. 북과의 협상이나 한국과의 협상에서 일관하게 나타나는 행동패턴이다. 

트럼프가 최고압박을 통한 북한비핵화를 고수하는 것은 이와 같은 트럼프의 동북아 및 대한반도 정책의 필연적 귀결이다. 단계적 동시이행의 원칙에 따라 평화협상에 돌입하게 되면 정전체제의 해체와 함께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과 대북적대동맹으로서 한미동맹은 유지할 수 없다. 그리고 남과 북은 급속히 통일로 나아갈 것이며,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이 길을 갈 생각이 없다. 대북제재 해제와 북한비핵화를 맞바꾸려 한다. 그리고 그 댓가로 '경제부흥'이라는 이름으로 '베트남식개방'을 강제하려 한다.

‘미국우선주의’는 변형된 제국주의 패권정책

트럼프의 등장은 미국의 쇠락과 패권약화의 결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를 패권포기로 보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착시현상이다. 모든 제국주의는 위기에 처하면 더 악랄해지고 교활해진다. 군사력 증강과 중거리핵전전략조약(INF)파기, 전략핵무기확대, '강압적 동맹정책', 베네수엘라군사개입, 복지예산삭감, 인종차별정책 등 트럼프의 미국은 무너져내리는 제국주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발악하는 더 악랄하고 교활한 제국주의에 다름아니다. 미국의 패권위기를 제국주의 패권정책의 포기로 바라보거나 그 연장에서 트럼프가 한반도에서 주한미군까지 철수하려 한다고까지 전망하는 것은 제국주의에 대한 환상에 다름아니다.

미국의 딮스테이트와 트럼프대통령 사이의 갈등은 전략적 갈등이 아니라 정파적 갈등이다. 미국 정계에서 주류와 비주류사이의 정치적 내전에 준하는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내에서 새로운 진보세력이 형성되지 않으면, 미국패권유지를 위한 방법론상의 차이 이상이 될 수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민족의 힘이다. 미국이 어떠한 정책을 취하든, 이를 극복하는 힘은 우리 민족에게 있으며, 트럼프가 되었든, 민주당이 되었든, 딮스테이트가 되었든 그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에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힘이 우리민족 자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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