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기로에 선 제조업(5) 4차 산업혁명과 미래 기술

한국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보다 더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법은 무엇일까? 일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한국 제조업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보려 김성혁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의 ‘기로에 선 제조업’을 6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 사진 출처 : 모비인사이드, 양재석(2016.3.10)

세계경제의 장기침체 속에서 기업들의 과당 경쟁이 치열하다. 포화상태가 된 범용 상품을 뛰어넘는 신산업, 신기술을 도입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의 생존경쟁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결합하여 4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키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방적기계, 기차의 발명이고, 2차 산업혁명은 분업을 통한 대량생산이며, 3차 산업혁명은 반도체, 컴퓨터, 인터넷의 정보통신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이 아닌 파괴적 혁신을 지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기와 인간, 그리고 물리적 환경의 융합을 통한 고도의 연결성과 고도의 자동화이다. 과거의 산업혁명이 기계가 인간의 육체를 대신했다면 미래의 산업혁명은 알파고처럼 기계가 인간의 두뇌와 지적인 능력까지 대신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선진국들은 단순한 가공산업으로서 제조업이 아니라 최첨단의 혁신적 지식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 나노, 바이오 기술의 혁신적 지식을 제조업과 어떻게 결합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조업으로 변화시킬 것인가가 초점인데, 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산총액이 623조원이며 18개 계열사의 시가총액이 전체 시총(코스피와 코스닥 포함)의 20.4%를 차지하고 있는(2015년 8월31일 현재) 글로벌기업 삼성그룹은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대대적인 사업재편을 실시하고 있다. 작년까지 한화 빅딜과 롯데 빅딜을 통해서 석유·화학과 방산 등 7개 기업을 매각하고 5조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하였는데, 주력 부문으로 사물인터넷, 자동차 전장부품, 바이오산업, 금융부문을 설정하였고, 적자가 많이 나는 삼성중공업(조선), 엔지니어링(플랜트)을 비롯해 삼성물산(건설) 등은 비주력부문으로 보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가전, LED 디스플레이, 핸드폰사업 등도 부서별로 구조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큰 방향은 하드웨어 산업을 축소·정리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소프트웨어 관련 미래기술의 핵심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스템 반도체(센서) 등이다. 인간의 눈과 촉각을 대신한 다양한 센서를 통해서 컴퓨터가 주변 상황을 인식하면, 프로그램화된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주변 상황에 대응할 행동을 지시한다. 분석에는 소리, 그림, 동영상, SNS, 문서, 질병 기록, 교통 정보, 각종 사건, 각종 공공자료 등 지상의 모든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기계학습(Deep Learning등)을 통해 스스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목적을 실행하는데 있어 가장 확률이 높은 최적의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인공지능, 빅데이터, 센서 등은 최근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스마트공장 등과 결합하여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첫째,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이란 모든 사물이 컴퓨터와 연결되는 것이다.
우선 웨어러블은 스마트폰을 이은 차세대 기술이다. 현재 소비자는 온라인에 접속하고 화면으로 시야를 돌려야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 안경, 시계, 밴드, 목거리, 모자 등 웨어러블 컴퓨터는 24시간 사람의 신체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스마트폰을 켜고 시야를 돌리지 않아도 구글 안경을 통해 가상공간과 연결되어 필요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스마트 밴드는 혈당, 심박동 등 신체 정보를 일상적으로 자가 진단하고 문제가 있을 시 즉시 의사에게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알려준다. 웨어러블 컴퓨터 기술의 향후 응용분야는 매우 다양한데 몇 가지 사례를 들면 아래와 같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응용 분야(자료 : 주니피 리서치)

· 길 안내 하는 신발
· 몸의 상태를 알려주는 양말
· 노인이 쓰러지면 가족이나 의사에게 알려주는 슬리퍼
· 인터넷에 연결되어 갈아줘야 할 때를 알려주는 기저귀
· 치아 사이를 깨끗이 닦으라고 잔소리하는 칫솔
· 손가락만 움직이면 글씨를 입력하고 화면을 조작할 수 있는 손에 끼는 키보드
· 전화가 오면 반짝반짝 빛나는 스마트 손톱

다음으로 스마트 홈은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들이 컴퓨터로 연결되어 원격조정이 가능하고 고장, 교체할 부품 등을 알려준다. 냉장고는 신선실에 우유와 계란이 떨어졌다고 알려주며, 온도조절기는 특정 고객이 생활하는 패턴을 기억하여 데이터로 저장하고 그 고객에 맞게 스스로 온도를 설정한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이 집에 있을 때는 온도를 조금 낮춰 놓고, 거실에서 TV를 볼 때는 조금 높은 온도를 선호하고, 퇴근을 준비하여 6시부터 온도를 올려놓는다. 이로서 1년에 약 21만 원가량 절약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고객이 실내 온도를 2도 올리라고 지시하면, 스마트(똑똑한) 난방조절기는 가스 비용, 바깥온도, 실내온도, 생활비 지출수준 등 빅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실내온도를 올리는 것보다는 옷을 더 껴입으라고 권고할 수 있다.

또한 차량 역시 훌륭한 헬스케어 기기가 될 수 있다. 출퇴근 자동차를 이용하는 고객은 하루 2~4시간은 자동차라는 공간에 위치하므로, 사람의 몸을 측정하기 쉽다. 향후 자동차는 집,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를 통제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 사진 출처 : 삼성생명 블로그

둘째, 무인운송수단으로 자율주행차, 드론 등이 상용화될 것이다.
먼저 드론은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지정된 임무를 수행하도록 제작된 비행기인데 초기에 군사용으로 정찰, 공격 목적으로 개발되어, 조종사 교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업용으로 이용되면서 물자수송, 교통 정보수집, 범죄자 추적, 영화 촬영, 스포츠 중계, 산불 감시, 보안 분야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대도시 교통체증을 피해서 택배 배달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다.

▲ 사진 출처 : 중앙일보 홈페이지

다음으로 전기자동차에 이어 무인자동차가 개발되고 있다. 현재도 부분적으로는 자율주행이 가능한데 앞차 간격유지, 졸음운전 경고, 차선이탈 경고, 자동주차, 야간투시 기능이 그랜저급 이상 대부분의 차량에 기본옵션으로 장착되고 있다. 나아가 구글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자율주행차 운전면허를 발급받고 260만km 이상의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하였다. 애플은 자율주행 연구개발비로 최근 3년(2013~2015) 동안 47억 달러(5.6조원)를 투자하였는데, 이는 아이폰 출시 전 3년(2004~2006) 동안 스마트폰에 투자한 연구개발비 2억 달러의 수십 배에 이른다. 2019년 출시할 애플카(타이탄)는 아이폰 이후 애플의 주 수익창출원이 될 것이다. 독일의 다임러도 2025년 무인 운전이 가능한 트럭을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고 2017년 ‘퓨처 트럭 2025’ 모델이 아우토반에서 무인 주행에 성공하였다.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눈과 손이 자유로워져 운전자는 운전시간 동안 오락, 독서, 영화, 인터넷, 통화, 화상회의, 주문·결제 등을 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보낸 자동차의 활용률이 극대화되어 자동차가 ‘모바일 주거공간’, ‘슈퍼컴퓨터 작업장’으로 바뀔 수 있다.

컴퓨터에 의한 자율주행은 인간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규정에 따른 안전운전으로 교통체증이 완전히 해소되며, 자동주차로 주차공간이 축소된다. 이는 주거와 교통 그리고 도시공간 활용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자율주행 시대에 자동차는 운전수단이라기보다는 사람과 연결되는 ICT 기기가 되어, 자동차에서 집, 사무실, 스마트폰과 연결되어 이들을 통제하고 음성으로 원격조정이 가능해진다.

자율주행은 문제해결 공식 즉 단계적 절차를 알고리즘으로 입력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된다. 판단 부문 소프트웨어는 인공지능으로 운전자의 판단을 대신하는데, 빅데이터와 기계 학습을 통해 모든 경우의 수 중에서 사고가 최소화될 확률을 선택할 수 있다. 나아가 최적 전력과 연비 최적화를 실현한다.

셋째, 3D 프린팅은 개인이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제조 혁명을 일으켜 개인과 기업의 경계를 파괴할 것이다.
3D 프린팅은 프린터가 문서에 잉크를 분사하듯이 3차원 제품의 디자인을 2차원 단면으로 연속 재구성하여 소재를 한 층씩 인쇄하면서 적층한다. 현재는 주로 기업에서 시제품 제작에 사용되고 있으나 휴대폰 케이스, 자동차 및 항공기 부품 생산, 보청기, 치아, 의족 등 의료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적층 속도와 다양한 소재가 개발되면 향후 개인이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어, 직접생산 직접사용이 가능하므로 배송, 구매, 재고 공정이 사라지게 되고 별도의 설비와 숙련도 없이 디자인만으로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역할과 규모가 급감하고 개인이 기업을 대체하는 부문이 확대되며 생산과 소비의 결합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개인이 인터넷 등으로 글로벌 판매가 가능해진다.

▲ 사진 출처 : TechHolic(2015.6.16)

넷째,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과 인간의 몸에 결합되는 사이보그 기술이 일반화될 것이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은 폭스봇이라는 로봇 1만대를 투입하여 아이폰6를 조립할 계획인데, 로봇 한 대의 가격이 중국 노동자 2명의 연봉과 비슷하나 작업 속도는 더 빠르다. 로봇 1대가 연간 3만대의 스마트폰을 조립할 수 있다. 폭스콘은 노동자 수를 줄이고 24시간 일할 수 있는 로봇을 대량 도입할 계획이다.

로봇이 스마트 기기와 연동되면 새로운 홈네트워크 환경이 만들어진다. 인공지능을 가진 똑똑한 로봇은 학습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어 어학 기능, 게임 기능을 결합한 로봇으로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의 교육을 실행할 수 있다. 또한 환자 도우미, 텔레마케팅, 회계 법무 상담 등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

나아가 신경계와 근육 연결 재활치료 로봇이 출현하고, 사고로 신체 일부가 손상된 환자들은 정상상태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의족과 의수 등의 기계로 대체할 수 있다. 최근 인간의 몸속을 볼 수 있는 센서 기술의 진화로 특정 부위에 있어서는 수술 로봇이 출현하고 있다. 또한 나노 수준의 질병에 대해서는 인간의 시각으로 판별이 어려우므로 기계학습을 한 로봇이 패턴을 찾아내어 암 발견을 정확히 할 수 있다.

다섯째, 탄성과 강도는 크고, 무게는 가벼운 미래 소재가 개발되고 있다. 소재는 모든 산업의 생산기반 역할을 하므로 미래 산업의 원천 기술에서 핵심적인 요소이다.

▲ 사진 출처 :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먼저 탄소 소재는 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워 무거운 금속 소재를 대체하여 항공기,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고 있다. 그중 탄소나노튜브는 강철보다 100배 강하고, 구리만큼 전기를 잘 전달하고, 열전도율은 다이아몬드와 같다. 속이 비어 있어 가벼우면서도 유연성이 뛰어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연료전지 등에 만능 소재로 쓰일 수 있다.

▲ 사진 출처 : 중앙일보 홈페이지

다음으로 그래핀은 흑연(남북한 매장량 세계 1위)을 원료로 하는데, 반도체 원료인 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다. 특징은 두께는 머리카락의 백만분의 1이며,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강도는 강철의 200나 된다. 신축성이 좋아 늘리거나 접어도 전기전도성을 유지할 수 있어 웨어러블은 물론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와 ‘크기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이다.

▲ 사진 출처 : 앰코코리아

여섯째, 공유경제라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여럿이 공유하여 사용하는 협력적 소비가 널리 퍼져서 경제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달려가는 현대 자본주의가 낳은 부작용에 대항하는 새로운 흐름으로 볼 수 있는데,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Peer to Peer(소비자-소비자 판매)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생산 시스템에서 좀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응용되기도 한다. 공유경제는 중간 상인을 배제하여 기존 경제 질서 속에 있는 비효율적인 부분이나 기득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버는 공유된 차량의 운전자(택시 면허 없음)와 승객을 연결시킨다. 우버엑스는 고객이 우버앱으로 서비스를 요청하면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일종의 자가용 콜택시인데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불허되었다(밀라노는 택시 면허에 2억2천만 원, 서울에서는 개인택시 면허가 6~7천만 원에 거래된다).

빈방을 공유하는 숙박서비스의 에어비앤비(Airbnb), 장기적 물물교환을 위한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선택적 공유를 위한 킥스타터(Kick Starter), 은행을 대신하는 핀테크산업 등은 전통적인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과 이를 구매하는 생산자-소비자 관계에서 벗어나 정보통신기술 등을 활용하여 공급자와 수요자의 거래가 동등한 위치에서 형성되도록 돕는 장터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런 공유경제는 독과점을 통해 가격을 올리거나, 생산비용(고정비)을 소비자에게 분산하는 가격정책을 취하고 있는 기업구조에서 음악, 영화, 앱 등의 상품을 인터넷으로 공유하거나 소프트웨어 오픈 소스를 공개한다면 소비자들에게는 많은 혜택이 될 것이다. 물론 관련 제도들의 보완이 필요하다.

공유경제의 활성화는 사상적으로는 대중 합의기반, 기술적으로는 오픈 소스와 P2P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기술(누구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공공 거래장부)을 통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인간의 영역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인간을 위협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득분배에 존재하는 ‘독과점’, ‘불공정거래’, ‘불평등한 분배구조’, ‘불안정 고용’' 등의 불합리와 억압구조이다. 이것은 부와 권력, 그리고 정보를 독차지한 소수에 의해 유지된다.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힘든 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인간의 지능이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분야를 분석할 수 있게 한다. 문제는 신기술이 누구를 위해서 복무하는가이다. 신기술이 대다수 인간을 위해 복무하고, 생산·유통·소비에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고, 새롭게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들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 인류는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능력에 맞게 일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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