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의당 “합리적 판단” vs 민중당 “당장 중단하라”

현실론과 원칙론의 차이?

한미 양국이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동안 미뤘던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을 다음달 1일부터 규모를 축소해 진행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과 민중당이 입장차를 보여 눈길이 갔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20일 오후 브리핑에서 “한미연합훈련은 연례적으로 치르는 훈련이지만, 지금 한반도의 상황을 감안해 기간을 축소한 점은 한미 군 당국의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본다”며 “지금까지 훈련기간마다 반복됐던 한반도 긴장을 이제는 완전히 해소해야 할 때다. 불안과 우려를 끝까지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훈련기간 중에도 대화에 끊임없이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건 정의당이 ‘연례적 훈련’이란 한미 당국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기간 축소를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한 점이다. 현실론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반도 긴장을 완전히 해소해야 할 때”라면서 “훈련기간 중에도 대화”할 것을 주문한 대목은 아귀가 안 맞는 느낌이다. 훈련은 훈련이고, 대화는 대화란 판단인 걸까? 한반도 긴장을 완전히 해소하는 방안은, 브리핑에서도 지적했듯 한반도 긴장이 ‘훈련기간마다 반복’됐던 만큼 연합훈련 자체를 중단하는 게 아닌지 궁금해진다.

이에 견주면 민중당의 입장은 선명하다. 민중당 신창현 대변인이 같은날 낸 논평 제목 자체가 ‘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였다. 민중당도 훈련 규모가 축소된 사실을 언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부의 연합훈련 결정이 모처럼 조성된 대화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원칙론이다. 

그러면서 “대화는 대화고 훈련은 훈련이다는 자세로 과연 대화가 성과적으로 진행되겠는가?”고 묻는다. 누구 들으라고 한 얘긴 아니겠지만 던져볼만한 물음이다.

그래서 민중당은 “평화를 위한 대화를 하자면 전쟁연습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맞다. 최소한 대화가 진행되는 기간만이라도 보류하고 대화의 성과를 두고 나중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면서 “대화분위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는 한미연합훈련 실시 계획을 당장 중단하라”라고 거듭 촉구했다. 

4월 남북,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둬 대전환기란 말도 나오지만, 전쟁훈련과 한반도 평화에 대해 진보정당은 과연 어떤 입장이어야 하는지 새삼스럽다. 

▲ 지난해 3월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될 당시 한반도 동남쪽 공해상에 도착한 미국 제3함대 소속 핵항공모함인 칼빈슨호 비행갑판에 F/A-18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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