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기로에 선 제조업(4) 해외직접투자와 국내 고용

한국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보다 더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법은 무엇일까? 일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한국 제조업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보려 김성혁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의 ‘기로에 선 제조업’을 6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사진자료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 2006년부터 해외투자 순유출 국가(자기나라 자본의 해외투자가 외국 자본의 직접투자보다 많은 국가)가 되었고 이로 인해 투자대상국에서는 고정자산 형성과 고용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총고정자본 형성(설비, 건설, 지적재산 생산물 투자) 증가율은 1991~2005년 평균 5.2%에서 2006~2013년 평균 2.3%로 낮아졌고, 2015년 총고정자본 형성은 GDP 대비 29.1%로 3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 해외직접투자의 순유출 전(1991~2005년)과 순유출 후(2006~2014년)의 비교를 통해 투자와 고용의 변화추이를 분석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먼저 ‘해외직접투자의 대상국’은, 2006년 순유출 전에는 미국과 중국 중심에서 이후에는 홍콩, 호주, 베트남, 캐나다의 비중이 커지면서 다변화되어, 미국·중국의 비중이 순유출 전 평균 48%에서 순유출 후 35%로 하락했다. 반면, 홍콩, 호주, 베트남, 그리고 캐나다 등 4개국 비중은 순유출 전에 10%에서 순유출 후에 19%로 커졌다.

다음으로 ‘해외직접투자의 목적’은 <그림2>에서 보듯이 ‘국내산업공동화 우려’의 4가지 경우와 ‘국내산업 활성화 지원’의 4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국내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반면, 국내 산업활성화 지원을 위한 투자는 감소하는 추세이다.

‘국내산업공동화 우려’ 부문에서 ➀ ‘현지시장진출’(예: 현대차 중국법인)은 현지시장 확보의 장점과 생산시설 해외이전의 단점이 상존한다 ➁ 다음 ‘제3국 진출’(예: 현대차 터키법인에서 생산해서 유럽에 판매)은 세제절감, 수송비용 및 생산비용 절감 등을 위해 생산거점을 이전하여 제3국에 제품을 공급함으로서 국내생산거점을 이동하므로 국내제조업 공동화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➂ ‘저임금 활용’ 투자는 국내 제조업 생산기지를 요소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➃ 광의의 비용감소를 의미하는 ‘보호무역 타개’ 부문 투자는 한국의 FTA 체결을 통한 경제영토 확대로 활용도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산업활성화 지원’ 부문에서 ➀ ‘자원 개발’을 위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순유출 후에 크게 증가했으나 ➁ ‘수출 촉진’을 위한 투자 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최근에는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개방 수준 확대로 현지기업과의 공동투자가 활발해지면서 투자 동기가 종전의 ‘수출 촉진’에서 ‘현지시장 진출’로 바뀌고 있다. 자원개발 부문은 해외자원 의존도가 높은 것을 감안하면 필요한 측면이 있으나 2015년 감사원 감사 결과 부실 투자가 많아 투자 효과가 저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그룹은 국내 총부가가치의 35%, 주식 시가총액의 37%를 차지하고 있는데, 제조업에서 해외진출 비중도 이와 비슷하게 크다. 2016년부터 이들의 주력 업종인 핸드폰과 자동차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생산될 계획이다.

<그림4>를 보면 삼성전자 핸드폰(스마트폰+피처폰) 생산의 93.7%가 해외에서 생산되며 구미공장의 6.3%만이 국내생산이다. 

현대·기아자동차도 해외생산 비중이 계속 증가하여 현재 준공 중인 중국 4, 5공장, 멕시코공장 등이 완공되면 2016년에는 60% 이상, 2017년 70% 정도가 해외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현대경제연구원(2016)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들의 해외 이전 가속화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344억4천만 달러(약 39조6000억 원) 규모의 국내 투자가 무산됐고, 이로 인해 신규 일자리 24만2000여 개도 창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국내 제조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액 중 고부가가치 기술과 연관되어 국내 U턴이 반드시 필요한 부문은 2015년 38억5469만 달러였다. 이 금액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 투자됐어야 국내 제조업 전체 경쟁력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2006∼2015년 10년간 사라진 국내투자 규모는 1996∼2005년(48억2743만 달러)의 7.1배나 된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신규 일자리 창출 기회도 매년 2∼3만 개씩 증발하고 있다. 2015년만 양질의 일자리 2만5298개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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