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종업원 자유의사” 주장… 재판부 “출석없이 심리진행”

▲ 21일 진행된 인신 보호 구제 심리 재판부를 기피신청한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기획탈북’ 의혹을 사고 있는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 12명을 국정원이 운영하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수용하는 게 적법한지를 가리는 인신 보호 구제 심리가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피수용자인 북한 여종업원 12명이 아무도 출석하지 않은 채 열렸다.

법원은 지난 14일 심문기일 진행을 위해 북 여종업원 12명 전원을 출석시킬 것을 수용자인 국정원에 통지했으나 국정원은 이들을 출석시키지 않았다. 국정원은 대리인들을 통해 “피수용자가 법정에서 ‘자유의사’에 의한 귀순이라고 진술할 경우 북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해진다”고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변측은 “국정원이 애초 지난 4월7일 입국과 동시에 12명의 여종업원들이 입국한 사실을 공개했고, 이번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만큼 서면 답변이나 출석 답변이 다를 게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국정원측은 “피수용자가 출석을 원하지 않는다”고 추가 이유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민변은 “피수용자가 입원, 직계존속의 상, 해외 채류 등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법원은 이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반대했다. 더구나 피수용자의 출석거부 의사를 수용자인 국정원이 전달하는 것은 “가해자를 통해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격”이라며 민변측은 피수용자의 출석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민변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민변은 결국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다. 재판부가 국정원의 주장만으로 사건을 종결하려했다는 게 민변측 판단이었다. 재판이 끝난 뒤 민변측은 “심리절차의 핵심이 ‘자유의사’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인데, 재판부는 피수용자를 출석시키지 않고 수용자(국정원) 일방의 주장만으로 사건을 종결하려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민변은 재판부가 피수용자들이 출석하지 않은 법정에서조차 녹음과 속기를 금지시킨 것에 대해 “내란사건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재판에서도 없었던 일”이라며 “본 재판부는 실체적 진실을 밝힐 의사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기피신청을 한 이유를 전했다.

민변의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재판부가 바뀌어 합의부에서 심리하게 된다.

한편, 수용자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은 재판과정에서 특별한 변론 없이 하루 전 국정원이 제출한 ‘피수용자 미출석 이유, 비공개 이유, 녹음 및 속기 불가 이유’가 담긴 비공개 문건을 참조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민변측에 7월6일까지 피수용자 가족의 위임장 작성 동영상을 보정자료로 요청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두 차례 보정명령을 내렸고, 지난 10일 가족의 위임장과 작성과정이 담긴 사진을 민변이 법원에 제출해 이날 심리기일이 잡혔다. 민변의 재판부 기피신청이 기각될 경우 민변은 보정자료를 다시 제출해야 하고, 피수용자가 출석하지 않은 채 심리가 열리게 된다.

[사진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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